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 - 이따금 우울하고 불안한 당신을 위한 마음의 구급상자
이두형 지음 / 심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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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는 마음이 많이 심란했다. 살다보면 마음이 심란해지는 날은 많다. 누구에게나 그런 날들이 있고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거나 해결이 되지 않는다해도 괜찮아지는 날이 온다.

그러나 그것을 알면서도 눈앞에 닥친 현상 때문에 마음이 아팠고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그 마음을 거두어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생각을 할수록 생각은 가지를 뻗어나가며 나 자신을 더 괴롭게 했고 수만가지 생각들이 자라나 슬픔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이는 허투루 먹은 것이 아니었는지, 아님 내가 내 마음 토닥이는 법을 알고 있어서 그랬는지 나는 마음을 돌이켰고 회복중에 있다. 현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이 나를 갉아먹는 것을 막기로 했고 바꿀 수 없는 과거는 일단 그대로 두고 앞으로의 미래는 지금의 내가 바꾸자고 마음을 먹었다.

물론 미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두고 일어날지도 모른다며 미리 고통받지 말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내가 괜찮아져 보이고 확실히 회복이 된 것으로도 보이는데, 괜찮다고 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살고 있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하여 내가 그 상대방에게 상처를 줘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이 상한 것은 내 감정이었으니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여겼다. 잘잘못을 판단하는 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하면 괴로움은 끝이 없을 것 같았고 관계는 끝장이 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 수만가지 생각들을 했고 나 자신만을 생각할 땐 한없이 슬펐으나 슬프지 않고싶어서 나를 무시하고 나 자신을 현상 속에서 배제하고 보았더니 마음을 고쳐먹기도 쉬웠고 마음이라는 게 어렵기도 하면서 한편 맘 먹은대로 되는 것이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심란했던 와중에 읽은 책이 이 책이다.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

나는 진심으로 바랐다. 괜찮아지고 싶다고.

책을 읽는 것은 읽는 동안이라도 다른 곳으로 마음을 기울이고 다른 생각을 멈출 수 있어서 좋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난 주로 책 속으로 도망을 가곤 한다. 이 책은 순전히 제목에 끌려 집어들었다. 한참 고통스러운 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책이 도피처가 되어 줄거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냥 읽었다. 한글자 한글자 읽어가는 동안이라도 내 생각 속에 파묻혀 괴롭지 않으려고. 그런데 한글자 한글자 읽어나가는 동안 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공감을 했고 위로를 받았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방법들을 깨닫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나는 그냥 좀 괜찮아진 정도를 넘어 나는 많이 괜찮아졌다.

정신과의사가 쓴 책이고 책을 통해 말하고 있는 건 의사인 저자가 분명한데 희한하게도 그가 내 얘길 들어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글을 읽으며 내 마음을 내가 보게되고 알아주게 되면서 마음이 회복되어갔다.

책에서 하고 있는 얘기는 이런 것들이다. 마음의 연고, 감정이 다쳤을 때/ 마음의 반창고,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 마음의 해열제, 가슴에서 자꾸 열이 날 때/ 마음의 붕대, 부러지고 꺾인 마음이 버거울 때/ 마음의 소독약, 노력할수록 삶이 더 불행해지는 것 같을 때/ 마음의 비타민, 살아가는 맛을 유지하고 싶을 때.

이렇게 목차만 보면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어려우려나? 내용은 우리가 살면서 겪는 갖가지 일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다치거나 상했을 때 정신과 의사다운 설명을 의사로서가 아닌 잘 들어주는 친구처럼 조심스럽게 그러나 전문가답게 들려주는 기분이 드는 것들이었다. 판단이나 충고 또는 조언이 아니라 손을 끌어 밝은 쪽으로 바라보고 앉게 해 준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눈치채지 못하게 방향제시 해주는것 같은.. 그래서 나는 정말 많이 괜찮아졌다.



p.32 편견은 한 번도 힘들어보지 않은 이들의 시각이 아니라 절실한 아픔을 회복한 이들의 경험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서글픈 역설이다.

p.34 극복할 수 없는 슬픔에 빠져 있다는 것이 의지의 부족함, 마음의 나약함, 삶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p.54 심하게 다친 몸이 움직일 수 없듯 아픔이 지나치면 마음이 멈춘다.

p.125 결국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오래도록 나와 관계를 맺으며 나를 보듬어주고 지켜봐주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는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p.138 오해는 내가 아는 한정된 상대의 모습으로 저 사람을 안다고 쉽게 생각할 때 자란다

p.166 억지로 좋게 생각하려 하지 마세요. 대신 억지로 나쁘게 생각하려고도 하지 마세요

p.167 마음속에 세상을 바라보고 때로는 왜곡하는 틀이 있음을 아는 것.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p.170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보며 볼 수 있는 만큼만 본다.

p.190 지금 슬픔의 한가운데서 너무 힘들다면 그 슬픔만큼의 고통만 느끼기를, 슬픔을 밀어내려는 노력이 아픔을 더 선명하게 만들지 않도록 기다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198 위로의 방법은 진심 어린 이해다.

p.246 그때 그 끔찍한 순간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고 나는 그때가 아닌 지금, 여기에 있음을 깨닫는 것.

p.278 행복을 연습하다보면 문득 깨닫는다. 지금 벅찬 것은 어딘가에 도달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라는것을. 습관처럼 행복을 연습하다보면 습관처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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