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 라틴아메리카
장재준 지음 / 의미와재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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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며 어느 잡지에서 소개한 사진들을 어릴적에 본 적 있다. 이국적 풍경, 해질녘 바닷가, 뜨겁고 눈부신 햇살. 쿠바의 아바나였다.



중남미는, 내게는 아프리카만큼 낯설다. 그만큼 미지의 세계이고 아는 게 없는 만큼 궁금한 곳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나는 그곳을 소개한 책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것 같다.



<대체불가 라틴 아메리카> 이 책 역시 그런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다.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소개 또는 여행자의 에세이 정도일거라 생각하며 가볍게.

그런데 첫문장부터 자세를 고쳐앉아 읽게 된 책이었다. 글은 유려하고 전문적이며 솔직히 말하자면 어렵기까지 했다. 논문을 읽는 기분이 들었달까.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읽으려니 처음엔 저자가 하려는 이야기가 뭔지 파악하느라 몇번씩 읽기도 했다. 글은 너무나 잘썼는데 내가 지식이 얄팍하다보니 이해를 못해서 헤매느라고.. 그러나 읽어가다보면 라틴 아메리카가 문득 가까워져 있음을 느끼게 되는것 같다. 진작 관심을 두고 공부해서 미국에서 살던 그때 중남미를 가보았더라면 좋았을걸. 이제는 지구 반대편에 와 있으니 큰맘 먹지 않고는 가보기도 어렵겠지만 책을 통해 알아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와 인종이 존재하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마야, 잉카, 아즈텍 문명과 아마존이 내가 기껏 아는 정도였다. 어려서 듣고 읽은 책에서 느낀건 그들은 한때 야만적이었다는 것이었고, 나중에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서 본 지금의 그들은 정열과 여유가 가득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나같은 사람도 뻔히 아는 것들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를 소개하지 않는다.

이 책의 키워드는 다섯 가지로 경계, 아바나, 혁명, 차스키 그리고 슈거노믹스이다.



1장 경계에서는 여러 의미의 경계를 이야기해 준다. 문화, 정치, 경제.. 그 가운데 로열해적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이라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경계를 지으면 단절이지만 경계를 넘으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그들과 우리네 과거에서도 접점을 찾아낼 수 있는건지 저자는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와 페루 북부 해안의 모체Moche 문명이 남긴 사람얼굴모양 토기의 닮은점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또한 경계인의 시선에서 보는 쿠바의 애니깽 이야기도 담고 있다. 주로 영화나 음악 또는 인물을 들어 글을 풀어가고 있어서 저자가 언급하는 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음악을 모르거나 사람을 알지 못하면 막연히 짐작하며 읽어야 하기도 해서 이후에라도 여기서 이야기하는 영화들은 찾아보고 싶어졌다.

2장은 아바나. 부제는 음악의 섬이다. 음반과 다큐멘터리로 출시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모르면 이 장은 진도가 잘 안나갈수도 있겠다. 반대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만큼은 꼭 알아야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고. 쿠바의 연인도 궁금해졌다.

3장은 혁명이다. 그러나 부제는 총알처럼 시를 품고. 어딘지 강렬하고 슬프나 낭만적이다. 혁명이라 하면 체 게바라 밖에 생각이 안났는데 체 게바라 뿐만 아니라 페트라 에레라, 프리다 칼로, 클라라 데 라 로차, 아멜리오 로블레스 등등을 통해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엿본다.

4장에서 소개하는 것은 잉카. 그중에서도 차스키라는 잉카의 파발꾼에 대해서이다. 상상할수도 없이 힘들었을것 같으면서도 그만큼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이 이룬 네트워크도.. 꼭 가보고 싶다.

마지막 5장은 슈거노믹스. 음식과 산업을 통해 보는 지배구조 등을 알 수 있다. 설탕, 옥수수, 풍부한 음식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운 모습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나는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로망만 있었을 뿐 아는 것이 없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책과 영화와 음악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게되었다. 읽는데에 어려움도 있었으나 다행히 뒤로 갈수록 쉬웠다. 관심분야의 차이에 따름일수도.. 책의 제목처럼 대체불가한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 알고싶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더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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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사랑학교 게리 토마스의 인생학교 7
게리 토마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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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노랫말일 것이다.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라서 교회에서도 참 많이 불려지는 곡이다. 그런데 나는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생각한다.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인가?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형상을 따라 지으시고 우리를 자녀삼아 주셨다. 노예나 장난감 혹은 제자나 친구가 아니고 전능자의 자녀로 삼아주셨다. 그리고 죄로인해 멀어진 우리를 위해 당신의 아들을 대속물로 내어주기까지 하셨다. 그러니 우리는 하나님께 사랑받는 자녀가 맞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를 망극하게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줄 노래이지 이미 믿는 우리가 부를 노래는 달라야 할 것 같아서 나는 늘 그 노래를 잘 부르지 못했다.

믿음을 가진 이들이 불러야 하는 노래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고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이므로 그 사랑을 본받아 사랑 가운데서 행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여겨서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랬다. 머릿속으로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 기도도 따라서 그렇게 해왔다. 그리스도를 본받아,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며 사는 사람이게 도와 달라고.

그렇다면 나는 그 생각대로, 그 기도대로, 그 맘 먹은대로 살고 있던가?



사랑은 무엇일까? 강한 끌림? 깊이 좋아하는 감정? 홀딱 반하는 마음?

처음 시작은 그런 마음에서부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기적으로 시작된 그 감정은 사랑하는 상대와 관계를 맺으며 이타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사랑인 것 같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인 것이다. 느끼는 게 아니라 하는 것이 사랑인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 하는 것"일까. 나는 사랑을 하며 살고 있는가?



부부사랑학교라고 번역된 게리 토마스의 책을 읽으며 이 질문을 나에게 계속 던졌다. 이 책에서는 부부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지만 부부를 넘어 모든 사람을 대할 때의 마음과 태도가 이와 같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일단 이 책은 가정 안에서 배우자와의 사랑을 이야기 하는 것이므로 거기에 한정시켜 생각해보기로 했다. 결혼 할 때 다들 이렇게 약속한다. 기쁠때나 슬플때나 아플때나 건강할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기쁠때만, 좋을 때만, 건강할 때만, 부유해졌을 때만, 나에게 유익할 때만 사랑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사랑하겠다고 약속했지 사랑받기만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 과연 나는 그 약속대로 살아가고 있었던가.



나한테 잘할 때만 나도 잘해주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하면 원망하고 내 마음에 상처를 주면 배우자의 마음에도 상처를 입히는 것을 당연히 여기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이제 다시 생각해보니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가 옳다. 그 당신은 "내"가 아니라 나의 "당신"이고 말이다.



나는 이 책이 가볍게 읽히지 않았다. 너무나 당연한, 배우자를 사랑하는 삶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일이 될 줄이야. 나는 물론 남편을 사랑하며 살아왔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가정도, 사랑도, 배우자도 모두 한차원 더 높고 넓은 고귀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저자가 말하길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이므로 나의 배우자도 하나님의 자녀이며 따라서 하나님은 나의 시아버지거나 장인이라는 것이었다. 관점을 그렇게 바꾸니 세상 누구도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어졌다. 그런데 바로 이대목에서 나는 처절하게 무너졌다. 어느 누구도 이제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겠다는 생각은 동시에 나는 혹시 이제까지는 선별적으로만 호의를 베풀며 살아왔다는 것과 같은 뜻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또 무슨 종류의 교만인가.

암튼 내 남편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생각하며 다시보니 지금과는 다른 차원으로 섬겨야 할 것 같았고 이제까지 그렇게 못해준 게 미안해졌다. 한편 역시 하나님의 딸인 나에게 그가 준 상처들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해졌다. 불편해진 그 마음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사랑하겠다는 결단과 배치되어서) 그것이 또 불편했고.. 진지하게 읽으며 내 마음을 들볶느라 좋은 권면으로 가득한 이 책을 읽는 내내 우울했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결국 이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사랑하며 살라는 것. 그 얘기를 성경적 지혜와 실제적 제안으로 가득 풀어놓은 책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부부 10계명 뭐 이런 류의 책이 아니고.

크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첫번째 파트는 하나님이 설계하신 결혼은 경이로운 실체라는 것. 두번째 파트에서는 더 친밀한 연합으로 세우는 결혼 생활에 대해. 그리고 세번째 파트에서는 더 깊은 사랑을 추구하는 열정을 이야기 한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장이라고 불리는 고린도전서 13장을 하나하나 풀어 쓴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이해하던 것과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렇기도 했다. 고린도전서 13장은 이러하다. 사랑은 오래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고 교만하지 아니하고....

이 중에서 세번째, '사랑은 시기하지 않는다'를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배우자가 당신을 배려하는 것이 당신이 배우자를 배려하는 것만 못하면 억울한가? 이것도 시기다! ... (중략) .. 자신이 배우자를 대우하는 것만큼 자신도 똑같이 대우받고 싶은 것이다. 이는 자신이 베푸는 그 호의를 시기하는 영적 악습이다.(후략)" (p.296)



나는 교만했던 것 같다. 내가 사랑하며 살고 있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음을, 부족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서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불편했던 것 같다. 그 가운데에서도 욕심(나만 사랑해야 해? 나도 사랑받고 싶으면 안돼? 이런 마음)이 생겨서 우울함까지 겹쳤고.

내가 너무 버거워하는 것을 본 남편이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며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면 된다고 얘기했다. 그래, 저자도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좋은 결혼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서로를 향한 은혜와 사랑이 깊어지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고.

책 표지에는 '내가 먼저 읽고 나의 반쪽에게 선물하는 책'이라고 적혀 있는데 나는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못할 것 같다. 어쩐지 무언의 강요같아서? 다만 나의 어떤 변화로 그가 기쁨과 참 사랑을 느껴서 자신도 더욱 그렇게 하고자 해 준다면 고맙고 행복할 것 같다. 물론 자발적으로 읽고 사랑해주면야 더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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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처음 만나는 서양철학사 - 서양 철학의 개념을 짚어주는 교양 철학 안내서
피플앤북스 편집부 지음 / 피플앤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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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철학책을 읽을 때마다 알쏭달쏭한 그 문장들을 읽으며 했던 생각이었다. 좋아서 읽었다기 보다는 교양수업을 위해 강의를 들으며 책을 읽었고 내용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해도 하다못해 글자라도 읽어두자며 읽었던 책이 여러 권. 그 후로 동네에 새로 생긴 도서관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며 책장의 처음부터 책의 제목들을 읽어가다가 가장 끌리는 책(어디선가 제목을 들어봤던 유명한 책이나 유명 작가의 책)부터 읽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읽었던 책들 중에 철학책이 많았던 것 같다. 워낙 많이 언급되는 고전이어서 마치 내가 읽었고 아는 것처럼 느꼈던 책들이지만 사실은 읽어본 적 없던 책들을 그때 가장 많이 읽었다. 그때 읽었던 책들이 내 마음의 양식이 되고 지식과 교양을 쌓아주었는지는 (이제는 다 잊어버려서) 모르겠으나 읽자마자 잊는다해도 고전과 철학책, 역사책 등은 읽어두면 좋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청소년이 처음 만나는 서양철학사"라는 제목에 끌려 이 책도 읽게 되었다. 특히 서울대 서양철학 권장도서라고 표지에 쓰여 있어서 더 마음이 끌렸는데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또다시 대학시절에 했던 것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 그러나 이번에 책을 읽으며 이해하지 못했던 이유는 내용이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오타와 비문이 너무나 많아서였다. 아 정말이지 말이 되도록 이해해 보려고 문장 하나를 몇번씩이나 읽어야 했던가! 목차는 아주 좋았다. 탈레스부터 하버마스까지 무려 30인의 철학자들을 소개하며 주요 사상과 그들이 쓴 책 그리고 곁들여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이 사회와 후대에 끼친 영향, 업적과 공과를 간단히 정리해 주는 책이었으니 한번쯤 읽어보며 큰줄기를 간추려 머릿속에 정리하기에는 정말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탈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마키아벨리, 프란시스 베이컨, 홉스, 데카르트, 블라즈 파스칼, 존 로크, 몽테스키외, 데이비드 흄, 루소, 임마뉴엘 칸트, 헤겔, 쇼펜하우어, 다윈, 키에르케고르, 마르크스, 니체, 지그문트 프로이트, 막스 베버, 루카치, 토인비, 비트겐슈타인, 에릭 프롬, 장 폴 사르트르, 하버마스 이렇게 30인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철학자마다 초상화나 사진이 함께 하고 있는 것과 그들이 살았던 연대, 주요저서를 정리해 주는 것도 좋았다. 잔치, 파이돈, 소크라테스의 변명 등을 읽으며 플라톤을 알게 되는 것이 더 의미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서양철학사에는 어떠한 인물들이 있으며 그들이 어떤 사상을 가졌고 어떤 시대를 살면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그리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게 됨으로써 따로 더 확장하여 읽고 싶은 책, 읽고 공부해야 할 책을 찾아보는 길잡이로도 활용할 수 있을 듯 싶은데 다만 이 책을 끝까지 읽으려면 앞뒤 매끄럽지 않게 이어지는 말이 안되는 문장들을 감안해야만 한다는 다소 난감한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읽히려던 계획을 바꾸어 내가 다시 읽어가며 오타는 고치고 비문은 수정하여 읽히든지 말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서양철학의 개념을 짚어볼 수 있는 책, 그러나 많은 인물과 내용을 간단히 담으려다 보니 방대한 내용을 줄이고 짜깁기 해서 펴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던 아쉬움이 많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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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맞춤법 띄어쓰기 - 모든 글쓰기의 시작과 완성, 개정증보판 세상 모든 글쓰기 (알에이치코리아 )
정희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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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미는 '편지 쓰기'였다. 손으로 꾹꾹 정성스럽게 쓰고 나서 봉투에 주소와 이름을 적고 우표를 붙여 편지를 부치는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이 기쁘고 좋았다. 하루에 두세 통씩 편지를 썼으니 편지쓰기가 취미였다는 말은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편지 쓰기를 그만두게 된 건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하면서였던 것 같다. 이메일이 훨씬 편리한데도 불구하고 드문드문 보내게 되다가 결국 편지를 거의 보내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물론 나이 탓일 수도 있다. 그리고 더욱 편리한 기기들(특히 휴대전화)이 생겨서 손 편지를 굳이 쓸 필요가 없어지기도 했다.

일기와 다르게 편지는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의 일종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보내는 편지든지 나는 편지 한 장을 쓸 때마다 수없이 국어사전을 펼쳐 확인을 하곤 했다. 올바르게 표기해서 보내고 싶었다. 바르고 예쁜 표현들을 적고 싶었고. 내용만큼 바른 표기에 집착했던 것은 맞춤법을 틀리면 어쩐지 내용의 신뢰도까지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국어사전을 자꾸만 들여다보며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었다. 그때만 해도 인터넷도 없어서 사전이 필요했고 그러다 보니 나는 영어사전보다 국어사전을 더 많이 찾았던 것 같다. 부모님, 친척, 친구, 선배, 후배, 제자, 군대 간 남사친, 선생님, 교회 교역자님... 내 편지의 대상은 다양했고 누구에게 보내는 것이든지 나름의 정성을 다했다. 그땐 참, 하고 싶은 말도 많았던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나는 그때 퍽 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게 늘 확인하며 글을 써 왔지만 지금도 어려운 게 맞춤법이고 띄어쓰기이다. 틀림없이 맞게 썼다고 생각해서 찾아보지도 않은 표현들 중에 잘못 써 온 말들이 있음을 나중에 알게 되면 어찌나 부끄럽던지. 특히 맞춤법에 있어서는 강박증이 있나 싶을 만큼 틀리게 쓰는 것에 예민한데 -말로 할 때도 그런 편이다.- 띄어쓰기는 맞춤법보다 더 어렵게 여겨져서 사실상 포기하고 쓰는 편이었다. 띄어쓰기는 오로지 감으로 해왔다. 책을 읽으며 눈여겨봐 온 대로 써 왔더랬다. 우리말 우리글은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주로 사용하므로 제대로 잘 쓰고 싶었다. 그래야 잘 보존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도 은어, 비어, 속어, 욕설... 이런 걸 쓰면 우리말이 훼손되는 기분이 들어서 거의 쓰지 않고 아무리 귀찮아도 줄여 쓰는 것 역시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이렇게 관심이 지대했던 나에게 "우리말 맞춤법 띄어쓰기" 이 책은 정말 눈에 확 띄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뭘 좀 알고 쓰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이 책은 국어국문학과 국어학을 공부하고 국립국어원에서 연구관으로 재직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 정희창 님이 펴낸 책이다.

4장으로 되어 있으며 1장에서는 한글 맞춤법의 원리, 2장에서는 한글 맞춤법의 실제, 3장은 띄어쓰기의 원리와 실제 그리고 4장에서는 문장 부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리를 설명하고 실제 활용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좋았다. 다만 이 모든 걸 내가 다 알고 기억해서 올바르게 쓸 자신이 없어졌다. 기억하기에는 기억해야 할 것이 많기도 했고 내가 처음 국어를 배우던 시절과 달라진 것들도 많아져서 그렇다고 변명을 해 본다. 처음에 어떻게 배우고 기억했는지가 오래가는 것 같다. 우리 집 아이들 받아쓰기 하던 시절의 문제들을 보면 내가 배우던 시절과는 천지 차이였다. 맞춤법은 물론 띄어쓰기와 문장부호까지 정확하게 써야만 하는 받아쓰기를 하는 걸 보며 이제 ㄱ ㄴ ㄷ을 배운 아이들이 그게 되겠나 했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배우고 써 온 아이들은 그게 되더라. 그래서 아이들에게 맞춤법을 물어보고 쓰는 일도 요즘은 많았는데 앞으로는 이 책을 사전 대신, 곁에 두고 글을 쓸 때마다 펼쳐 볼 생각이다.

모든 글쓰기의 시작과 완성, 이 책의 부제인데 그 모든 글쓰기의 시작과 완성을 이 책으로 배우고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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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교감
이혁 지음 / 연화경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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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어느 날, 모유수유를 하고서 아기를 안아 재운 후 조심스레 눕히고 나서 땀을 식히기 위해 시원한 냉수를 벌컥벌컥 마신 적이 있었다. 평소에는 거의 물을 마시는 일이 없던 내가 그날따라 갈증이 나고 더워서 그랬는데 물을 마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갑자기 오한이 나면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열이 끓는데 몸은 덜덜 떨리고 아파서 결국은 병원행. 다른 이유는 없었다. 지친 몸에 차가운 물을 한 잔 마셨다는 것이 오한과 발열의 원인이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이 사건은 내가 겪은 것은 아니고 아는 사람에게 일어난 불행이었다. 그분의 20대 아들이 어느 저녁 날, 치킨을 먹은 후 차가운 물인지 찬 사이다인지를 마셨다는데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었다. 기름지고 조금 식은 치킨과 차가운 음료가 평소 지병도 없고 건강하던 젊은이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것은 너무나 슬프고 충격적인 일이었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마시는 물과 음식이 어떻게 먹고 마시느냐에 따라 몸에 이롭기도 하고 해로울 수도 있는 것 같다. 이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이야기들도 결국 이런 이야기이다.

물을 조금씩 나누어 마실 것(모든 사람에게 매일 2리터씩의 물이 필요한 것이 아님. 저마다 필요에 따라 마시기), 잘 자도록 할 것, 과식하지 말 것, 찬 음료를 줄일 것, 음식 섭취에 주의할 것, 적절한 운동을 할 것, 오전과 저녁에 걷기 등등.

이 제목이 몸의 교감이듯이 우리 몸의 교감, 마음의 교감, 자녀 또는 부모님과의 교감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인위적이거나 억지로 또는 남들과 똑같이 누구에게나 통하는 건강상식 이런 것보다 각자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주는 것, 챙겨주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도 보편적이고 평소 습관이 되면 좋을 건강에 대한 상식 이야기.

물을 많이 마셔주라는 이야기가 종종 매스컴에서 나오길래 물을 가까이 하지 않던 나는 더 많은 물을 마셔보려 노력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이었다.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물 마시는 게 고역이었고 좀 과장해서 이야기 하자면 익사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책에서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많은 물의 섭취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 설명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부담없이 물을 나누어 조금씩 자주 마시는 쪽으로 노력 중이다. 여름 내내 찬 물과 아이스 커피를 달고 살다가 역류성 식도염이 극심해져서 병원에 다녀온 일이 있다보니 온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책의 목차를 읽어보다 그것에 이끌려서였다. 어지러움, 다이어트, 순환, 비염, 약물 남용, 몸의 재생, 불면.. 이것들은 다 나에게도 어느 정도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었던가. 다 읽어보니 당장 해결되는 처방이 쓰여 있지는 않았다. 다만 평소 물과 음식의 바른 섭취에 대해 설명하며 권하고 있고 온수를 마신다거나 인스턴트 보다는 자연식을 한다거나 아침 저녁으로 걷기와 같은 것들은 당장 실천에 옮겼다. 어렵지도 않은 것들이라 과연 이것만으로 비염과 어지럼증 같은 게 개선이 될 것인가 의심쩍은 것도 사실이지만 최소한 더 악화되는 것만은 막아줄거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이 책은 띠지가 눈에 확 띄었는데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다. - 테스 형이 말씀하셨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 된다." (히포크라테스)-

아, 히포크라테스도 테스형이구나. 소크라테스만 테스형이 아니었어!

전에도 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자신이 된다는 말 말이다. 지난 2년간 먹은 것이 우리 자신이랬다. 매일 빵만 먹는 사람은 빵이고 매일 술만 마시는 사람은 술이라고. 내가 먹는 것이 나 자신이 된다는 말은 우리가 평소 먹고 마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 주는 것 같다. 이제라도 잘 먹고 마시면 나 자신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도 희망적이다.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생활 습관을 바르게 하여 나 자신을 잘 만들어가야겠다. 나는 특히 수면 부족이 늘 문제인데 그것도 노력해 봐야겠다. 내 몸에 흐르는 체액의 정체되고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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