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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 라틴아메리카
장재준 지음 / 의미와재미 / 2021년 1월
평점 :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며 어느 잡지에서 소개한 사진들을 어릴적에 본 적 있다. 이국적 풍경, 해질녘 바닷가, 뜨겁고 눈부신 햇살. 쿠바의 아바나였다.
중남미는, 내게는 아프리카만큼 낯설다. 그만큼 미지의 세계이고 아는 게 없는 만큼 궁금한 곳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나는 그곳을 소개한 책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것 같다.
<대체불가 라틴 아메리카> 이 책 역시 그런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다.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소개 또는 여행자의 에세이 정도일거라 생각하며 가볍게.
그런데 첫문장부터 자세를 고쳐앉아 읽게 된 책이었다. 글은 유려하고 전문적이며 솔직히 말하자면 어렵기까지 했다. 논문을 읽는 기분이 들었달까.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읽으려니 처음엔 저자가 하려는 이야기가 뭔지 파악하느라 몇번씩 읽기도 했다. 글은 너무나 잘썼는데 내가 지식이 얄팍하다보니 이해를 못해서 헤매느라고.. 그러나 읽어가다보면 라틴 아메리카가 문득 가까워져 있음을 느끼게 되는것 같다. 진작 관심을 두고 공부해서 미국에서 살던 그때 중남미를 가보았더라면 좋았을걸. 이제는 지구 반대편에 와 있으니 큰맘 먹지 않고는 가보기도 어렵겠지만 책을 통해 알아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와 인종이 존재하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마야, 잉카, 아즈텍 문명과 아마존이 내가 기껏 아는 정도였다. 어려서 듣고 읽은 책에서 느낀건 그들은 한때 야만적이었다는 것이었고, 나중에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서 본 지금의 그들은 정열과 여유가 가득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나같은 사람도 뻔히 아는 것들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를 소개하지 않는다.
이 책의 키워드는 다섯 가지로 경계, 아바나, 혁명, 차스키 그리고 슈거노믹스이다.
1장 경계에서는 여러 의미의 경계를 이야기해 준다. 문화, 정치, 경제.. 그 가운데 로열해적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이라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경계를 지으면 단절이지만 경계를 넘으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그들과 우리네 과거에서도 접점을 찾아낼 수 있는건지 저자는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와 페루 북부 해안의 모체Moche 문명이 남긴 사람얼굴모양 토기의 닮은점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또한 경계인의 시선에서 보는 쿠바의 애니깽 이야기도 담고 있다. 주로 영화나 음악 또는 인물을 들어 글을 풀어가고 있어서 저자가 언급하는 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음악을 모르거나 사람을 알지 못하면 막연히 짐작하며 읽어야 하기도 해서 이후에라도 여기서 이야기하는 영화들은 찾아보고 싶어졌다.
2장은 아바나. 부제는 음악의 섬이다. 음반과 다큐멘터리로 출시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모르면 이 장은 진도가 잘 안나갈수도 있겠다. 반대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만큼은 꼭 알아야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고. 쿠바의 연인도 궁금해졌다.
3장은 혁명이다. 그러나 부제는 총알처럼 시를 품고. 어딘지 강렬하고 슬프나 낭만적이다. 혁명이라 하면 체 게바라 밖에 생각이 안났는데 체 게바라 뿐만 아니라 페트라 에레라, 프리다 칼로, 클라라 데 라 로차, 아멜리오 로블레스 등등을 통해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엿본다.
4장에서 소개하는 것은 잉카. 그중에서도 차스키라는 잉카의 파발꾼에 대해서이다. 상상할수도 없이 힘들었을것 같으면서도 그만큼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이 이룬 네트워크도.. 꼭 가보고 싶다.
마지막 5장은 슈거노믹스. 음식과 산업을 통해 보는 지배구조 등을 알 수 있다. 설탕, 옥수수, 풍부한 음식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운 모습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나는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로망만 있었을 뿐 아는 것이 없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책과 영화와 음악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게되었다. 읽는데에 어려움도 있었으나 다행히 뒤로 갈수록 쉬웠다. 관심분야의 차이에 따름일수도.. 책의 제목처럼 대체불가한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 알고싶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더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