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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맞춤법 띄어쓰기 - 모든 글쓰기의 시작과 완성, 개정증보판 ㅣ 세상 모든 글쓰기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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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평점 :
내 취미는 '편지 쓰기'였다. 손으로 꾹꾹 정성스럽게 쓰고 나서 봉투에 주소와 이름을 적고 우표를 붙여 편지를 부치는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이 기쁘고 좋았다. 하루에 두세 통씩 편지를 썼으니 편지쓰기가 취미였다는 말은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편지 쓰기를 그만두게 된 건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하면서였던 것 같다. 이메일이 훨씬 편리한데도 불구하고 드문드문 보내게 되다가 결국 편지를 거의 보내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물론 나이 탓일 수도 있다. 그리고 더욱 편리한 기기들(특히 휴대전화)이 생겨서 손 편지를 굳이 쓸 필요가 없어지기도 했다.
일기와 다르게 편지는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의 일종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보내는 편지든지 나는 편지 한 장을 쓸 때마다 수없이 국어사전을 펼쳐 확인을 하곤 했다. 올바르게 표기해서 보내고 싶었다. 바르고 예쁜 표현들을 적고 싶었고. 내용만큼 바른 표기에 집착했던 것은 맞춤법을 틀리면 어쩐지 내용의 신뢰도까지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국어사전을 자꾸만 들여다보며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었다. 그때만 해도 인터넷도 없어서 사전이 필요했고 그러다 보니 나는 영어사전보다 국어사전을 더 많이 찾았던 것 같다. 부모님, 친척, 친구, 선배, 후배, 제자, 군대 간 남사친, 선생님, 교회 교역자님... 내 편지의 대상은 다양했고 누구에게 보내는 것이든지 나름의 정성을 다했다. 그땐 참, 하고 싶은 말도 많았던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나는 그때 퍽 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게 늘 확인하며 글을 써 왔지만 지금도 어려운 게 맞춤법이고 띄어쓰기이다. 틀림없이 맞게 썼다고 생각해서 찾아보지도 않은 표현들 중에 잘못 써 온 말들이 있음을 나중에 알게 되면 어찌나 부끄럽던지. 특히 맞춤법에 있어서는 강박증이 있나 싶을 만큼 틀리게 쓰는 것에 예민한데 -말로 할 때도 그런 편이다.- 띄어쓰기는 맞춤법보다 더 어렵게 여겨져서 사실상 포기하고 쓰는 편이었다. 띄어쓰기는 오로지 감으로 해왔다. 책을 읽으며 눈여겨봐 온 대로 써 왔더랬다. 우리말 우리글은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주로 사용하므로 제대로 잘 쓰고 싶었다. 그래야 잘 보존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도 은어, 비어, 속어, 욕설... 이런 걸 쓰면 우리말이 훼손되는 기분이 들어서 거의 쓰지 않고 아무리 귀찮아도 줄여 쓰는 것 역시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이렇게 관심이 지대했던 나에게 "우리말 맞춤법 띄어쓰기" 이 책은 정말 눈에 확 띄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뭘 좀 알고 쓰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이 책은 국어국문학과 국어학을 공부하고 국립국어원에서 연구관으로 재직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 정희창 님이 펴낸 책이다.
4장으로 되어 있으며 1장에서는 한글 맞춤법의 원리, 2장에서는 한글 맞춤법의 실제, 3장은 띄어쓰기의 원리와 실제 그리고 4장에서는 문장 부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리를 설명하고 실제 활용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좋았다. 다만 이 모든 걸 내가 다 알고 기억해서 올바르게 쓸 자신이 없어졌다. 기억하기에는 기억해야 할 것이 많기도 했고 내가 처음 국어를 배우던 시절과 달라진 것들도 많아져서 그렇다고 변명을 해 본다. 처음에 어떻게 배우고 기억했는지가 오래가는 것 같다. 우리 집 아이들 받아쓰기 하던 시절의 문제들을 보면 내가 배우던 시절과는 천지 차이였다. 맞춤법은 물론 띄어쓰기와 문장부호까지 정확하게 써야만 하는 받아쓰기를 하는 걸 보며 이제 ㄱ ㄴ ㄷ을 배운 아이들이 그게 되겠나 했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배우고 써 온 아이들은 그게 되더라. 그래서 아이들에게 맞춤법을 물어보고 쓰는 일도 요즘은 많았는데 앞으로는 이 책을 사전 대신, 곁에 두고 글을 쓸 때마다 펼쳐 볼 생각이다.
모든 글쓰기의 시작과 완성, 이 책의 부제인데 그 모든 글쓰기의 시작과 완성을 이 책으로 배우고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