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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사랑학교 ㅣ 게리 토마스의 인생학교 7
게리 토마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1년 1월
평점 :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노랫말일 것이다.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라서 교회에서도 참 많이 불려지는 곡이다. 그런데 나는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생각한다.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인가?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형상을 따라 지으시고 우리를 자녀삼아 주셨다. 노예나 장난감 혹은 제자나 친구가 아니고 전능자의 자녀로 삼아주셨다. 그리고 죄로인해 멀어진 우리를 위해 당신의 아들을 대속물로 내어주기까지 하셨다. 그러니 우리는 하나님께 사랑받는 자녀가 맞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를 망극하게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줄 노래이지 이미 믿는 우리가 부를 노래는 달라야 할 것 같아서 나는 늘 그 노래를 잘 부르지 못했다.
믿음을 가진 이들이 불러야 하는 노래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고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이므로 그 사랑을 본받아 사랑 가운데서 행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여겨서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랬다. 머릿속으로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 기도도 따라서 그렇게 해왔다. 그리스도를 본받아,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며 사는 사람이게 도와 달라고.
그렇다면 나는 그 생각대로, 그 기도대로, 그 맘 먹은대로 살고 있던가?
사랑은 무엇일까? 강한 끌림? 깊이 좋아하는 감정? 홀딱 반하는 마음?
처음 시작은 그런 마음에서부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기적으로 시작된 그 감정은 사랑하는 상대와 관계를 맺으며 이타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사랑인 것 같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인 것이다. 느끼는 게 아니라 하는 것이 사랑인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 하는 것"일까. 나는 사랑을 하며 살고 있는가?
부부사랑학교라고 번역된 게리 토마스의 책을 읽으며 이 질문을 나에게 계속 던졌다. 이 책에서는 부부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지만 부부를 넘어 모든 사람을 대할 때의 마음과 태도가 이와 같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일단 이 책은 가정 안에서 배우자와의 사랑을 이야기 하는 것이므로 거기에 한정시켜 생각해보기로 했다. 결혼 할 때 다들 이렇게 약속한다. 기쁠때나 슬플때나 아플때나 건강할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기쁠때만, 좋을 때만, 건강할 때만, 부유해졌을 때만, 나에게 유익할 때만 사랑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사랑하겠다고 약속했지 사랑받기만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 과연 나는 그 약속대로 살아가고 있었던가.
나한테 잘할 때만 나도 잘해주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하면 원망하고 내 마음에 상처를 주면 배우자의 마음에도 상처를 입히는 것을 당연히 여기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이제 다시 생각해보니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가 옳다. 그 당신은 "내"가 아니라 나의 "당신"이고 말이다.
나는 이 책이 가볍게 읽히지 않았다. 너무나 당연한, 배우자를 사랑하는 삶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일이 될 줄이야. 나는 물론 남편을 사랑하며 살아왔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가정도, 사랑도, 배우자도 모두 한차원 더 높고 넓은 고귀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저자가 말하길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이므로 나의 배우자도 하나님의 자녀이며 따라서 하나님은 나의 시아버지거나 장인이라는 것이었다. 관점을 그렇게 바꾸니 세상 누구도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어졌다. 그런데 바로 이대목에서 나는 처절하게 무너졌다. 어느 누구도 이제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겠다는 생각은 동시에 나는 혹시 이제까지는 선별적으로만 호의를 베풀며 살아왔다는 것과 같은 뜻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또 무슨 종류의 교만인가.
암튼 내 남편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생각하며 다시보니 지금과는 다른 차원으로 섬겨야 할 것 같았고 이제까지 그렇게 못해준 게 미안해졌다. 한편 역시 하나님의 딸인 나에게 그가 준 상처들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해졌다. 불편해진 그 마음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사랑하겠다는 결단과 배치되어서) 그것이 또 불편했고.. 진지하게 읽으며 내 마음을 들볶느라 좋은 권면으로 가득한 이 책을 읽는 내내 우울했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결국 이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사랑하며 살라는 것. 그 얘기를 성경적 지혜와 실제적 제안으로 가득 풀어놓은 책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부부 10계명 뭐 이런 류의 책이 아니고.
크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첫번째 파트는 하나님이 설계하신 결혼은 경이로운 실체라는 것. 두번째 파트에서는 더 친밀한 연합으로 세우는 결혼 생활에 대해. 그리고 세번째 파트에서는 더 깊은 사랑을 추구하는 열정을 이야기 한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장이라고 불리는 고린도전서 13장을 하나하나 풀어 쓴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이해하던 것과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렇기도 했다. 고린도전서 13장은 이러하다. 사랑은 오래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고 교만하지 아니하고....
이 중에서 세번째, '사랑은 시기하지 않는다'를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배우자가 당신을 배려하는 것이 당신이 배우자를 배려하는 것만 못하면 억울한가? 이것도 시기다! ... (중략) .. 자신이 배우자를 대우하는 것만큼 자신도 똑같이 대우받고 싶은 것이다. 이는 자신이 베푸는 그 호의를 시기하는 영적 악습이다.(후략)" (p.296)
나는 교만했던 것 같다. 내가 사랑하며 살고 있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음을, 부족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서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불편했던 것 같다. 그 가운데에서도 욕심(나만 사랑해야 해? 나도 사랑받고 싶으면 안돼? 이런 마음)이 생겨서 우울함까지 겹쳤고.
내가 너무 버거워하는 것을 본 남편이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며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면 된다고 얘기했다. 그래, 저자도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좋은 결혼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서로를 향한 은혜와 사랑이 깊어지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고.
책 표지에는 '내가 먼저 읽고 나의 반쪽에게 선물하는 책'이라고 적혀 있는데 나는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못할 것 같다. 어쩐지 무언의 강요같아서? 다만 나의 어떤 변화로 그가 기쁨과 참 사랑을 느껴서 자신도 더욱 그렇게 하고자 해 준다면 고맙고 행복할 것 같다. 물론 자발적으로 읽고 사랑해주면야 더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