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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1 ㅣ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14
빅토르 위고 지음, 방곤 옮김 / 범우사 / 199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장발장은 '위험한 사람'으로 간주되었다. 중요한 것은 장발장이 위험한 사람으로 '간주'되었다는 것이다. 그 가 '위험한 사람'으로 간주되기 전까지 그가 행한 행동은 과연 그를 위험한 사람이라고 간주할 수 있을 정도로 악한 것이었을까. 아니다. 그가 악했다기 보다는 삶에 대한 본능에 충실했다고 해야겠다. 그런 그에게 소위 기득권으로 대표되는 사회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모두 그를 피했고, 장발장은 그의 마음을 악하게 먹기 시작했다.
그는 모두가 자신을 멀리할 때, 자신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한 미리엘 주교를 때려 눕히고 은촛대를 훔쳐 다라날 정도로 악해진 것이다. 이런 그를 변화시킨 것은 무엇인가. 그에게 그가 얼마나 악한가를 지적하며 변화할 것을 강요한 사회의 요구가 아니었다. 그가 굶주릴 때 먹여주고, 지쳤을 때 잠자리를 제공하고, 폭력을 휘두를 때 맞아주고, 심지어는 성당의 재산인 은촛대를 그가 훔쳐서 달아날 때 그 것을 아낌없이 배푼 미리엘 주교의 그에 대한 무조건 적인 사랑이 그를 변화시킬 수 있었다.
이 책이 출판된지 약 140년이 지난 오늘 날 세계에서는 전쟁이 일어났다. '선한' 미국이 '악한'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이라크의 '악한' 독재자였던 사담 후세인이 축출되었고, 이라크의 새 정부가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전쟁으로 인해서 엄청난 수의 무고한 이라크의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죽어갔다. 난 이라크가 얼마나 '악한' 국가인지 잘 모른다. 그리고 사담 후세인이 얼마나 '악한'지도자인지도 잘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미국이 이라크를 '악'이라고 규정했으며 '선'한 그들이 악을 바로잡기 위해서 이라크를 공격했다는 것이다.
난 궁금하다. 이 미국의 공격으로 죽어간 수 많은 이라크의 여성들과 어린이들(이들은 미국이 말하는 이라크의 '악의 요소'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인다. 이들은 단지 '악한' 이라크 독재자의 피해자일 뿐이다.)의 생명을 희생해도 될만큼 '악한' 이라크의 정부를 바로잡는 것이 미국에게는 중요했는가? 그리고 대랑살상을 야기할 수 밖에 없는 이런 공중 폭격으로 과연 '악한' 이라크 정부는 미국이 말하는 '선한' 정부로의 변화가 이루어질 것인가? 그 변화는 '선한' 정부로의 변화가 아니라 '미국에 대한 선한' 정부로의 변화가 아닌가.
이 책은 정확히 지적한다. '악한' 사람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회의 부조리와 기득권층의 욕심이라고... 그리고 '악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제제나 공격이 아니라 조건없는 사랑을 그에게 주는 것이라고... 빅터 위고가 약 140년 전 이 책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140년이 흐른 지금에도 유효하다. '미국, 제발 정신 좀 차리시오!'라는 말과 함께, 미국의 시민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