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삐삐는 어렸을 때 TV에서 본 적 있는 추억의 캐릭터였다.근데 어느 날 아이가 유튜브를 통해 흑백 영상의 삐삐를 시청하고 있는 게 아닌가!아이가 삐삐를 알고 있다는 게 신기했고 엄마의 어릴 적 추억을 아이와 공유하는 즐거움을 느꼈다.그동안 영상으로만 봤을 뿐 책으로는 접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 책으로 읽어보게 되었다.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어린 딸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삐삐 캐릭터를 탄생시켰다고 한다.〈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을 비롯하여 〈꼬마 백만장자 삐삐〉, 〈삐삐는 어른이 되기 싫어〉 등을 출간했다.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은 린드그렌이 죽자 스웨덴 정부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제정해서 그녀의 업적을 기리고 있는데 이 상은 우리나라의 동화책 작가 백희나가 수상해서 화제가 되었다.삐삐로타 델리카테사 윈도셰이드 맥크렐민트 에프레임즈 도우터...삐삐의 이름이 이렇게 길 줄 몰랐다.예전엔 바다의 무법자였지만 지금은 식인종의 왕이라는 삐삐 아빠에 대한 설명에서 신선함이 느껴진다.뭔가 무시무시하지만 예사롭지 않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삐삐는 뒤죽박죽 별장에서 혼자 사는 아이다.아니 말 한 마리와 원숭이인 닐스 씨와 함께 살고 있다.하지만 아빠가 챙겨준 여행 가방 가득한 금화로 호화로운 생활 중이라 아이들에게 마음껏 사탕과 초콜릿을 나눠 줄 수 있다.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아 맞춤법도 엉망이고 식사 예절도 잘 모르지만 생각이 자유로우면서 엉뚱하고 겁이 없는 아이다.정의롭기까지 해서 불의에 대해 참지 못하고 동물이나 약한 자를 괴롭히는 건 더더욱 참지 못한다.힘이 무척이나 세서 얼마든지 악당을 혼내줄 수 있는 것 또한 그녀만의 장점이다.말 한 마리를 번쩍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이라니!삐삐와 함께하는 곳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고 아이들은 신이 나서 즐겁다.삐삐의 친구인 토미와 아니카가 그녀와의 이별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자 아빠를 따라 식인종 나라로 가기보다 친구들을 선택하는 정이 많은 아이다.기발한 삐삐 이야기가 감동과 더불어 통쾌함과 재미를 안겨줘서 좋지만 이 책은 로렌 차일드의 삽화를 보는 재미까지 더해주고 있다.로렌 차일드의 그림은 밝고 경쾌하면서도 옷감의 패턴처럼 특정한 무늬가 반복되는 형태가 많다.마치 패션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를 보는 것 같다.작년에 읽은 로렌 차일드 그림의 〈메리 포핀스〉가 인상에 남아서 그녀의 삽화가 들어 있는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빨간 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얼굴, 양 갈래로 땋은 머리카락이 삐삐의 톡톡 튀는 개성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자기만의 세계를 두려움 없이 펼쳐 보이는 삐삐를 통해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나만의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후기는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적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