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포밍 : 두 번째 지구 만들기 길벗어린이 지식 그림책 12
박열음 지음, 박우희 그림, 이정모 감수 / 길벗어린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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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 부산 국립과학관에서 우주의 신비를 다룬 전시를 아이랑 관람했다.
그때 봤던 내용들을 떠올려보면 다른 행성들보다 유달리 달과 화성에 대한 내용이 많았고 특히나 화성관만 따로 꾸며 놓았던 점이 특별하다고 여겨졌다.
화성 거주지라든지 화성에서의 식물 키우기 등등의 전시를 보면서 무슨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오는 상황이라고만 막연히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그 전시가 의미하는 바는 바로 테라포밍이었던 것 같다.
화성을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주거지로 꾸며서 이주한다는 게 2년 전만 해도 꿈같은 얘기로 현실감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 일론 머스크 때문에 자꾸만 관심이 가고 지속적으로 로켓을 만들어 발사하는 걸 보면 지금 당장은 아닐지언정 (엄청난 기술과 자본이 축적된) 언젠가는 실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테라포밍에 대한 관심으로 선택한 책은 테라포밍 : 두 번째 지구 만들기이다.
어린이용으로 나온, 책장에 꽂히지도 않을 정도로 큰 책이다.
이제껏 본 책 중에 가장 큰 사이즈의 책이란 점이 신기해서 아이 태블릿과 엄마 다이어리와도 비교하며 사진을 찍었다.
대략 가로 30cm*세로 38cm가 되는 크기라 책상 위에 펼쳐놓고 보니 책상을 꽉 채운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우주만큼이나 넓고 큰 책이었다.

망가진 지구에서부터 시작하는 차례를 찬찬히 읽다 보면 대략적인 테라포밍의 과정이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50년 후인 2070년 지구의 모습은 상당히 회의적이다.
하늘은 매연으로 뿌옇고 땅은 쓰레기로 뒤덮였으며 바다는 폐수로 시커먼 데다 바다 가운데는 쓰레기섬이 떠다닌다.
식량도 물도 자원도 부족한 상황, 오염 물질이 가득하고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에 산다는 건 재앙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던 중 전 세계 과학자, 기술자, 정치가들이 모여 대책을 세우고자 모였고 테라포밍으로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만들기로 했다.

테라포밍(Terraforming)이란 지구(Terra)를 만든다(forming)는 의미로,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을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만드는 일을 말한다.

테라포밍은 지구에서 40억 년에 걸쳐 일어난 일을 과학의 힘을 통해 몇 백 년 만에 이루어내야 하기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혁신적인 기술의 발달 등 아주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작은 것 하나라도 실패하면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없게 된다.

테라포밍 외에 우주 이민을 가거나 우주 기지나 행성 기지를 만드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일단 지구와 닮은 환경을 갖춘 행성을 찾기 힘들고 거대한 우주 기지를 만들기엔 자원이 부족하며 행성 기지의 경우 운석이나 우주에서 날아오는 광선 등으로 기지가 파괴될 수 있다.

테라포밍은 아주 위험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인간이 직접 가는 대신 로봇을 만들어 우주로 보내는 게 안전하다.
테라포밍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행성을 찾아야 한다.
지구와 비슷한 크기와 중력, 독한 가스나 위험 물질도 없고 온도도 어느 정도 비슷하며 다른 생명체도 없는 곳이 딱 좋겠다.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행성을 찾았다면 우주 방사선을 막을 수 있는 거대한 자기장을 만들어야 한다.
얼마 전 북극 항로를 비행한 항공 승무원의 우주 방사선 피폭에 의한 백혈병 발병이 첫 산재로 인정받았고 우주 방사선 피폭 기준이 강화되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방사선 피폭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일었다.
실제로 우주 방사선은 태양과 같은 별이 뿜어내는 강력한 방사선으로, 피부 속에 화상을 입히거나 세포 안 유전자를 망가뜨려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거대한 자석과도 같은 지구에서는 지구 내부 깊숙한 곳에서 용암과 함께 녹은 철이나 니켈이 소용돌이치면서 자기장이 생겨나는 다이나모 현상이 일어나 태양이 내뿜는 우주 방사선을 막아낸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전자석을 만들어 인공위성에 매달아 행성의 궤도에 올려놓으면 자기장이 행성 전체를 고르게 덮을 수 있다.

다음으로 우주에서 수시로 떨어지는 운석을 막기 위해 공기를 만들어야 한다.
공기가 압축되면서 생긴 열이 운석을 공중에서 태워 버릴 수 있도록 대기를 형성해야 하는데 가까운 행성에서 공기를 가져오거나 얼음을 녹여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방법이 있으며 운석을 막을 만큼 두꺼운 공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과 드라이아이스가 얼어붙은 얼음덩어리인 혜성을 녹이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혜성을 녹이는 방법으로는 거울로 녹이기, 핵폭탄으로 녹이기, 검은색으로 칠하기 등이 있다.
드라이아이스를 녹여 이산화탄소를 만들면 이산화탄소가 행성의 대기가 된다.
이산화탄소는 열을 잡아 가둬 행성을 따뜻하게 유지시켜 생물이 살기 좋은 조건으로 만들어 준다. (온실 효과)

지구 환경에서 대기와 함께 중요한 부분이 다름 아닌 물인데 대기를 만들 때 이용한 혜성의 얼음이 녹아서 그 물이 낮은 곳에 고여 바다가 만들어지고 강과 호수도 생겨난다.

대기와 물이 형성됨으로써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살아 있는 생물을 우주선으로 직접 실어 나르는 일은 비효율적이므로 작은 세포나 DNA를 배양해서 복제 동식물을 만드는 방법을 이용하는 게 좋다.
실제 지구에서는 동물이 식물보다 먼저 등장했지만 테라포밍을 할 때는 식물을 동물보다 먼저 투입해야 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행성에는 생물에게 꼭 필요한 영양분이 거의 없어서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영양분을 만드는 식물이 먼저 자리 잡아야 동물이 그 식물을 먹고 영양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풀과 식물, 나무가 순서대로 자라나 숲이 오랜 시간에 걸쳐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걸 숲의 천이라고 하는데 이때 가장 먼저 빠르게 번식하는 이끼와 고사리를 심은 후 잔디나 벼, 보리를 심어 풀밭과 들판을 만들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은행나무, 다음으로 소나무 같은 침엽수 순으로 심는 게 식물이 빨리 자라고 울창한 숲이 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무가 많아져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산소로 바뀌게 되면 산소는 오존층을 만들어 자외선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행성에 풀어놓을 첫 동물로는 곤충이 좋다.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 줘서 꽃이 피고 식물이 씨앗을 맺을 수 있으며 곤충은 작은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또한 떨어진 낙엽이나 죽은 곤충 등을 분해해서 땅을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 다음 지구에서 가져온 작은 세포를 이용해서 아기 동물로 만들어 주는데 이때 초식 동물이 자랄 수 있도록 먼저 풀어준 후 육식 동물을 풀어줘서 생태계가 순환될 수 있도록 한다.

새로운 행성에 식물과 곤충, 초식 동물과 육식 동물까지 자리 잡았다면 이제 인간이 살 수 있는 생활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살기 편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터전을 만들어 생활하며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도시를 유지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새 행성에는 오랜 옛날 죽은 동식물의 사체가 썩어서 만들어지는 석탄과 석유가 없으므로 새로운 대체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이로써 모든 준비는 완료!
새로운 지구에 이주하기만 하면 된다.

책의 마지막에는 지구의 역사와 비교해본 테라포밍의 과정이 한눈에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기술의 힘이 우주까지 뻗어나갈 정도로 인간의 상상력이 무한하며 그러한 능력을 갖췄다는 점이 경이롭기조차 했지만 그보다 앞서 더 많은 생각을 머금게 한 건 이렇게 새로운 지구를 만들어 이주해야 할 상황이 닥칠 정도로 지구가 망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먼 미래에 테라포밍이 실현되어 우주여행을 즐기며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겠지만 우선은 우리가 살아온 오랜 터전인 지구가 깨끗하게 보존되어 그 역할을 잃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환경 오염이나 지구 온난화 문제가 한두 해가 된 얘기가 아니지만 지금이라도 77억 지구인이 뜻을 한데 모아 노력한다면 테라포밍 없이도 이 땅에서 지속적으로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간절하게 소망해 본다.

- 이 후기는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적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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