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한국 미술사 풀과바람 역사 생각 7
박영수 지음, 강효숙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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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5학년 2학기 사회 교과에 나오는 한국사 공부를 위해서 매일 밤 아이에게 도서관에 빌린 한국사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고 있다. (아직도 말이다. 스스로 잘 안 읽으니 읽어주는 수밖에...)
한국사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는데 바로 어린이를 위한 한국 미술사였고 사실은 미술 관련 서적을 좋아하는 엄마가 아이보다 더 읽고 싶은 책이었다.

어린이를 위한 한국 미술사는 아이가 읽어도 참 좋지만 어른인 엄마가 읽어도 참 좋았다.
글자가 큼지막해서 노안이 오기 시작한 엄마가 읽기 수월했고 책 크기도 큰 편이라 책 속에 수록된 작품 또한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아무튼 아이를 위해 신청해 놓고 엄마가 더 신이 나서 읽었던 책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건 한국사와 연계해서 우리나라 미술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 조상들이 태곳적부터 즐겼던 예술 활동을 돌아보면서 관심과 흥미를 가지며 우리의 역사 속 선조들의 흔적을 더듬어나갈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아이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어른들에겐 학창 시절 한 번쯤은 접해 보았을 작품이 다수 수록되어 있었다.
반구대 암각화로부터 시작해서 고구려 고분 벽화, 백제 금동 대향로, 서산 마애 삼존 불상, 금동 미륵 반가 사유상, 석가탑과 다보탑, 석굴암, 성덕대왕 신종,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 숭례문, 안견의 몽유도원도, 분청사기, 신사임당 초충도, 윤두서 자화상, 정선의 인왕제색도, 심사정, 김홍도의 풍속화, 신윤복, 김정희의 세한도와 추사체, 장승업, 이중섭, 박수근, 박생광, 백남준, 간송 전형필로 이어졌다.
한국 미술사의 대표적인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어서 큰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역사의 흐름에 따라 선조들의 삶과 예술의 변화를 알 수 있고 시대 상황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예술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엿볼 수 있었다.

학교 다닐 때 역사 책에서 몇 마디 문장으로만 배웠던 내용을 하나하나 상세한 설명으로 다시금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조상들의 발자취를 더욱 분명하게 머릿속에 되새기며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에 대한 긍지를 지니게 되었다.
신석기 시대 울주 대곡리 반구대에 새긴 암각화는 고래 사냥을 기념하고 잘 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귀신고래, 혹등고래, 향고래, 들쇠고래, 범고래 등의 다양한 고래의 특징적인 모습과 고래 사냥 장면을 잘 묘사해 놓아서 2013년 프랑스 고고학 잡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사냥 장면과 신화적 모티브를 서사적으로 가장 완벽하게 표현한 그림"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개발과 보존의 갈림길에서 손상되어가고 있는 상황은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아름다운 예술품을 따라 책장을 넘기면서 마음이 흥분되고 즐거웠다.
여행이라도 마음껏 다니며 자유롭게 볼 수 있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마음도 들면서 책으로나마 대리만족을 느꼈다.
읽으면서 문화재 보존과 더불어 마음이 쓰였던 건 왜 우리 문화재가 해외에 나가 있는 게 많은가 하는 점이었다.
힘없는 나라여서 여러 나라에 휘둘리며 우리의 귀하디귀한 보물들이 외국 박물관에 턱하니 전시되어 있다는 사실이 몹시도 불편하게 여겨졌다.
그리고 우리가 후대에 남길 수 있도록 보존해야 하는 입장에서 더 엉망으로 만들고 일부러 훼손하는 등의 만행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읽으면서 여러 가지 마음이 스치듯 교차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는데 성덕 대왕 신종에 대한 것이다.
작년 초 마지막 여행이 되어버린 경주에서 성덕 대왕 신종을 보고 아이에게 내가 알던 대로 에밀레 종이라고 설명해 줬는데 이것이 사실이 아닌 거짓 괴담이라고 한다.
당시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를 숭상하고 있어서 아이를 바쳐서 종을 만들 리가 없으며 우리나라 역사서 어디에도 없는 기록이란다.
이런 괴담이 만들어진 건 일제 강점기 때 조선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등장한 어밀네 종이라는 동화에서 유래되었으며 이것이 친일 극작가에 의해 연극으로 만들어져 널리 퍼져나갔다고 한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성덕 대왕 신종을 에밀레 종이라고 부르지 말아야겠다는 것, 명심해야겠다.

아이가 인상적으로 봤던 그림은 신사임당이 그린 여러 초충도들이었다.
얼마 전 읽은 한국사에서 아이에게 인상적으로 남았던 인물이 바로 소서노였는데 남편을 왕으로 만들고 자신의 아이도 왕으로 만든 강단 있는 여성으로 설명해 주었는데 거기에 깊은 감화를 받았는지 소서노란 이름을 단박에 외워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역사 속 인물 중에서도 여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는데 신사임당은 오만 원짜리 지폐에도 등장하니 더욱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보았다.
사실 아이는 벌레를 아주 싫어하는데 나비라면 몰라도 신사임당은 이렇게 개구리나 도마뱀 같은 것도 관찰하며 그렸냐고 놀라워했다.
반면 엄마가 깊은 인상을 받았던 건 오방색의 화려한 색채가 강렬한 박생광의 작품이었다.
박생광은 고구려 고분 벽화, 불교 설화, 역사적 사건, 무녀 등을 전통적인 색채로 표현한 진주 출신의 화가였다.
정말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그림이라서 너무도 강하게 인상에 남았다.

마지막을 장식한 간송 전형필은 작품을 만든 예술가가 아님에도 이 책에 소개된 이유는 자신의 전 재산을 바쳐서 우리의 미술품과 문화재를 사랑한 진정한 예술가였기 때문이다.
예술적,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비싼 돈으로 사들이며 우리의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서 힘썼으며 우리에게 문화재의 소중함을 알려 주었다.
그가 애써 모은 미술품과 문화재는 간송 미술관에 잘 보존되어 있으며 훈민정음, 신윤복필 풍속도 화첩, 심사정의 촉잔도권, 김홍도의 풍속화, 장승업의 그림,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을 비롯한 고려청자, 정선의 그림, 조선백자 등 최고 명품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전까지 서양 미술사 관련 책만 잔뜩 읽었는데 이번 기회를 빌어 우리 미술사에 대한 관심도 새롭게 가지며 작품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 업체로부터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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