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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 - 닭볏부터 닭발까지, 본격 치킨 TMI
가와카미 가즈토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기름진 게 당기는 오후 아이가 좋아하는 치킨을 떠올리며 치킨에 관련된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라는 책이다.
이 책은 일본의 조류학자이자 치킨 더후인 가와카미 가즈토가 지은 것으로,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조류의 해부학적, 진화 관련 내용을 위트와 유머 넘치는 글솜씨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는 조류의 진화가 수각류 공룡으로부터 비롯되었으며 날기 위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 어떻게 체중을 경량화해서 최적화했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즐겨 먹는 조류인 닭의 부위별 해부학적 특징을 통해 조류의 진화 과정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전문용어가 상당수 등장하므로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닭의 부위별 명칭을 자세하게 담은 네 가지 도해를 참고해서 읽으면 한층 수월해진다.
닭은 공작이나 칠면조 같은 꿩과에 속하는 조류로, 거의 날지 못하는 종이다.
나는 것보다 지상에서 걷는 걸 좋아하며 어쩌닥 푸다닥 점프를 할 뿐이다.
이러한 점은 닭이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한 가금류의 일종으로, 식용으로 사육하기 쉽도록 품종개량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닭고기 중에서 가장 큰 중량을 차지하는 건 닭가슴살로, 지금도 다이어트 식재료로 애용되는 부위다.
닭의 가슴근육이 거대한 이유는 날개의 기초가 되는 상완골로 이어져 있어서 힘차게 날개짓을 하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새의 몸은 하늘을 날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서 경량화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왔는데 가슴근육은 날개짓을 하는 거대한 엔진에 해당하므로 새의 몸 대비 가슴근육 비율은 다른 동물에 비해 유난히 높다고 볼 수 있다.
가슴살이 날개를 내려치는 근육이라면 안심은 날개를 들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근육이다.
윗날개의 중심을 지지하는 뼈인 상완골은 속이 텅 비어 있어 경량화에 도움이 되고 기낭이 뼈의 내부로 들어가 있어 비상이라는 격한 운동으로 생긴 열을 체외로 방출할 수 있다.
치킨(주로 영계로 만듦)을 먹은 후 날개끝에서 나오는 뼈인 지골, 중수골, 여러 개의 수근골 등이 성체 닭에서는 유합되어 손바닥 뼈인 수근중수골이라는 하나의 튼튼한 뼈가 되는데 이는 새의 선조인 공룡이 이 부위의 유합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에 유합에 이르는 진화의 경로를 추정할 수 있다.
가슴살은 부드럽고 하나의 근육으로 되어 있지만 넓적다리살은 단단하면서 탄력 있고 여러 개의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새의 넓적다리는 몸통에 붙은 형태로, 평소엔 깃털에 가려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새의 다리 중간에 툭 불거진 관절은 발뒤꿈치라는 사실, 여태 새 무릎이라고 생각했는데 충격적이었다.
새의 종아리를 지탱하는 뼈는 경족근골이다.
인간의 경우엔 경골(정강이뼈)과 족근골(발목뼈)로 나눠져 있는 반면 조류는 이 둘이 유합되어 하나의 뼈가 된 것이다.
조류가 발생적으로 여러 개의 뼈가 유합되어 하나의 뼈가 되는 경우가 많은 건 모두 경량화 때문이다.
뼈 개수가 줄면 관절도 줄고 그에 따른 힘줄이나 근육 또한 생략된다.
새의 다리는 무릎과 뒤꿈치에 각각 한 번씩 접히는 Z자 형태로, 다리를 폈을 때나 접었을 때나 몸의 중심을 다리 위로 모아 안정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닭발은 탱글탱글 콜라겐 덩어리다.
새는 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는 상태에서 발가락으로 걷는 지행성으로, 안정성 확보를 위해 발가락을 좍 뻗어 접지면을 늘린 단풍잎 모양의 발을 가지고 있다.
육수로 쓰이는 닭뼈에 이어 내장인 간, 심장, 위 등이 나오는데 흥미로운 부위는 다름아닌 위였다.
인간의 위는 하나인데 새의 의는 샘위와 근위로 나눠진다.
샘위는 인간의 위와 같다고 볼 수 있고 근위는 모래주머니를 말하며 근육 덩어리로 되어 있어서 근육의 힘으로 위 내부의 음식물을 부순다.
새는 씹지 않고 삼키며 강산성의 위산이 분비되는 샘위에서 근위로 넘어가 신속한 소화 과정으로 경량화를 도모한다.
이렇듯 새의 모든 진화 과정은 비상을 위한 경량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닭볏 또한 닭발과 마찬가지로 콜라겐 덩어리로, 투명한 피부에 혈액이 비쳐서 붉게 보이는 것이다.
닭볏부터 닭발까지 치킨의 모든 것을 샅샅이 파헤친 책 한 권을 읽고 나니 다음에 치킨을 먹게 된다면 분리된 살의 형태와 발골된 닭뼈를 한 번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될 것 같다.
- 이 후기는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적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