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메티 형제 이야기 - 위대한 현대 조각가
얀 그린버그.샌드라 조던 지음, 해들리 후퍼 그림, 김영옥 옮김 / 봄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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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메티라면 당연히 알베르토 자코메티를 떠올렸고 미술 책에서 본 비정상적으로 가늘고 긴 인물상을 만든 조각가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형제라고?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었단 말인가 의아해졌다.
책 제목이 분명 자코메티 형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무슨 사연일지 알아보기 위해 책을 읽어내려갔다.
오랜만에 읽는 색감 풍부하고 감성 어린 그림책이라서 그림에도 눈길이 갔고 자코메티 형제에 얽힌 이야기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위대한 현대 조각가 자코메티 형제 이야기는 둘이었지만 하나의 삶을 살았던 예술 형제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형제의 손에서 꽃피워진 20세기 위대한 예술 세계를 다룬 이 책은 2019년 혼 북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또한 2019년 워싱턴 포스트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되었다.
얀 그린버그와 샌드라 조던은 예술 관련 책을 깊이 있게 집필하는 작가들로, 비록 글 밥이 짧은 그림책이지만 예술가의 업적을 기리는 생생한 내용으로 감동을 주었다.

스위스 스탐파 마을에서 태어난 두 형제 알베르토와 디에고는 한 살 터울로, 성격이 너무도 달랐다.
스위스의 유명한 화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알베르토는 예술에 재능이 있었고 반면 디에고는 야외에서 동물을 관찰하는 걸 좋아했다.
알베르토는 열세 살에 동생 디에고를 모델로 해서 첫 조각품을 만들었고 프랑스의 위대한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책을 읽으며 예술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알베르토는 당시 예술의 중심지였던 파리에서 초현실주의 작품을 빚었고 여기저기 사고를 치던 동생과 함께 파리에서 살게 된다.
초현실주의 작품에 염증을 느낀 알베르토는 예전처럼 실제 모델을 대상으로 조각을 했고 디에고는 5년 동안 같은 자세를 취하며 형을 위해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었다.
화실에서 일하는 사이 디에고는 손재주가 있다는 걸 깨달았고 무시무시한 제2차 세계 대전을 겪는 동안 홀로 파리에 남아 석고 틀에서 청동을 재료로 물건을 만들며 청동을 광내고 낡고 바랜 빛깔을 내기 위해 표면에 산을 칠하는 전문가가 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알베르토는 다시 파리에 돌아왔고 길쭉하고 호리호리하게 생긴 기이한 조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조각상은 전쟁이 몰고 온 폐허를 딛고 용감하게 일어선 사람들을 상징했고 사람들은 이에 감동을 받았다.
작품 전시를 위해 바빠진 형을 위해 디에고는 앙상한 형상을 지탱할 철사 구조물을 만들고 커다란 발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받침대를 만들었다.
또한 완성된 조각들의 틀을 만들어 금속 공장으로 싣고 가 청동을 만들며 까다로운 형이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바랜 색을 만들어냈다.
이렇듯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상에는 동생 디에고의 손길이 닿아 있었던 것이다.
뉴욕에서 자코메티의 전시회는 성공을 거두었고 디에고는 늘 형의 예술을 최우선으로 하며 자신의 시간과 도움을 내어 주었다.
알베르토가 죽은 후 디에고는 많은 가구와 물건을 만들어내며 형은 예술가였지만 자신은 공예가일 뿐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조각가였던 형의 옆에서 훌륭한 조력자의 역할을 자처한 디에고, 두 형제는 서로 달랐지만 예술이라는 이름 하에 서로 이어져 있었다.
형의 재능을 질투하거나 시기하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해 도왔던 동생의 이야기와 전쟁이나 가난에도 굴하지 않고 두 형제가 꽃피운 예술혼이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책 뒤편에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대표 작품 일곱 편을 소개하며 QR 코드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해놓아서 책을 통해 받은 감동을 배가시켰다.
작품마다 동생 디에고의 손길이 닿아 있다는 걸 기억하고 형제의 눈부신 우애에 찬사를 보내며 천천히 작품을 훑어보았다.

- 이 후기는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적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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