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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놀라운 발견 - 과학 영재라면 꼭 알아야 할 테크놀로지의 역사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이번 여름 긴 장마에 습하고 무더워서 에어컨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견뎠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어느덧 일상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에어컨이라는 물건은 단숨에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
많은 세월을 거쳐 냉기에 대한 호기심을 번뜩이는 여러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발견이었다.
우리의 삶을 편하고도 즐겁게 해주는 깨끗하고 시원한 물, 환한 불빛, 안경, 신나는 노래 듣기, 스마트폰 게임 등등...
우리 삶에서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시되는 6가지 핵심 테크놀로지의 시작과 탄생을 알아보는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놀라운 발견은 과학 영재라면 꼭 알아야 할 테크놀로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놀랍고 멋진 발견을 통해 오늘날의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6가지 테크놀로지는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이다.
오늘날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진행된 과학기술의 발달과 혁신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온도와 빛, 소리와 물 등 주변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한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디어들과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으며 혁신에 필요한 조각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생각을 지닌 발명가와 개혁가들은 취미 생활로 꾸준하게 문제를 해결했거나 이 책의 저자가 느린 직감이라 부르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느린 직감이란 순간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니라 수십 년을 두고 차근차근 구체화되고 뚜렷해진 아이디어를 뜻한다.
혁신적인 발명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지만 합리적인 예상을 뛰어넘어 우리 사회에 훨씬 폭넓은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에어컨의 발명이 미국 정치를 바꾸어놓거나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망원경과 현미경의 발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거나 하는 것 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건 롱 줌(long zoom)의 역사다.
예를 들면 유리가 현대 세계를 변화시킨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유리의 원료인 이산화규소의 속성부터 자세히 들여다보는 식이다.
첫 번째로 소개된 유리(GLASS)는 10,000년 전 리비아 사막에 있던 커다란 유리 조각으로 시작한다.
지구에 풍부한 화합물인 이산화규소는 섭씨 538도 이상이 되어야 유리로 만들 수 있다.
처음엔 장식물로 만들어졌던 유리는 좀 더 단단하고 더 맑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며 발전했다.
13세기 세계 무역의 중심지였던 베네치아 정부는 유리 제조인을 무라노 섬으로 이주시켰고 바로비에의 노력으로 투명한 유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유리로 확대경과 안경을 만들어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었고 더 나은 삶을 살게 되었다.
로버트 훅의 현미경, 갈릴레이의 망원경에 이어 19, 20세기에는 카메라용 렌즈와 영사기, 인광물질을 입힌 유리에 전자를 쏘아 영상을 만든 텔레비전 등의 발명으로 나아갔다.
또한 유리 섬유의 탄생으로 투명성보다 강도가 강조되었고 레이저와 유리 섬유를 결합해서 레이저 광선을 쏘았다.
오늘날 우리는 광섬유 케이블로 연결된 인터넷망을 이용하며 핸드폰으로 셀피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또 하나 무라노의 유리 제조인이 만들어낸 것은 자아를 의식하게 도와준 거울이었다.
대기가 안정된 하와이 섬 마우나케아 산 정상에는 W.M. 켁 천문대가 있는데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광학 망원경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유리를 통해 세포와 미생물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게 되었고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를 연결했으며 우주의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다.
유리로 말미암아 우리가 세상을 보고 경험하는 방법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두 번째로 다루고 있는 건 냉기(COLD)로, 열대 지역에서 얼음 사업을 시작한 프레더릭 튜더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오늘날 얼음왕으로 추앙받은 튜더는 얼음 무역에 필요한 채취와 단열, 운송과 보관 문제를 해결하며 15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었다.
1868년 시카고의 돈육왕 벤저민 허친슨이 얼음으로 꽉 채운 냉각실에서 포장, 운송하는 공장을 세웠고 1878년 프랭클린 스위프트는 냉장 차량을 만들어 소고기를 운반했다.
시카고의 육고기 포장 사업이 세계화되었고 얼음은 새로운 유형의 식량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인공 냉장 기계를 만들려는 시도는 존 고리, 페르디낭 카레 등으로 이어졌고 클래런스 버즈아이는 급속 냉동 방법을 개발해서 백만장자가 되었다.
프레더릭 맥킨리 존스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냉장 컨테이너를 개발해 미국의 식품 유통과 이동 냉동 테크놀로지에 혁신을 일으켰다.
오늘날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에어컨은 윌리스 캐리어에 의해 발명되었고 가정용 에어컨이 등장하자 1960년대 미국 남동부에서 남서부로 뻗은 선 벨트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대통령 선거인단의 분포가 달라졌다.
세 번째 이야기는 소리(SOUND)에 대한 것이다.
1990년대 초 발견된 프랑스 아르시 쉬르 퀴르 동굴 내 구석기 시대 동물 그림이 동굴에서 울림이 가장 깊은 곳에 그려졌다는 점은 참으로 흥미롭다.
인간의 목소리를 증폭시키고 높이려는 욕망, 목소리를 재생하려는 욕망은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처리, 정치와 예술 영역에서 작용하며 목소리에 관련된 과학기술적인 혁신을 가져왔다.
1850년대 스콧은 음파를 기계로 옮겨 적는 발명품을 구상했지만 재생 기능이 없었다.
그레이엄 벨이 만든 전화는 장거리 통신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은 발명품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안전한 통신선 확보를 위한 SIGSALY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는데 0과 1만을 사용하는 이진법 언어를 사용해서 디지털 프로그래밍했고 완벽한 복제가 가능했다.
이러한 소리의 디지털화로 노래와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디지털로 복제했고 컴퓨터와 신시사이저로 새로운 형태의 전자 음악을 만들었다.
벨 연구소에서 진공관을 만들어냄으로써 라디오 방송의 시대가 열렸고 증폭기의 출력을 강화한 마이크의 출현으로 정치인과 음악인은 많은 대중 앞에서 연설이나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소리 테크놀로지는 우리 목소리와 귀의 가청 범위를 꾸준히 확장해왔는데 수중 음파 탐지기를 통해 다른 선박이나 빙산, 물고기나 난파선의 위치를 찾아내거나 천연자원과 지진 단층선을 조사했고 유사한 테크놀로지인 초음파 장치를 이용해서 신체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영상을 촬영했다.
NASA에서 보이저 1호에 실은 인류를 대표하는 물건의 하나로 황금 레코드가 있는데 천둥 같은 자연의 소리, 고래 노래, 클래식부터 1950년대의 로큰롤까지의 음악, 55개 언어로 말한 인사말을 담았다고 한다.
네 번째 놀라운 테크놀로지는 청결(CLEAN)이다.
상수도와 하수도가 구분되어 있어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오물과 배수 문제로 인해 전염병이 돌았고 지하에 하수 시설을 설치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했다.
지금도 유효한 손을 씻어야 한다는 위생 관념은 1847년 헝가리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에 의해 제시되었고 존 스노는 콜레라 같은 전염병의 확산이 더러운 물에 있다는 걸 밝혀냈다.
현미경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 질병의 원인임을 알게 되었고 청결과 위생을 위해 도시 빈민가에 대중목욕탕을 짓기 시작했다.
독일 의사 로베르트 코흐의 노력으로 세균량을 측정하는 기준이 도입되어 상수도 개선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뉴 저지의 의사 존 릴은 화학물질을 사용해서 세균을 박멸하려는 시도를 했는데 클로르석회, 즉 염소로 물을 소독했다.
애니 머리는 염소 성분을 이용한 최초의 가정용 표백제를 만들었고 비누, 표백제, 구강 청결제, 체취 억제제 등의 개인위생용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오늘날 컴퓨터, 스마트폰, 노트북 등 첨단 기술에 사용되는 마이크로칩을 만드는 데 지극히 순수한 물인 초순수가 필요하다.
컴퓨터 테크놀로지 자체가 청결 혁명의 부산물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다섯 번째는 시간(TIME)이다.
시간이 없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젖소 우유를 다 짠 시간에 만나자고 했을지도.
천체의 규칙적인 움직임을 추적해서 측정한 시간이라는 개념, 갈릴레오는 피사 대성당의 흔들리는 제단 등을 보면서 중요한 영감을 얻게 되었다.
즉 진자는 진폭에 상관없이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러한 갈릴레오가 발견한 신묘한 속성을 기반으로 진자시계가 만들어졌고 정확한 시계는 산업화 시대에 필수적이었다.
지역마다 다른 시간을 가리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표준시가 채택되었고 시계를 맞추게 됨으로써 세계 무역과 여행, 커뮤니케이션이 크게 향상되었다.
벨 연구소의 매리슨과 호턴에 의해 수정 결정체의 안정된 진동을 이용한 최초의 수정시계가 만들어졌고 오늘날 시계가 달린 거의 모든 가전제품에 수정 압전기가 사용되고 있으며 수정시계의 발명으로 컴퓨터의 발명까지 가능해졌다.
세슘 원자 내에서 회전하는 전자가 규칙적으로 움직인다는 걸 이용해서 나노초까지 측정할 수 있는 원자시계가 등장했다.
시간 측정이 하루를 더 작은 단위로만 쪼개는 건 아니다.
방사성 원소들이 일정한 비율로 붕괴된다는 사실에서 마이크로 초가 아닌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큰 단위로 측정되기도 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먼 과거를 측정하는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으로 말미암아 인류의 이동이나 지질학적 변화를 연대순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빛(LIGHT)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공조명이 발명되기 전에는 촛불로 칠흑 같은 암흑을 견뎌내야 했다.
동물성 지방을 태워 만든 수지 양초는 깜빡거리는 흐릿한 빛을 내며 짙은 연기와 고약한 냄새를 풍겼지만 향유고래에서 추출한 경뇌유로 만든 양초는 불빛이 훨씬 크고 환하며 연기도 많지 않았다.
이후 빛의 연료를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에서 찾아내서 석유등과 가스등을 사용했다.
독일 과학자 아돌프 미테와 요하네스 개디케가 사진 촬영에서 플래시 빛을 발명했고 경찰 출입 기자 제이컵 리스는 빈민 지역 공동주택의 불결한 삶을 선명한 사진으로 폭로함으로써 공동주택법을 제정하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에디슨이 발명한 전구로 인해 공장이 하루 종일 가동될 수 있고 교대 근무조가 늘어나 생산성도 높아졌다.
또한 운동 경기와 오락거리에도 변화가 닥쳤고 네온광으로 간판이 화려해졌으며 냉장고, 식기세척기, 진공청소기 등의 가전제품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인간의 테크놀로지가 빗어낸 경이로운 빛줄기인 레이저는 하나의 파장만을 갖고 한 방향으로만 진행하는데 이를 이용해서 상품과 가격을 암호화한 바코드를 판독할 수 있게 되었다.
레이저 광선은 바코드의 스캐닝뿐만 아니라 외과 수술과 의학적 시술, 제조업, 구멍을 뚫는 천공과 용접, 음악과 영화, 핵융합에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편리하고 쾌적한 세상에 살면서 너무도 당연해서 관심을 지니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역사를 다양한 측면에서 되짚어보며 발견의 여러 조각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놀라운 테크놀로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발명은 결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다.
기존의 것을 잘 활용하고 퍼즐 조각을 맞추듯이 통합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 이 후기는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