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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도 괜찮아! - 포기를 아는 신비한 동물 사전 ㅣ 펭타랑
펭귄 비행기 제작소 지음, 정인영 옮김, 사토 가쓰후미 감수 / 아르볼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못해도 괜찮아! 란 제목이 코로나로 지친 일상에 위로로 다가오는 책이었다.
뭐든 완벽해야지 잘 못하는 게 있으면 그냥 부끄럽고 싫었던 지난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제는 그런 것에 무뎌지고 조금 뻔뻔해져서 살고 있지만 젊은 날엔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장점이 있고 단점 또한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타고난 걸 거스르지 못하는데 그걸 바꾸고 싶어 하는 자체가 삶을 더욱 피곤하게 하는 것 같다.
물론 노력 자체를 하찮게 여기거나 못하는 대로 마냥 내버려 두자는 건 아니다.
좀 더 긍정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도 있는데 너무나 자신을 힘들게 하며 살지는 말자는 의미이다.
이 책에 나온 55가지 동물의 생태를 살펴보면서 포기를 통해 그들이 얻은 지혜를 배울 수 있다.
하나를 포기하는 대신 다른 능력을 키워서 현명하게 살 수도 있는 것을 못하는 것 하나 때문에 삶 전체를 허비하는 건 크나큰 손실이란 생각이 들었다.
못해도 괜찮아!는 포기를 아는 신비한 동물 사전 책이다.
포기해도 괜찮아! 란 이면에는 더 잘하는 게 있으니까!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온전히 단점만 있는 사람은 없다.
더 잘하는 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찾지를 못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아기 펭귄 펭타와 박사가 등장하는데 펭타는 날개가 있는데도 날지 못하는 것을 고민한다.
하지만 펭귄은 하늘을 날 수 없지만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는 능력을 가졌다.
이렇게 못하는 것 대신 잘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삶을 긍정과 감사로 받아들이며 즐길 수 있다.
동물들의 생태는 같은 지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참 많은 놀라움과 신비로움을 자아내는데 잘 알지 못했던 동물들의 색다른 이면이 많아서 흥미롭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짠내투어에서 투구게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는데 생긴 외모만큼이나 그들의 일생 또한 인상적이었다.
2억 년 전부터 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해온 투구게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불린다.
알에서 부화해서 다 자랄 때까지 10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는지 아직도 자세히 모른다고 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투구게는 1년 중 반 년을 겨울잠으로 보낸다고 한다.
바닷물 온도가 15보다 낮아지면 움직이지 않고 겨울잠을 자는데 이는 몸을 쉬게 해서 힘을 아끼고 목숨을 보호하는 전략으로 여겨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충분한 휴식을 가져야 그렇게 축적된 에너지와 생기로 더욱 힘차게 내일을 준비하며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여기에 나온 동물들의 사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못하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잘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은 자연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생존 전략이다.
예를 들어 천산갑은 땅에 사는데도 털을 포기하고 비늘을 선택했다.
괴수처럼 생긴 동물 천산갑은 각종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전파하는 중간 숙주의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포유류임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털이 아니라 딱딱한 비늘로 덮여 있다.
그 이유는 털을 기르기보다 비늘로 몸을 보호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며 무거운 비늘로 몸을 움직이는 건 느리지만 적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날개 없는 파리 아나탈란타는 인도양과 남극 사이 프랑스령 크로제제도에 사는데 이곳은 1년 중 300일은 비가 내리고 100일은 바람이 세게 부는 섬이다.
아나탈란타는 파리의 한 종류이지만 날개가 없어서 날 수가 없다.
늘 강풍이 불어서 잠깐이라도 공중에 뜨면 바다에 빠져 버릴지도 모르는데 아예 날개를 버리고 나는 걸 포기하니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환경에 따라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전략이 동물들마다 각양각색이다.
아프리카코끼리는 원래 멋진 엄니인 상아를 지니고 있는데 상아를 얻기 위해 사람들이 잡아서 죽이는 바람에 최근 태어날 때부터 아예 상아가 없는 아프리카코끼리가 늘고 있단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생존을 위해 진화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동물의 세계를 통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었고 펭타와 박사의 마지막 대화를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해답도 엿볼 수 있었다.
다른 동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하늘을 못 나는 대신 육지에서 걷고 바다를 나는 장점을 깨닫게 된 펭타는 박사에게 이렇게 묻는다.
"사람들도 포기한 게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해 박사는 인간은 혼자 살기를 포기했다고 답하며 혼자 살 수 없는 대신 서로 돕는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서로 돕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얼까를 새삼 생각해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