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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길 ㅣ 마음으로 읽는 역사동화
안순희 지음, 한재홍 그림 / 머스트비 / 2020년 9월
평점 :
마음으로 읽는 역사 동화 시리즈인 길 위의 길을 읽었다.
우리의 역사를 바탕으로 해서 동화 속에 녹여낸 이야기라 그런지 감회가 남다른 책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소희 같은 아이가 분명 조선 시대에도 있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차례만 펼쳐보아도 잘 모르는 단어가 곳곳에 눈에 띈다.
소목장, 어진 봉안 행렬, 흑장궤, 신연...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생소하고 어려운 단어였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작가의 말에서 어진 봉안 행렬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1688년(숙종 14년) 서울 영희전의 태조 어진을 새로 그리기 위해 전주에 있는 태조 어진을 서울로 옮겨왔고 모사가 끝난 후 어진을 다시 원래 있던 전주에 봉안하기 위해 7일간의 긴 행렬이 시작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태조 어진 봉안 행렬이었다.
길 위의 길은 이러한 어진 봉안 행렬을 소재로 해서 만든 역사 동화였다.
나오는 인물은 주인공 소희를 비롯해서 아버지인 김오갑, 아버지 친구 인동 아재, 어진 봉안 행렬 후사대군인 칠성 아재, 후사대군을 꿈꾸는 강이, 어진 봉안 행렬에서 살림을 담당한 공실 댁으로, 왠지 모르게 친근한 느낌이 드는 이름이었다.
소희는 당차고 야무진 나무를 가지고 노는 걸 가장 좋아하는 소녀다.
소질도 있고 좋아하는 일이지만 조선 제일의 소목장인 아버지는 여자라는 이유로 소희가 나무 다루는 일을 말리기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꿈을 포기할 소희가 아니었다.
어진 봉안 행렬에서 아버지가 만든 흑장궤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험난한 여정인 어진 봉안 행렬을 따라나서게 된다.
이 부분에서 아무리 꿈이 좋다지만 어린 소녀를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이렇게까지 무모해서야 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행렬 중에 생긴 사고로 가마 문을 고치게 된 소희는 그 실력을 인정받으며 아버지와 함께 부서진 흑장궤를 고친다.
조선 시대 여자가 집 밖을 나가 마땅한 직업을 가질 수 없었던 시절이었는데 소희의 꿈을 향한 맹랑하고도 대범한 행보를 보며 나도 모르게 응원을 보내게 되었다.
여자라서 안 되는 일, 남자라서 할 수 없는 일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고정된 성 역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꿈을 펼치는 모습이 통쾌했고 꿈을 향한 강한 열정이 있는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이 책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다루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낯설고 처음 접하는 단어가 많은 편인데 페이지 아래에 주석을 달아놓아서 책을 읽어내려가기 편했다.
부록에는 왕의 얼굴을 그린 초상화인 어진, 어진을 담은 특별한 상자인 흑장궤, 어진을 모셔 두는 신성한 곳인 진전, 어진의 장대한 이동 행렬인 어진 봉안 행렬, 목기나 창과 문을 만드는 소목장과 궁궐, 집, 사찰 등의 건축물을 만드는 대목장, 동물로 표현한 조선의 시간인 십이시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었다.
전주 경기전 내 어진박물관에는 태조 어진과 함께 어진 봉안 행렬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고 하는데 2010년 7월 말 이후 전주에 간 적이 없기에 2010년 10월에 개관한 어진박물관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이 책을 계기로 다음에 전주를 찾게 된다면 꼭 어진박물관에 들러보리라 마음먹었다.
사실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이 사라져가는 현실인데 이렇게 동화를 통해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알게 되고 과거 역사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어서 유익했다.
참고로 신연은 위패를 봉인하거나 운반할 때 사용하던 가마라고 한다.
- 이 후기는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적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