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얼룩을 지워 주는 마법 같은 친구 웬델은 그래픽 노블 작품으로, 엄마에게는 조금 낯선 장르이다.책을 펼치면 만화와 그렇게 다를 바 없는 것 같은데 네이버에 의하면 문학적 구성과 특성을 가진 작가주의 만화라고 한다.만화에 문학성이 가미된 장르라고나 할까...이전에도 이러한 장르를 읽은 적이 있긴 한데 만화이면서도 밀도 있는 알찬 내용으로 꽤나 여운이 깊었던 기억이 있다.이 책은 제목에서 마음의 얼룩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칼데콧 상 수상 작가 브라이언 셀즈닉이 영혼을 사로잡는 이야기라고 평했다고 해서 대체 어떤 내용일지 페이지를 펼치기 전부터 궁금해졌다.처음엔 만화치고는 책이 상당히 두껍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이야기가 재밌고 마음을 끌어서 술술 읽히는 구성이었다.어느 동네에나 있는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그려진다.엄마의 죽음 이후 아무런 의욕이 없는 아빠와 어린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소녀 마조리 글랫, 그녀가 싫어하는 건 빨래와 유령인데 가끔은 자신이 유령보다 더 투명인간 같다고 여긴다.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학교를 마치고 오면 혼자 도맡아 세탁 일을 해야 하니 마조리의 삶은 한없이 우울할 수밖에 없다.이 상황에서 도대체 아빠란 사람은 딸의 마음을 돌보지도 않고 왜 모든 짐을 딸에게만 짊어지게 하는지 모르겠다.그녀의 삶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세탁소에 마음대로 무단 침입해서 갖은 훼방을 놓는 서버턱 아저씨다.서버턱은 아무 대가 없이 세탁소를 가로채려는 사기꾼으로, 가뜩이나 삶이 힘든 마조리를 더욱 지치게 만든다.이러한 마조리의 마음을 대변하려는 듯 삽화의 채색은 온통 블루로 가득 차 있다.블루 하면 파란 하늘 같은 맑은 정서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우울의 감정과 심리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마조리의 엄마가 익사했다는 것에서 푸른 물에 대한 슬픔을 느껴볼 수도 있다.무미건조한 삶을 이어가는 마조리에게 어느 날 갑자기 유령 웬델이 나타난다.유령 세계의 표현은 잿빛 나는 무채색으로 그려진다.하얀 침대 시트를 덮어쓴 듯한 모습의 유령은 동양의 귀신에 비해 무섭다기보다 오히려 귀여운 모습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죽음 이후 맞이한 유령 세계에서 외톨이가 된 웬델은 단독 행동을 하며 마조리의 동네를 돌아다닌다.마조리를 통해 인간들이 유령을 괴물이라 여기지 않고 죽은 후에도 기억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웬델은 마조리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며 그녀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글랫 세탁소를 호시탐탐 노리며 뺏으려는 서버턱을 유령 세계의 친구들과 함께 물리치며 마조리에게 마음의 얼룩을 지워 주는 마법 같은 친구가 되어준다.이 사건 이후 진정한 친구를 얻게 된 마조리는 삶의 활력을 얻으며 이전과는 달라진 삶을 살아간다.이 책을 읽고 나면 소녀와 유령의 우정이 감동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무책임한 어른에 대한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물론 엄마의 익사 사고 이후 수영을 제대로 못 하는 마조리를 걱정하는 따스한 마음을 지닌 체육 선생님도 있지만 함께 살아도 전혀 관심도 없고 세탁 일도 하지 않는 존재감 제로의 마조리 아빠나 아직 학생인 아이가 힘겹게 운영하는 세탁소를 뺏으려고 작정하는 서버턱 같은 어른이 현실 속에서도 있다는 사실이 슬프게 다가왔다.하지만 힘겨운 나날 속에 마법같이 들이닥친 친구와의 우정으로 마음의 얼룩을 지워낸 마조리에게서 발견한 밝은 희망을 떠올리며 코로나19로 인한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삶을 긍정으로 이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후기는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적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