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이 파괴되고 있다라는 직접적으로 환경 파괴가 연상되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앞표지엔 아름다운 얼음의 땅 남극에 펭귄 한 마리가 있었고 뒤표지엔 인간이 버리고 간 철근 덩어리와 펭귄을 함께 담은 사진이 있어서 반전이었다.사람의 발길이 닿기 전 평화롭게 잘 살았던 펭귄이 사람이 여기저기 어질러놓은 흔적 때문에 상처를 입고 기후 온난화로 번식지인 보금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사진으로 담았다.남극 대륙이라면 천혜의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라고 생각한 건 순전히 착각이었다.이 글을 지은 후지와라 고이치는 사진가이자 환경 포토 저널리스트이다 생물학을 전공하고 야생 생물의 생태와 환경 파괴에 중점을 두고 사진을 찍으며 남극, 북극, 아프리카, 열대 아시아, 오세아니아, 남미 등에서 취재를 하고 있다.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길 때는 전문 사진가가 찍은 컬러풀한 선명한 사진을 보면서 이제껏 읽어왔던 펭귄의 생태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귀여운 펭귄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짓곤 했다. 황제펭귄의 털갈이 중인 사진이나 두 마리 새끼 펭귄이 어미 품속에 딱 붙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점점 표정이 굳어갈 수밖에 없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로 덮여 있었던 땅에 이끼가 자라고 지금 현재도 무서운 속도로 빙하가 녹고 있다는 사실!지구 온난화로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땅속으로 엄청난 양의 물이 스며들어 땅이 쫙 갈라지는 등 원래 펭귄이 살았던 땅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어서 갈수록 펭귄들이 살아가기 힘들게 되어버렸다. 또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은 대륙뿐 아니라 바다에도 변화를 일으켜서 바다에서 얻는 펭귄의 먹이양이 줄어드는 원인이 되었다.이는 펭귄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지구 온난화 말고도 펭귄의 생존을 위협하는 건 지금 현재 지구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쓰레기였다.남극에 머물다간 사람이 남긴 쓰레기 더미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펭귄의 모습이 애처로웠으며 고철더미에 상처를 입은 핏빛 펭귄의 모습은 더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이렇게 많은 쓰레기는 반세기 넘게 세계 여러 나라의 남극 과학 기지에서 버린 것이라고 한다.남극에 기지를 둔 나라들은 1998년에 처음으로 쓰레기 관련 조약을 체결해서 남극에 가져온 것은 전부 가지고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지금은 폐쇄된 기지 자체가 거대한 쓰레기가 되어 남아 있다고 한다.1911년에 건설된 포경 기지라든지 1915년에 좌초된 노르웨이 포경선 등이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남아 있다. 다행인 건 사진에 나온 고철더미는 다 제거했다는 사실이다.앞서 읽었던 책들이 펭귄의 생태 위주의 사진을 담고 있었다면 이번에 읽은 책은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펭귄의 모습을 통해 제목 그대로 파괴되고 있는 남극 대륙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 조금만 더 지구 온난화와 지구 환경에 따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자연을 보전하면서도 자연을 이용하는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이 후기는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적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