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어렸을 때 TV에서 보았던 추억 속 애니메이션 은하 철도 999를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사실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이제야 알았다는...긴 머리에 검은 모자, 검은 옷을 입은 메텔과 꼬마 아이 철이와 철수가 등장하는 판타지 애니메이션이 아직도 마음에 애잔하고 아련한 느낌으로 남아 있었는데 막상 이를 책으로 접하고 보니 더욱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세계였다. 애니메이션 은하 철도 999의 원작 동화 은하 철도의 밤은 원래 미야자와 겐지가 지은 일본 최초의 우주 판타지 동화인데 세계적인 카게에(그림자 그림)의 거장인 후지시로 세이지가 이를 각색하고 그림을 그려서 재창조했다. 이 작품은 BIB( Biennial of Illustrations Bratislava) 황금사과상을 수상했다. 은하 축제날 밤 두 소년 조반나와 캄파넬라가 은하 철도를 달리는 기차를 타고 환상 여행을 하는 내용이 신비로웠는데 이 모든 건 조반나의 꿈이었다. 멋진 여행을 끝내고 꿈에서 깨고 보니 캄파넬라는 물에 빠진 자네리를 구하려다 이미 죽고 만 상태였다. 다음 생에서는 남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빌어 밤하늘의 붉은 별이 되었다는 전갈의 이야기와 맞물려 마음을 울컥하게 했다. 가난하고 고독한 소년 조반나가 떠나는 은하 철도 우주여행은 비록 꿈속이나마 자신의 이해해 주는 친구 캄파넬라와 함께 행복을 누리는 시간이었다. 원작자 미야자와 겐지는 세계가 전부 행복해지지 않으면 개인의 행복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얼마나 넓은지 가늠도 되지 않는 우주 속에서 한 줌 먼지도 안 되는 인간이란 존재의 삶과 죽음에 대한 심오한 철학이 담긴 우주 환상 동화였다.내용도 물론 감동을 주는 판타지였지만 이에 못지않게 가슴 깊이 남았던 건 스토리가 지닌 환상을 극대화해서 표현한 압도적인 삽화였다. 마지막까지 페이지를 다 넘긴 후 그림만 넘겨서 몇 번을 봤는지 모른다. 이 삽화만으로도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어쩜 이리도 우주의 환상적이고 광활한 느낌을 잘 표현해냈는지 기가 막힐 정도였다. 이러한 그림체는 카게에라고 하며 일명 그림자 그림으로 불린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종이와 셀로판지를 오려서 형태를 만드는 키리에 기법과 카게에를 접목해서 그만의 독자적인 표현 기법을 만들어냈다.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은 아이가 어릴 때만 반짝 읽고 처분하기 쉬운데 그림이 너무도 이뻐서 독보적인 이 책은 어릴 적 보았던 애니메이션의 추억과 함께 엄마인 내가 더 탐 나서 간직하고 싶은 책이었다. - 이 후기는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적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