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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물리학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평점 :
서평단 지원 도서

'슬픔의 물리학' 이라는 도서의 제목을 보고 과학 분야 도서로 착각하기 쉽다.
표지도 마치 실험 실에 놓여 있을 것 같은 왠지 중요한 한 방울 처럼 보여진다.
그런데, 도서 '슬픔의 물리학'은 '소설'이다.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장편소설'이다.
이 도서를 알게 된 것은, 문학동네 '독파'의 zoom 북토크에서다.
이 도서가 아닌 다른 도서에 대한 북토크였는데, 편집자님이 도서를 추천해서 이 도서의 이름이 기억에 남았다.
다음에 읽어봐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도서를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도서를 살피는데, 띠지에 '"나는 모든 종류와 장르를 망라하는 책을 상상한다."'라고 적힌 문구가 보였다.
이게 어떤 의미일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상상이 단순한 상상이 아닌 이 도서로의 연결점이자 기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자 소개로 시선이 갔다.
저자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는 불가리아를 대표하는 소설가지이자 시인, 극작가라고 한다.
유럽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불가리아 작가 중 하나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저자의 책이 처음이라는 점이 부끄러웠다. 책을 더 알아가고 읽어가야 겠다.
저자는 날카롭운 통찰이 빛나는 유머와 아름다운 문장이 특징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동유럽의 프루스트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게다가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최초의 불가리아 작가'였다.
세 번째 장편소설인 '타임 셸터'로 2023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다.



*문장 기록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장소로 산산이 부서진 채 돌아왔다. 수많은 호텔과 공항과 기차역을 전전하며 보낸 지난 수녀의 시간에서 남은 것은 감상을 휘갈겨 적은 노트 두어 권뿐이었다.
시간 속에서 무언가가 뒤엉켰는지 가을이 좀처럼 물러가지 않아서 모든 계절이 가을이었다. 전 지구적 가을...... 여행도 슬픔을 치유하지는 못한다. 나는 다른 방버을 찾아봐야 한다. / 가장 슬픔 곳은 바로 세상이다.
'슬픔의 물리학'은 타인의 기억 속에 잠입할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화자 '게오르기'가 종말 이후를 대비하며 온갖 이야기를 수집한다는 콘센트를 가지고 있다. 종말 이후, 까지는 그렇구나 했는데, 뒷 부분이 특이했다. 아니, 왜, 종말 이후를 대비하면서 이야기를 수집하는 거지?
의문, 궁금함, 기대감.
그런데, 프롤로그를 펼치고 그 페이지만 보아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 나는 1913년 끝자락에 남성 인간으로 태어났다. 정확한 날짜는 모른다.
- 나는 해가 뜨기 두 시간 전에 초파리로 태어났다. 오늘 저녁 해가 지고 나면 죽을 것이다.
이러한 문장이 한 페이지에 같이 존재한다. 내가 제대로 읽은 게 맞나 싶어 다시 읽었다.
프롤로그의 끝은 이렇다. '나는 이들이다.'
그리고 도서의 스토리가 시작된다.
우선, 이런 도서는 처음이다.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낯선 페이지에서도 다음을 향해 시선을 이어가게 된다. 어쩌면 그건 매력일 수도 있다.
특별한 공감 능력을 지닌 화자. 극히 드물고 완치가 어려운 '강박적 공감-신체화 증후군'.
그리고 저자의 그러한 특징으로 스토리가 이어진다.
사람은 때로는 타인의 기억을 궁금해하고, 그 사람의 마음과 상황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은 정작 자신의 기억 조차 온전히 알지 못하고 그 기억 속의 자신의 감정과 슬픔 조차 감당하기 어려워한다.
생각하지 못한 인물의 설정과 스토리의 흐름,
이어지는 스토리는 글의 연결성을 주지만, 그 가운데 보여지는 여러 장면과 슬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슬픔은 이야기되기 전에는 아직 온전한 슬픔이 아니며 이야기됨으로써 비로소 무게를 얻는다.'
쉽게 읽어갈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하지는 못하겠다. 어렵다, 그렇지만, 독특한 책.
비슷하게 읽어갈 다른 책을 말하기 어려운 책이며, 부분 부분의 스토리가 아니라 표지의 저자 소개 부터 마지막 옮긴이의 말까지 모두 읽어내려가야 그 흐름의 끝에 자신의 생각으로 사유가 남게 되는 도서.
꼭꼭 정독하며 읽어내려가는 독서에 적합한 도서이며, 상상하기 어려워 낯설면서도 읽어가고 싶어지는 깊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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