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텃밭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캐시 슬랙 지음, 박민정 옮김 / 로즈윙클프레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치유'나 '우울'이 키워드인 도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도서를 만나 펼치며 그런 질문을 하며 글자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러다 왜 그런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읽어보고 싶었고, 그렇게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를 적으며 도서 '작은 텃밭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한다.





  • 빈 요구르트 병에 무턱대고 씨앗을 뿌리고 임시로 만든 텃밭에서 울퉁불퉁 못생긴 당근을 돌보며 보낸 어느 한 해의 이야기를 이 책에 모두 담았다. 그해에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고 채소밭이 내게 준 교훈과 자연이 건넨 특별한 치료법을 곰곰이 되짚어 볼 기회가 되어준 이 이야기를 이제 여러분들과도 나누고 싶다.

  • 시중에 파는 320g짜리 돌돌 말린 퍼프 페이스트리 생지를 사서 직사각형 네 조각이 되도록 똑같이 자른다. 각각의 가운데 부분에 토마토 처트니를 테이블스푼으로 한 스푼씩 펴 바르고, 네모난 햄 한 조각과 간 체더 치즈 적당량을 올린다. 속이 빠지지 않도록 서로 마주 보는 모서를 만나게 접어 감싼다. 달걀물을 페이스트리 겉면에 요리용 붓으로 골고루 발라준 뒤, 195도로 미리 예열한 오븐에서 약 15분간 굽는다.

  • 6월의 텃밭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가뭄으로 갈라진 땅과 과로에 지쳐 누레진 식물이 눈에 띄는 늦여름과 달리, 초여름은 만물이 말쑥하고 생기가 넘친다. 흙은 여름비 덕분에 짙은 초록색을 띠고, 5월 말 늦서리를 보내고 심은 작물은 잡초나 어설픈 손길에서 아직은 자유롭기에 여전히 가지런하게 줄지어 서 있다. 식물은 젊음의 생명력을 품고 마냥 내리쬐는 햇살을 맞이하려 하늘을 향해 쑥쑥 자란다. 온 세상이 향기롭고 싱싱하며 푸릇푸릇하다. 사방이 초록초록하다.

  • 지독한 자기혐오에 빠져 정원을 거닐던 어느 날, 널따란 화단 텃밭에서 초록색 얼룩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잡초겠지, 내 마음이 회의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더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얼룩은 가느다랗고 연한 연두색 줄기로 반쯤 구부러져 있다. 흙을 뚫고 나온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줄기 끝에는 얇고 섬세한 떡잎 한 쌍이 말린 채 달려 있다. 갓 돋아나 깨끗하고 윤이 난다. 이 자그마하고 찢어질 듯이 가냘픈 생명체는 그 몸에 어울리지 않는 강한 힘으로 자기를 덮고 있던 흙더미를 밀쳐내고, 표시한 줄을 따라 눈길을 옮기자, 같은 모양의 떡잎을 단 개척자가 둘, 아니 셋 더 있었다. 더는 부정할 수 없었다. 상추가 싹을 틔웠다./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상추다! 어머나 세상에! 어제까지만 해도 실패와 절망뿐이었다. 무생물 같은 고집불통 씨앗들만 있었다. 내가 쓸모없음을 증명하는 확실한 증거. 하지만 오늘, 생명이 나타났다.

  • 지난 번에는 채소밭이 안식처가 되어 내가 할 수 있다는 것, 삶이 더 단순할 수 있다는 것, 유연함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태도, 자기 연민과 자기 돌봄이 삶에서 꼭 지켜야 할 가치임을 부드럽게 일깨워 주었다. 그래서 폴의 표현대로 '채소와 이야기하러' 밭으러 돌아갔다. 다시 한번 통찰과위로, 평안을 찾고자./ 그런데 없었다. 다정한 격려도, '그래, 그래, 괜찮아' 같은 위로도. 채소밭은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밭은 아무것도 없는 데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단 한 톨의 토마토 씨앗이 수프, 타르트, 샐러드에 들어갈 토마토 2킬로그램이 되고, 그중 토마토 하나에 들어 있는 작은 찻숟가락 하나 분량의 씨앗으로 또 100그루의 토마토를 키워낼 수 있다. 밭에는 이렇게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숨어 있다.





불안이나 우울이 키워드가 되는 도서는 편하게 읽는 도서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 도서는 생각보다 다정하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읽어가기 좋았다. 책을 펼치기 전 도서를 살피면 '하나의 씨앗이 훌륭한 한 끼 식사로 바뀌는 마법 같은 과정에서 나는 회복을 향해 나아갈 힘을 얻었다.'라는 문장을 읽을 수 있다. 이 문장이 도서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치료비 청구서만 보내주세요. 급여는 계속 지급될 겁니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능력자가 일을 내려 놓고 텃밭으로 향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이 되지만, 그녀는 실패와 좌절,낙담의 내려놓음이 아니었다. 분명 이전처럼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이번에는 선택이 있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텃밭에서의 희망, 빛, 변화, 삶을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완전한 치료나 치유를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과장하지 않는다. 회복을 향해 나아갈 힘을 얻었다는 표현처럼 그녀는 멈춰 서 있거나 웅크림이 아니라 삶의 과정을 걸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의 삶의 스토리, 치유의 과정, 회복의 나아갈 힘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오로지 텃밭이 최고라고 강조하지 않는다. 그리고 텃밭에서 저자가 마주한 이야기와 함께 음식 레시피에 대한 내용도 볼 수 있다. 이 부분을 보면서 한 번 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레시피도 있었다. 신기한 점은 어려움을 담았지만, 책을 읽으면서도 그리고 읽고나서도 낙담이나 우울의 감정이 아니라 텃밭의 싱그러움과 희망 그리고 해보고 싶은 요리 레시피에 대한 관심 등이 남는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마주 할 수 있는 요리를 몇 개만 적으면, 프레타망제의 햄 치즈 크루아상 샌드위치, 고소한 씨앗 그래놀라를 곁들인 케일렛 국수 샐러드 ,엄마(저자의 엄마)의 과일 스콘, 버섯과 밤, 리크가 들어간 파스티야, 저자의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닭고기 수프 요리 비법 등이 있다.

'지금, 여기, 속눈썹만 한 초록빛 자투리에서,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모든 빛을 발견한다. 이 순간, 나는 기쁨을 느낀다. 순수한 즐거움, 어린아이가 느낄 만한 경이를 경험한다. 자연의 굉장한 생명력과 창조성에 진심으로 놀란다. 작은 씨앗이 두터운 흙더미 속에서 아무 도움 없이 스스로 자라날 힘과 용기를 품고 있었다니 얼마다 대단한지. 잠자는 아기를 들판에 떨어뜨려 놓고는 스스로 먹고 입고 교육받기를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삶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은 아닐 것 이다. 그런 기쁨이 삶에는 없고 텃밭에만 있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시선을 돌리고 잠시 생각할 틈이나 시선을 멈추어 발견할 심리적`시간적 여유가 없이 때문이다. 문장을 읽고보니, 어쩌면 삶은 텃밭을 닮았고 우리는 작은 씨앗을 닮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이 작은 씨앗의 대단함과 그 씨앗을 통해 발견한 순수한 즐거움과 기쁨을 삶의 과정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며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는 글을 쓴 이유를 책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내가 이 글을 쓴 이유 중 하나는 모든 경험을 더 단단하게 남기고 싶어서다. 땅에서 배운 교훈, 가치관, 생각들은 연약하고 덧없을 때가 많아 꿈처럼 희미한 기억으로 남거나 일상의 거센 바람에 쉽게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잊어버리지 않게 글로 남겨두고 싶었다.' 이 도서는 텃밭에 관심이 있는 분이어야 하거나 우울증으로 힘들어서 고민인 분들께로 한정지어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은 누구나 우울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엄청난 우울이 있는 사람이 책을 들고 읽어가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도서는, 세상과 일 가운데 지친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며 자신의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은 분께 그리고 따스하고 다정하게 마주하며 치유의 과정을 담은 글을 읽어가고 싶은 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다.



#번아웃 #치유의시간 #회복의시간 #다정한순간 #치유의기록 #작은텃밭이내게가르쳐준것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