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부카를 위한 소나타
아단 미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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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글로 담아낸 도서, 여운이 많이 남는 도서였다. 예쁜 표지 디자인과 음악이라는 소재에 화려하고 역동적인 소설일거라 예상했는데, 가볍지 않은 오랜 아픔과 가슴에 담겨있던, 나도 모르고 있던 마음이 첼로의 선율과 함께 움직이며 깊은 심해의 공간에 잔잔한듯 깊고 아름답게 울려퍼진다. '라부카를 위한 소나타' 왠지 어린시절 피아노를 배우며 펼쳤던 교재 어딘가에 있을 법한 곡의 제목이라 생각했는데, '라부카' 이건 그냥 단순히 있어보이는 단어가 아니었다. 생각이상으로 촘촘하고 읽을수록 빠져든다. '심해', '첼로', '라부카' 세 개의 단어가 문장에서 호흡하며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존재였던 주인공과 함께 뽀글거리는 공깃방울을 내쉬게 된다. 가장 지루하기 쉽다는 도서의 3분의 2 지점에서 오히려 깊은 심해를 느끼며 주인공의 연주에 하나가 되어 몰입하게 된다. 단어의 선택마지도 스토리와 심리마저도 촘촘하다. 흥미로운 소재와 인물의 성장과 변화, 그리고 독자의 마음에 남겨지는 메시지까지 담아낸 소설. 그동안 K힐링소설로 소개된 소설들과는 다른 분위기지만, 개인적으로 올해 만나며 읽었던 소설 중 마음에 여운과 힐링을 준 소설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소개하고 싶은 도서였다.




잘생긴 외모에 좋은 직장, 하지만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를 가진 채 인간관계가 서툰 남자주인공이 스파이 역할로 선택되며 다시 첼로를 켜게 되고 숨겨두었던 마음의 아픔을 극복하고 자신 다운 삶을 찾으며 성장하는 소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만 소설을 소개하는 짧은 글로는 담아내기 아쉬운 많이, 자주 소개드리고 싶은 소설이었다. 소설에 담겨진 문장과 섬세한 대사와 키워드의 구성, 여운을 주는 감동을 부족한 문장으로 담아내기 어렵겠지만, 역시 RHK코리아 답게 도서 디자인이 예쁘다라는 가벼운 기대감과는 다른 깊이있는 스토리와 구성에 감동을 받으며 책을 덮을 때에는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며 따스한 힐링감을 느낄 수 있었다.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정이나 권력에 마음을 쓰지 않는 그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조용하고 잘생긴 남자 주인공, 그리고 저작권에 대해 다루는 초반의 부분을 읽으면 처음에는 어떻게 서점원을 사로잡은 화제의 베스트셀러라는 거지?라는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거기서 절대 책을 덮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폐쇄적 성격에 인간관계에 서툴지만 잘생기고 굳이 출세 욕심없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고 저작권을 둘러싼 마찰 등의 부분이 소설에서 기대하는 내용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지점에서는 그 부분은 흘러가는 스토리의 일부다. 오히려 초점을 두고 놓치지 않아야 할 문장이 있다. '반드시 심해의 꿈을 꾼다' 라는 표현, '심해'라는 표현의 진실은 마치 미스터리처럼 처음에 탁 대놓고 이야기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질문을 따라 저자에게 점점 몰입하게 되어진다. 그리고 첼로나 음악학원 등의 소재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충분히 주인공 다치바나 씨와 클래식계의 이단아인 레슨 선생 아사바의 만남과 과정, 대화 등을 읽으며 점점 그 상황에 몰입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라부카' 아름다운 선율 또는 내가 잘 모르는 음악가이려니 생각했는데, 다름 아닌 심해어이면서도 주로 영화에서 '적국 스파이'를 의미하는 은어였다. 딱,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표현이자. 모든 스토리를 응축하고 있는 낱말이엇다. 문장하나, 키워드 하나 언급되는 내용이 그저 흘러가는 과정이 아니라 섬세하게 구성되었음을 느낄 수있다. 성장소설의 느낌을 주면서도 뻔하지 않고 어쩌면 음악 힐링 소설의 가벼움으로 생각될 수 있겠지만 '라부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사건으로 인물간의 감정선도 잘 그려져 있다. 기대이상의 소설, 개인적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민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정성을 담아 다시 문장 수집도 하고, 스토리와 담겨진 의미 그리고 섬세한 구성에 다시금 보게되어지는 도서, 그리고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읽는 과정에서 그리고 읽은 후에도 마음에 묵직한 감동을 주기에 추천드리고 싶은 소설이다.

  • "못생긴 심해어지." 정체를 숨진 채 평온하게 살아가는 시민 사이로 잠입하는 적국 스파이를 영화에서 그렇게 부른대,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사바가 설명했다. (127P)

  • 이 곡을 켤 때 난 컴컴한 심해에 있어, 하고 아사바가 말한 순간, 다치바나의 몸속 깊은 곳에 전율이 일었다. / "아무 빛도 닿지 않고, 아무도 없는 컴컴한 곳이야. 얼어붙을 듯이 깊은 바닷속에서 고독한 물고기가 숨을 죽이고 있어. 그놈은 추하게 생긴 얼굴로 이쪽을 빤히 노려보고 있지. 널 보고 있다면서 내가 움직이길 기다리고 있어."(137P)

  • "슬픈 이야기라 호불호는 있겠지만 말이야. 남자 주인공은 유능한 첩보원으로 인정받는 존재지만, 쓸쓸히 홀로 살아가는 신세야. 그런데 적국에 잠입해 일반인으로 위장해서 지내는 사이에, 평범한 삶이 무엇인지 점점 깨달아 가. 이웃 사람과 즐겁게 술을 마시고, 근처에 사는 아이와 빵을 굽는 생활이 자신의 인생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나면 그 후로는 괴로울 뿐이지. 그 마음은 진짜인데, 자신의 모든 것은 가짜니까." (154P)

  • "라부카는 세계에서 제일 임신 기간이 긴 동물이래, 무려 삼년 반이나 되지. 아주 진중한 동물인 거야. 그런 점에 빗대서 영화에서는 첩보원을 라부카라는 은어로 불러.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오랫동안 바닷속에 숨죽인 채 적의 정보로 배를 부풀리는 주도면밀한 스파이라는 거지."(155P)

  • "착한 인간인 척할 생각은 없지만, 난 그런 짓 안 해. 겉과 속이 달랐던 적도 없고, 높은 사람의 기분을 맞추러 다니지도 않아. 그래서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그걸로 됐다고 생각해. 본의와 다른 말을 해봤자 자기 마음이 죽을 뿐이니까."(282P)



* 컬처블룸리뷰단으로 선정되어 지원받은 도서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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