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SF를 좋아해 - 김보영, 김초엽, 듀나, 배명훈, 정소연, 정세랑 | 오늘을 쓰는 한국의 SF 작가 인터뷰집
심완선 지음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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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쓰는 한국의 SF작가 인터뷰집 <우리는 SF를 좋아해> 심완선 지음 / 민음사

-온전하고 아름 다운 속도록 삶을 여행하는 우리의 새로운 이야기

-오늘을 쓰는 SF작가 여섯 명에게 붇는다, 글씨기, 창조적 일상, 그리고 무수히 가능한 우주들에 대해!

- 어리시절 부터 소설을 좋아했지만, SF장르는 나에게 아직은 낯선 장르다. 왠지 계속 옆에 있었을 것 같지만 정작 우리가 대화를 나눠본 순간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드는, 그렇게 자연스레 손을 뻗었다가도 SF라는 글자에 '어?'하고 주춤하게 되는 장르다. 하지만, 요즘은 그 시선이 조금은 달라지고 있다. 주춤했던 손은 잠시 생각을 거치는 듯하지만 다시 용기를 내어 그 책을 책장에서 꺼내어본다. 그리고 이것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SF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그러한 새로움을 느끼게 해준 책은 김초엽 작가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었다. 이 책을 마주하는 순간은, 나에게는 늦잠을 자고 있는 데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선선한 아침 바람을 느끼는 순간과 같았다. 그렇게 신선한 아침의 바람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업다면'이라는 도서는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도서의 이름이라도 들어봤을, 그런 책이었다. 한국에서 SF라는 장르의 소설이 개인적인 감상이나 리뷰, 한권의 책으로 개인의 입장에서만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알려지고 사랑받는 다는 것이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웹소설이 아니고서야, 아니 웹소설에서도 로맨스나 판타지 정도의 한정이니 그 외의 장르 소설들은 마이너에 속해서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는 어렵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주는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사이언스 픽션 (Science Fiction), 약칭 SF는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담은 문학 장르인 과학소설을 지칭하는 단어이며, 나아가서는 그런 요소를 가진 다른 매체들의 장르를 의미하는 단어다. '라는 것이 네이버에 검색하여 살펴볼 수 있는 SF의 정의다. 이렇게 SF를 정의하고 살펴보려하면 왠지 모르게 멈칫하게 된다. 왠지 과학적인 이론을 잘 알고 있는 과학과 관련된 분야를 전공한 사람만이 읽으며 이해하고 써 갈 수 있는 장르 일 것 만 같은 두려움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편견과는 다르게 SF작가라고 해서 과학과 관련된 분야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SF 소설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과학적 지식을 이해하기 위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오해가 생기는 부분은 왠지 모르게 SF를 과학이론서처럼 생각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 같다. 그렇지만 이제는 많은 시선들이 변화되었다. SF가 아직은 많은 독자들에게 낯선 장르일 수도 있지만, 그 낯선 공간에 똑똑 노크를 해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나 또한 SF에 대한 나의 좁고 편견의 시선을 내려놓고 인사를 건네보려 한다. 그리고 SF작가들의 이야기에 귀와 눈을 기울이며 그들의 시선으로 SF와 친해져보려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SF와 SF작가들의 이야기를 조금 담아보았다.


김보영 작가님 : 신의 이야기를 하는 작가

-잘 알지 못했지만, 잘 알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작가님이다. 처음에는 수식어가 굉장히 화려하다고 생각했었다. '신의 이야기를 한다'스토리 가운데 신의 이야기라고 표현한 부분도 있겠지만, 왠지 자가님에 대한 수식어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작가님의 인터뷰 내용을 읽어가면서 왜 그렇게 표현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김보영 작가님의 작품들은 오래전에 나왔던 작품들인데, 다시 개정판으로 새롭게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2020년 출간된 김보영 작가님의 단편집 <얼마나 닮았는가>에는 작가 문목하가 굉장한 해설을 싫었다. 글의 제목부터 '우주 예찬을 하고 싶어서 인간을 방문한 중단편의 신'이라고 한다. 제목부터 칭찬의 글임을 알 수 있고, 허무한 칭찬 사례가 아니라 수작으로 가득한 책임을 말한다. 아니, 수작(뛰어난 작품)과 걸작(엄천 뛰어난 작품)으로 구성된 책이다. 특히나 'ㅇ과 1사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얼마나 닮았는가'는 연속으로 읽다가는 과도한 희열에 충격을 빠질 수 있는 걸작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찾아 읽어보며 체크해두었다. SF도서를 읽고 싶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중단편의 신이라 불리는 작가 김보영 님의 인터뷰를 읽어나가는 과정은 작가로서의 삶을 알아갈 수 있어 유익하면서도 작가님 만의 이야기 가운데 새로운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글을 쓰는데 있어서 동력은 무엇인지, 글을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 피드백, 소설을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등 작가를 꿈꾸고 있기에 작가의 과정을 알아가는 이야기들은 자료수집처럼 도움이 되면서도 작가만의 방향과 캐릭터를 알아가는 시간처럼 느껴지도 했다.

김보영 작가님의 인터뷰를 읽으며 와 이것이 찐 작가의 마인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력이 필요할까요? 글쓰기보다 재미있는 일이 없는데, 저는 오히려 글에 너무 빠져있으려고 애쓸 때가 많아요. 글은 문자가 아니라 삶에서 나오는 것이라, 사실 독서를 해도 영화를 봐도 글쓰기보다 재미있지 않아요. 그렇다고 글에만 빠져 있으면 아는 게 없어지고 쓸 것이 없어져요. 일상을 살고 다른 것을 많이 보아야죠. 반대 방향의 노력이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글을 쓸 때 시작하는 지점이 사람마다 다른데, 보영 작가님은 어디서부터 시작하시는지를 알아갈 수 있어서 유익했다. 왠지 쓱- 하면 쓰실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작가님은 첫 장면을 미리 많이 써 두시는 타입이셨다. 이야기를 상상하면 보통 첫 장면을 떠올리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렇게 조각을 쌓아두었다가 어느 날 조각을 하나 골라 집필에 들어가신다고 한다. 나는 중간 조각을 쌓아서 그런지 첫 장면을 구성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던데,,, 역시 편하게 이야기하시고 어쩌면 작가님에게는 당연한 부분이실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작품의 첫 장면을 쌓아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한 가지 조언이 되어주었다.

나는 글을 쓰고 싶어하지만, 글이 하루 안에 쉽게 써지는 과정이 아님을 알기에 쉽게 쓰지 못하고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글감을 찾거나 인물을 구상해보는 등 다른 쪽 방향에서 방황을 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슬쩍 돌려서 다시 글을 써야 하는데,, 하는 노심초사의 심리로 글 앞에 서고는 한다. 하지만, 아무리 겁쟁이인 나라고 해도, 작가님의 이야기처럼 글을 쓰지 않으면 후회될 것 같아서, 그 과정이 비록 어렵더라도 나는 글을 쓰고 싶으니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인터뷰 중 자신의 소설에 대해 확신하는 부분의 내용이 감명깊었다. 진짜 멋있으시다라는 아이와 같은 시선의 감탄이 앞섰지만, 작가님이 이 내용에 앞서 말해주신 '소설가가 됐다고 해도 잘나가는 작가가 안 되면 또 어때요. 소설가가 되는 것도 굉장한 행운인데' 라고 말한 다음의 내용이어서 그런지 더 인상깊게 다가왔다.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어떻게 읽히고 싶은지 바라는 바가 있으신지에 대한 질문에 작가님은 '지금 상태로, 지금 느낌으로 계속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하셨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재능을 확신해서가 아니었다.오히려 '사실 저는 작가로서 재능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해요'라고 말씀하셨다. 작가님 또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온갖 삽질과 무수한 수정과 기적 같은 우연으로 작품이 나온다는 것을, 금방 맟법처럼 짠- 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내가 나를 확신하지는 않아도 세상에 나온 내 소설은 확신하고, 그 확신이 계속 있었으면 해요.'내 소설은 세상에 존재해도 괘찮다.'하는 확신이요.'라고 이어 말씀해주셨다. 이 부분은 단순한 대답이라기보다는 작가라는 직업과 그 과정에 대한 김보영 작가님의 가치관이 많이 묻어난 하나의 글이 아닌가 싶은 부분이었다.

인터뷰를 읽으며 김보영 작가님은 자신의 방향을 바라보며 나다움을 담아내는 작가님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장이 지금 나에게 진짜인가? 그걸 매 순간 검토하죠.'. '내가 지금의 나보다 더 재능 있는 사람이면 좋겠지만, 그럼 다시 태어나든가 해야죠. 어쨌든 나는 나로 살아야 하니까.', '내 소설은 세상에 존재해도 괜찮다 하는 확신이요.' 라는 내가 포스트잇을 붙여 놓은 문장들 가운데 작가님은 '나'라는 자신을 말하고 계심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작가님에 대해 알아가는 질문들을 넘어 SF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과 이야기 들을 읽어갈 수 있다. 자가님의 이야기를 읽어갈 수록 SF장르의 소설을, 작가님의 소설을 더 읽어보고 싶어진다. 김보영 작가님은 SF를 쓰시는 이유를 'SF는 판타지 이상을 환상을 주죠. 새뮤얼 딜레이니가 말했잖아요. "판타지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다루는 장르이고, SF는 일어나지 않은 일, 하지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다루는 장르"라고. '일어날 수 있다'는 그 지점이 얼마나 매력적이에요. 둘 중 어느 쪽이 더 낫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적인 선호에서 이렇게 된 거죠.'라고 말해주셨다. 딱 이 부분의 대답 때문만은 아니지만, 김보영 작가님의 인터뷰를 읽어가며 내가 가지고 있던 SF에 대한 생각이 변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해하기 어러운 과학적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라는 편견이 벗겨지고 어쩌면 이 세상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다루고 있는 장르의 소설이라는 신비스러움을 담고 있는 소설로서 SF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내용 뿐 만 아니라, 인터뷰를 통해 지금의 한국과 닿아 있다고 생각하는 작품, 한국에서 SF를 쓰면서 어려웠던 점, 작가님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 작가님의 여러 단편에서 장애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장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 이유, 어떤 책이 해외에서 선호될지 등의 이야기를 읽어갈 수 있었다.




김초엽 작가님: 표준이 아니어도 된다는 불온함

- 김초엽 작가님과의 인터뷰는 서울에서도 했지만 성에 찾지 않아 작가님의 작업실이 있는 울산에서 한 번더 이루어졌다고 한다. 너무나 핫한 작가님,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은 소개에서부터 작가님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된다. 2017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관내분실>로 각각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 및 가작을 수상하며 동시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운 작가, 또한 2019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2020년 <인지 공간>으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인지도를 갖춘 젊은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 작가님, 장르 불문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들어보지 않았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첫 단행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출간 1년 만에 10만 부, 2년 만에 20만 부라는 판먀랑을 기록하며 한국 SF 소설 카테고리의 판매량을 크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대단하기는 한데, 이렇게 판매량까지 언급하며 여기에 적는 이유는 혹시 아직 이 소설을 읽어보지 않으신 분이 계시다면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또한, SF소설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게 된 이유 중 김초엽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관심이 생겼다는 분들도 있기에 단순히 인기 있는 소설을 쓴 대세 작가를 넘어서 SF와 사람들을 가깝게 이어주는 역할을 해준 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기에 특히나 이 책을 보았을 때 부터 작가님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같은 SF작가라도 인터뷰를 읽어가며 작가님마다 글을 쓰면서 가지는 고민과 글을 쓰기 시작하는 부분, 그 과정에 차이가 있었다. 김초엽 작가님은 자료를 많이 모으신다고 한다. 하지만, 자료의 원문 그자체로서 가치를 두는 것은 아니었다. '자료는 원문 자체로 별로 가치가 없어요. 자기가 손으로 압축해야 자기걸로 만들 수 있어요.' 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김초엽 작가님도 스크리브너나 에버노트와 같은 문서 프로그램을 이용하신다고 한다. 와, 작가님도 이런걸 사용하시는 구나, 라며 별거아니지만 공통점처럼 느끼며 반가워했다. 작가님은 에버노트는 프로젝트로 넘어가기 전 단계의 메모를 정리할 때 쓰고, 스크리브너는 책 단위로 관리할 때나 자료를 구조화할 때 사용하신다고 한다.

그리고 김초엽 작가님은 소설을 조각이나 쌓아둔 내용의 일부로서 시작하지 않으신다고 한다. 그와는 반대로 다 갖추고 나서 시작하시는 스타일이셨다. 도입부, 결말부, 작가님이 쓰고 싶은 장면, 클라이 맥스로 펀지를 때릴 수 있는 강력한 대사 등 소설을 쓰기 전에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다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얼개가 나온 상태, 전체 흐름을 아는 상태 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모든 구성요소를 갖추는 데도 아주 오래걸린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요소를 갖추고 시작하시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많은 작품을 내심이 놀라웠다. 또한, 퇴고의 과정에서도 단순히 일단 쓰고 고치시는 타입이 아니셨다. 글쓰기와 퇴고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하셨는데, 그만큼 계속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고치면서 쓰는 스타일이셨다. 그리고 검토할 때는 주로 인물을 다듬으시고, 대사를 많이 고친다고 한다. 처음에는 행동을 이어 가기 위해 생각나는 대로 대사를 쓰다면 두 번째, 세 번째에서는 이 인물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어쩌면 완벽을 추구하는 자세의 글쓰기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수 있는데, 오히려 이러한 과정을 가지시면서도 최근 몇 년의 기간 동안 여러 책을 내신 작가님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SF에 대한 그리고 소설에 대한 작가님의 가치관과 과정이 궁금해졌다.

김초엽작가님은 한국과학문학상 공모전에 당선되셨는데, 그때 생화학 전공으로 석사과정 중에 있었다고 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아, 역시 과학을 아시는 분이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의외의 대답을 읽을 수 있었다.

'저는 과학적인 부분은 편하게 써요. 알고도 틀리는 편이죠. 소설의 궁극적 목표는 마음을 움직이는 거라고 생각해서요. 읽는 동안의 재미가 1.5순의, 결말의 충격이나 감정적으로 마음을 뒤흔드는 점이 1순위에요. 말 안 되고 허무맹랑한 줄 알지만 그냥 써요.' 나는 SF라고 하면 당연히 그러한 지식적인 부분에 적합하게 따지고 쓰는 장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 독자들 중에서도 그런 오해를 하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자신이 잘 모르고 있어서 그래서 이 부분을 과학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굳이 그렇게 따지면서 이론에 근거한 것인지 맞는 내용인지를 확인하고 알고 있어야하는, 그래야만 읽을 수 있는 그런 장르가 아니라는 것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SF라는 장르의 문턱을 높이고 뻗었던 손을 주춤하게 만든 것은 SF여서가 아니라, SF에 대해 가지고 있던 오해와 편견의 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취향이 묻어나는 인터뷰, 개인적으로 김초엽 작가님의 인터뷰는 작가님의 개인적인 가치관과 취향이 많이 묻어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작가님의 생각을 알아가고 작가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록 SF가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쉽다는 느낌과는 다르다, 그것보다는 친해져보고 싶다는 느낌이다. 미스터리 장르와는 다른 신비스러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판타지와는 다른 현대성을 지닌 듯한 느낌 그러면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세랑 작가님 : 귀여움으로 진화하는 조건

- 정세랑 작가님은 인터뷰의 제목부터 궁금증이 생기면서도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귀여움으로 진화하는 조건' 왠지 노랑 병아리가 알에서 나와 삐약삐약 하면서 돌아다닐 것 같은 귀여운 장면이 생각나면서도, SF랑은 거리가 멀게 느껴져 그 내용이 더 궁금해지는 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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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깜찍하고 사랑스러운것 말고, 예쁘고 반짝거리게 포장한 거 말고, 진지하고 솔직한데 그런 모습이 어쩐지 친숙해서 귀여운 글을 쓰는 작가'

'정세랑의 소설은 거창한 구석이 없다. 문장은 간결하게 매끄럽고, 세계는 알쏭달쏭하지만 난해하지 않다. 판타스틱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일상은 일상답다. 등장인물은 허튼소리를 하지 않는다. 밥을 꼭꼭 씹어 넘기듯 자기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정직하게 소화한다. 덕분에 정세항의 소설은 인물의 생활에 질량이 있다.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지만 낯선 세계라도 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느껴진다. 그래서 종종 정세랑의 소설은 세계를 그대로 나타내는 대신 인물을 통해 세계를 보여 주는 방식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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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님, 어쩌면 SF소설에 관심이 없어도 '보건교사 안은영' 때문에라도 많은 이들이 친숙하게 알고 있을 작가님 일 것 같다. 하지만, SF의 정세랑 작가님의 글이나 소설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작가님과의 인터뷰에 앞서 저자가 소개하는 글을 읽으며, 정세랑 작가님의 글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낯설지만 다가가보고 싶은, 그리고 왠지 살펴보다가 슬그머니 말을 걸어보고 싶은, 그런 글일 것 같았다. 그리고 왠지 작가님의 작품은 낯선 모습 가운데도 친절한 미소를 지어주며 편안한 분위기를 줄 것 만 같았다. 특히나 '귀여움'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정세항 작가님의 소설은 읽어봄을 넘어 경험헤 보고 싶은 작품 속 세계일 것 같은 기대감도 들었다.

'귀여움' 내가 떠올리는 귀여움은 '병아리 삐약 삐약' 정도 인데, 귀여움을 SF에 담아내다니, 그런데 작가님의 귀여움에는 핵심조건이 있었다. '더불어 귀여움을 이야기 해야 한다. 귀여움의 핵심 조건은 안전과 무해함이다.' 그런데 단순히 귀여운 사람은 무해하다는 표현이 아니다. 이것은 정세랑 작가님 소설의 특징에 대한 표현이다. 정세랑 작가님의 소설에서는 폭력을 다루더라도 그게 치명적인 위험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현실에 존재하는 잔인한 면들이 소설에서는 멀리 몇 겹의 껍질 뒤에 위치한다. 그렇지만 그렇기때문에 환상과 일상을 넣어 독자를 안심시킨다. 안 아프고 귀여운 이야기. 그리고 그렇게 무해함이 귀여움으로 진화하려면 애정이 곁들여져야 한다. 읽어갈 수록 작가님의 글은 정말 귀엽다는 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노랑 노랑한 것 처럼 겉모습이 귀여움도 없지는 않지만 그것보다는 인물의 마음이나 그 관계를 그리는 시선이 귀여운 것 같다. 작간미의 소설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얽힌 관계는 애정으로 굳건해진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오히려 모난 곳 없어 보이는 매끈매끈한 사람이 나쁜 놈이다.

정세랑 작가님의 인터뷰와 들어가는 글을 읽으며 저자가 정세랑 작가님과 작가님의 글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인터뷰 대상으로서의 칭찬이나 소개글의 설명이 아니라, 작가의 글을 읽어가며 그 작품 속에 스며들고, 그렇게 작품에 스며들다보면 다른 작품에서도 작가의 특징을 알게되고 유명한 작가 잘 된 작품을 쓰신 작가님이 아니라, 좋아하는 작가님, 알고 있는 작가님이 되어가는 것을 인터뷰 가운데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애정이 곁들어진 무해함과 귀여움을 지닌 정세랑 작가님의 작품을 그리고 작품 속 인물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들었다. 인물들 간의 복작거림 가운데 건강한 관계가 느껴지는, 인물의 생활에 질량이 있는 소설, 낯선 세계라도 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느껴지는 정세랑 작간님의 소설이 더 궁금해진다. 어쩌면 SF라는 낯선 세계를 깃발을 이미 꽂아 놓은 SF 우주비행사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온 것 같다. 그들의 우주 경험담을 들으며 넓은 세계를 떠올리며 발을 디뎌보는 상상을 하듯, 인터뷰 집이지만 그 가운데 작가님과 소설에 대해 알아갈 수 있어서, 마치 SF속의 가고 싶은 우주가 많아진 어린 소녀의 시선을 갖게 된 것 같다.


<우리는 SF를 좋아해>는 SF에 대해 잘 알지 못하여 아직은 낯가림을 하고 있지만, 관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있어서 똑똑 노크를 하고 계신분들과 SF작가를 꿈꾸시며 도전하고 계신분들께 꼭 읽어보라고 소개드리고 싶은 책이다.

SF 작가님의 인터뷰집, 평소 궁금했던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어가는 것도, 아직은 낯설게 느껴졌던 SF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잘 알지 못했던 작가님을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도 즐겁고 유익했다.

또한, 인터뷰 외에도 저자 심와선님의 생각과 SF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글들도 마음을 움직였다. 긴장되고 답이 정해져있는 인터뷰라기보다는 SF작가님의 시선과 SF를 좋아하는 독자의 시선이 겹쳐지면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공감하며 인터뷰를 이어나가는 과정으로 느껴졌다.

같은 SF작가님이어도 서로 다른 질문과 이야기가 오고가고, 같은 공통의 질문들 가운데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SF라는 세계를 만나는 작가님들이지만, SF가 담겨져 있는 작가님의 세계는 더 넓고 무궁무진한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서로 다른 세계를 다시금 SF라는 공통점으로 이렇게 묶어내었다는 것이 감사했다. 책 제목이 '우리는 SF를 좋아해'인데, 어쩌면 처음 이 책을 마주했을 때의 나는 '우리'에 속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좋아하는 마음과 낯가림 하는 발걸음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으면서 조심스레 손을 뻗고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며 나도 조금씩 '우리'가되어 감을 느낄 수 있었다. 좋아하는 마음에는 전문성이나 깊은 지식을 따지지 않으니까. 웃으며 SF소설과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나도 SF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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