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보는 이야기
윤주연 지음 / 한평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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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보는 이야기

- 뒤섞인 기억 속에서,

고등학생 진아가 찾는 '진짜 나'의 의미


혼자 자신의 이야기를 되새기는 독백 같으면서도

닿을 수 없는 그때의 너에게 보내는 편지글 처럼 느껴진다.

소년과 소녀, 이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 처럼 느껴지지만 그 이상의 메세지들이 더 감면깊게 울려퍼진다.

책을 읽으며, 그리고 책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의 나를 불러보고는 한다.

그리고 그 때의 그 어린 아이와 시선을 마주치면

'혹시 너도 그랬을까?' 하는 그런 질문을 하게 된다.

뒤섞여 버린 트럼펫 카드를 찾아가는 듯한 이야기,

섞인 카드를 살피며 자신의 과정을 마주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우리들의 기억도, 우리들의 시간들도

게임 후 섞여 있는 트럼펫 카드들 처럼

이리저리 섞인 제 각각의 시간 가운데 자신만의 감정으로 그 순간들을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 그러한 순간들을 다시 한번 펼치며 살펴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때로는 그러한 기억속에 다시 살펴보고 싶지 않은 기억들도

자연스레 마주하며 온전히 안아볼 수 있는 용기도 얻게 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진아와 동우가 평범한 학생 처럼 묘사되는 것 같지만,

또한 평범하지 않은 학생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은

아마 진아와 동우의 마음을 섬세하고 세심하게 표현하였기 때문일 것 이다.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동우와 진아의 상황이 그려지고 마음이 전해진다.

그 만큼 독자가 읽어가는 과정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감정과 상황을 섬세하게 적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진아가 던지는 질문들이

그저 진아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덧 나에게 찾아와 또 다른 나의 이야기가 오버랩되는 책이다.

청소년의 이야기 같지만,

그 청소년의 시간이 이미 지나간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공감할 이야기라고 적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 자신의 청소년 시기의 고민, 관심사, 환경, 생활 등

각자 모두의 삶은 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각자 마다 다른 삶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떠올리며 공감하고

질문해 갈 수 있었다.

청소년이라 불리는 시기는 특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시험이나 대학에 초점을 두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어느 순간 보다 빠르게 지나가는

어느 순간보다 특별한 시기라고 생각되어진다.

그래서 그 시간을 돌아 볼 수 있는 책으로 이 책을 소개드리고 싶다.


시간이 약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만병통치약은 아닌 모양이었어.

어떤 상처들은 끝내 아물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나의 비극이 스치운 자리에도 꼭 그만큼 깊게 패인 상흔이 남았어.

이제 나는 아예 지워 버리거나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릴 수 없는 이 기억들과

두고두고 함께 해야 하는지도 몰라.

어쩌면 그래서 내가 아는 어른들은 다 사는 게 힘들다고 하는 게 아닐까?

삶이 그렇게나 지워지지 않는 많은 자국들이 안고 가야 하는 과정이라서.

<너만 보는 이야기> 윤주연 장편소설 / 한평서재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다시 바라볼 때

진아와 동우의 이름을 안타까움과 애뜻함으로 불러보게 되는 것 같다.

평범하고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 같지만

동우와 진아의 현실이,

그리고 그 현실 가운데 아파했을 진아와 동우의 마음이

너무나 안쓰럽게 느껴졌다.

진아와 동우를 생각하면

화산지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번져나가 듯이

서로 다른 두 물방울이 화선지에서 번져나가다 맞닿아

서로 다른 색으로 스며드는 모습이 그려진다.

다른 듯 비슷한 두 소년과 소녀의 관계.

그런데 이 두 소년과 소녀가 그려낸 관계와 마음은

비단 어린 학생의 유치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건 어른이 되어도 마찬가지야' 라는 생각이 들어서

멀리서 둘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끄덕이게 되는 이야기였다.

진아에게 동우와의 기억은

다시 기억하기도 아픈 시간이었 것이다.

그렇지만, 그 어린 시절의 진아를

지금의 진아가 다시 마주하며

변화되고 성장해 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제는 알아.

사랑은 남에게 빛을 내어주는 일이기에

이전에 나 역시도 빛나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다른 사람을 물들이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물들이는 감정이라는 걸.

그렇다면 나 역시도 상대에게 어여쁜 빛을 내주었던 그 순간만큼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을지도 몰라.

<너만 보는 이야기> 윤주연 장편소설 / 한평서재

왜냐하면 진아야, 이 세상에 너를 좋아해 줄 만한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을지도 몰라.

네가 과거의 기억속에 갇혀서 아직 다 보지 못한 세상,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까지 함부로 재단하지만 않는다면.

그러니까 가끔, 아주 가끔 이라도 좋으니까

용기를 내서 너 자신을 마주해서 바라봐 준다면 어떨까?

그러면 너도 언젠가는 지금의 나처럼 깨닫게 될지도 몰라.

사실 너는 다른 그 누가 곁에 없이도 늘 그렇게 빛나고 있었다는 걸.

<너만 보는 이야기> 윤주연 장편소설 / 한평서재

온전히 마주하기에는 피해가고 싶은 기억.

그렇지만 그 과정을 다시 마주한 진아이기에

헨젤과 그레텔의 빵가루와 같았던 동우와의 기억들을

이제는 그 빵가루를 따라서 과거로 내려가지 않고

과거의 흔적도 그리고 지금 자신의 자리도

또한 앞으로 나아갈 자신의 미래도

모두 그 시간을 온전히 마주하며

더욱더 진아답게, 진아로써 반짝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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