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로 분류되는
이 정확 작가님의 <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
이 책은 나에게 있어 의외의 책이었다.
간략하게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에세이' 임에도 책을 읽다가 다 읽기도 전에
'이 책을 만나 다행이야ㅣ'라고 말하고
곧 '이 책 괜찮아. 아니 정말 좋은데'라고 말하게 했다는 점.
'에세이'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읽고 '이 책 정말 좋다'라고 말하며 소장용 책을 놓는 곳에 꽂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좋았다. 그래서 따로 모아놓는 정말 좋아하는 책들 가운데
당당히 에세이임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나에게는 '당당히 입성'리나는 표현을 쓸 만큼 큰 의미)
그리고 그 만큼
내 마음을 만져주는 솔직하고도 감동되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에는 '오늘, 설렘이 발권되었습니다.'라고 써있는데,
설렘만 발권된 것이 아니라
설렘이 '위로와 공감'이라는 가방을 매고 온 것이다.
둘째, 예상했던 것과 다른 기대 이상의 내용이었다는 점.
'전공의 과정을 마친 뒤 대학에 남으라는 교수님들의 제안을 뿌리치고 세계여행을 택했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나 호기심은 들었지만,
많은 기대감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다른 에세이랑은 다르게 나의 마음에 아니, 내가 주도적이라기보다는
이번에는 책이 나를 데리고 가며 이야기 해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기대 이상이었다는 것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말하며 인정하고 있었다.
셋째, 다양한 측면에서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
가지 못하는 곳의 소망을 대리 만족하며 즐거워하는 여행 책으로도
힘들고 지칠 때 꺼내보고 싶은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 책으로도
그리고 저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읽는 에세이 책으로도
어느 쪽으로 바라보든
어느 방면 하나 손색없는 책이었다.
아, 그리고 여기에
의사의 삶과 고민을 알 수 있는 책이라는 측면을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그런데 내가 매일 다른 장소, 다른 시간의 일출과 일몰을 기다린다.
늦는다고 짜증 낼 필요도 없고
보지 못한다고 해도 내일 다시 찾아오는
사라지지 않는 것들.
기다림이란 상대방의 변치 않음을 믿고
스스로 여유로워지는 것.
언젠가 누군가를 기다리게 된다면
사라지지 않음을 오롯이 믿고,
그저 여유로운 마음과 다양한 사랑의 표정으로
기다려야지.
<그때 너에게 같이 가지고 말할걸> 이정환 지음/ 김영사 -36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 중
여행의 마지막은 새하얀 겨울이었으면 했다.
돌아오며 보았던 것들을 다 덮을 수 있고 겹겹이 쌓인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둘 수 있는 깊고 넓은 곳이었으면 했다. 눈앞을 완벽히 가로막아 앞날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고,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어버렸지만 어디로 가든 내 발자국이 나를 따라와
나만의 길이 될 수 있는 곳. 그저 혼자서 외로움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오래도록 걸을 수 있는 곳이었으면 했다. 지금 나는 신들의 사, 포카라에 머물고 있다.
<그때 너에게 같이 가지고 말할걸> 이정환 지음/ 김영사 -165 '마지막 겨울'
너무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사실 어떤 문장을 적을가 고민도 했다.
마음 같아서는 다 담고 싶지만,
다른 문장과 사진들은 이 책을 만나며 읽어나가ㅣ신다면
분명 더 좋을 것이다.
우선 여행 에세이 답게 내가 알지 못하는
처음 알게되는 낯선 곳들도 많았다.
특히 포르투가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아름다운 오로라를 보며 지낸 내용을 읽고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보며 설레이기도 했다.
또한 청명함을 넘어 밝고 맑은 하늘이 담긴 사진은
마치 사진을 넘어 그곳의 바람이 전해지는 듯
기분 전환이 되기도 했다.
기린, 코뿔소 등 동물들의 사진과 내용을 읽으며
바쁘게 돌아가는 삶과의 대비가 느껴지기도 하고
오히려 그 느긋한듯 보이는 만족감이 평안함을 선사해주기ㅣ도 했다.
그렇지만 이 책의 장점은
그저 좋았던 이야기를 시시콜콜 자랑하듯 적힌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공하지 못한 내용도, 읽는 과정에서 정말 힘들었음이 상상되는 기차 여행의 과정도,
아프리카 아이들을 만나며 앞게된 어려운 현실들도,
여행 중 들은 슬픈 소식도
저자의 생각과 함께 솔직하게 담겨져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의사'다.
그래서 여행 가운데 생각되어지는 인턴 생활에서 있던 일이나
의사로서의 생각과 고민들도 함께 담겨져 있다.
의사는 아니지만 의사라는 직업은 좀 더 특별히 소중하고 중요한 집업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기술이나 지식적인 부분도 그렇겠지만 마음의 부담과 무게감이 가장 큰 이유다.
그래서 읽으며 나도 눈물이 부분도 있었지만 그러한 진솔한 마음이 있는 부분에 더 감동이 되었다.
또한 저자의 감정이 시적이면서도 긍정적이어서 좋았다.
시 집을 읽는 것 같은 부분도 있었고
감성적이지만 과장되지 않은 진솔한 깊이의 감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이 책은 안과 밖의 디자인에 통일감이 있다.
특히 나는 책의 겉표지가 코팅된 재질이어서
나는 버스에서 책을 읽다가도
잠시 멈추어 읽은 부분의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기도 하고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되새기거나
다시 마음에 물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런데 아프리카 여행에서 오아시스에 관한 부분을 읽고
미웠던 내 머ㅏ음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후
잠깐 멈추어 책의 표지를 만지작 거리며 살펴보았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남은 마음의 여운 때문인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책에 무지개빛 조약돌을 만들어 내 손에 쥐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생각했던
이 무지개가 맺힌 표지가 정말 좋다.
그리고 어쩌면 이 겉표지 디자인의 의미가
미움 내 마음을 다시 되돌아보며
내 마음 가운데, 우리들 삶 가운데 흘린 눈물과 땀방울을 바라보는데
그 방울들이 햇빛에 비추어 무지갯빛을 내듯
우리들의 눈물과 땀방울도
각각의 순간과 이야기로서 무지개를 만들며 빛나고 있는 거라는
그런 의미로서 생각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