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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 모든 영어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마크 포사이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9월
평점 :
이 책은 ‘걸어다니는 어원사전’ 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런데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만, ‘아이쿠 알파벳에 단어가 달려서 걸어다니네~’ 하고 보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작은 글씨로 단어들이 책 이곳저곳 사면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저 ‘booK’할 때 알파멧 B에 다리 그림을 그리고 ‘걸어다니는’이라고 붙여 놓은 단순한 책이 아니었다.
그 아래 적혀 있는 ‘모든 영어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라는 문장처럼
이 책의 표지에 있는 단어들에도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게 이 책은 표지 부터가 이야기의 시작이다.
즉, 표지를 보지 않고 제목만 스치고 읽기 시작하는 책이 아니라
표지부터가 스토리의 출발점인 것이다.
출발선이 다른 책보다 앞에 있는데,
어쩌면 그 이유는 표지가 시작이 되어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은 ‘들어가는 글’ 읽으며
이 책의 흐름과 성격을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의도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하나의 ‘말’과 같다.
얇다고 말하기에는 좀 두께가 있는데
굳이 ‘하나의 말’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말에 쉼은 있을지라도 그 흐름이 이어지듯
이 책은 표지부터 그 흐름이 쭈욱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저 목차를 보았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연결고리가 각 주제마다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예상할 수 있도록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가 잘 이야기 해주었다.
우선 어원사전인데 저자에게 ‘단어의 어원을 묻는 것’은 실수 라고 표현되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지만 읽다 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가끔 제게 단어의 어원을 묻는 실수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실수를 두 번 하는 사람은 못 봤지만요.’
저자가 단어의 어원을 강의가 아니라 책을 통해 알려주어서 다행이었다.
책이 아니라면 이런 연결고리를 잘 살려서 어떻게 전할 수 있었을까?
이 내용을 책이 아닌 다른 매체로 어떻게 전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도 들면서 원하는 만큼 읽고 생각을 정리해보기도 하고
앞에서부터 다시 단어의 어원을 떠올리며 기차처럼 생각을 연결해 보기도 했다.
문으로 나가는 것에 실패하고 틈이 있을 때 창문으로 겨우 탈출했다는 말이
처음에는 많이 과장되었다고 느꼈는데,
이 정도 두께의 책을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 적을 수 있다면
(책이라서 적었다고 했지만 적는표현보다는 무엇인가 주제를 던지고
그것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처럼 글이 진행돼서 더욱!)
충분히 그런 상황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속으로 하며 웃기도 했다.
‘수지맞은 도박업자’ -‘닭 맞히기 놀이’ -‘신사와 수소’ ... 이렇게 세 가지를 보고
이들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바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우선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이건 어떤 수수께끼 인가’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즐거워하는 표정으로 설명을하는 한 사람이 떠오른다.
책읕 통해 저자는 마치 나에게 설명하고 이야기를 하듯 단어의 어원에 대해 말해주었다.
‘사전’이라는 딱딱한 느낌이 아니라 물 흐르듯 흘러가면서도 그 개념과 어원에 대한 내용을 알려준다.
특히 ‘말놀이’를 좋아하시는 분이나 ‘언어’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더욱 즐거운 시간일 것이다.
처음에는 딱딱하거나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인데
어느덧 버스에서 ‘킥킥’ 웃으며 읽는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