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픔이 낫길 바랍니다 - 보통의 죽음을 배웅하고 다시 삶을 마중하는 나날
양성우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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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에세이'는 아니다.

이 글은 ‘그것 참 복된 병이네요.’라고 철모르는 소리를 내뱉던 어린 의사의 성장기이자.

병원을 스쳐 지나 간 수많은 삶과 죽음, 버팀과 희망의 날들에 관한 기록이다.

나의 이야기이자, 당신들의 이야기이다.



‘내과’ 라는 말을 머레 느껴지지 않는다. 정형외과나 신경외과에 가는 일은 거의 없는데 ‘내과’는 자주 가기 때문이다. 의학드라마를 보면 관련 용어나 과에 대해 관심을 가지데 된다. 최근 본 의학드라마에서 관심이 갔던 부분은 주로 외과적인 수술 장면 이나 신경통증의학 관련 용어들이다. 그래서 내과 의사들의 삶은 잘 상상이 안 갔다. 외과보다 치열하지 않을 것 같고, 신경통증의학보다 복잡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정말 뭣 모르고 헛 생각 했다고 느꼈다. 내가 다른 곳보다 자주 가는 곳이어서 치열하지 않을 것이 아니고, 자주 갈수록 더 복잡하고 더 많은 변수와 어려움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책을 읽으며 페이지 페이지 마다 포스트잇을 붙였다. 내가 감당하지 못할 감정들과 사건들이 담겨있었고 의사라는 직업이 아닌 의사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의사가 되어 셀 수 없이 많은 죽음을 겪었다.

이렇게나 많은 죽음을 볼 줄은 몰랐다.

내과 의사는 오늘 말을 나눴던 이가

다음 날 죽어도 일상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의사의 감정과 현실에서 느끼는 의사의 감정은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 차이가 많을까, 아니면 비슷할까? 드라마를 보며 실제 의사의 삶에 대해 궁금해 했던 내게는 정말 필요한 책이었다.

 

 

 

 

 

사람들이 ‘사’자 들어간 직업 이라는 이야기를 예전에는 자주 했던 것 같은데, 그 ‘사’자 들어간 직업은 정말 어떤 직업하나 쉬운 직업이 없는 것 같다. 일적인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정서적인 부분에서 더욱 그렇다. ‘사’자 들어간 직업 치고는 마음에 쉴 틈이 있는 직업이 없는 것 같다. 바쁘게 돌아가고 움직여야 하는 직업적, 상황적 일도 맞지만 그 이전에 내 것이 아닌 감정들과 내 것이 아닌 상황들 가운데 온전히 내 마음을 내 마음으로 둘 공간이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내 마음을 살필 시간도 없다. 특히 의사는 생명이 걸린 직업이기에 더 그 생각이 와 닿았다. 책을 읽으며 체크한 부분에는 중간 중간 나오는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과 비슷한 상황이 많았다. 그렇지만 책 안의 상황은 드라마보다 바빴고 드라마보다 심각했다. 무엇보다 실제이기에 이 책에 담긴 경험과 이야기들이 소중하고 귀한 자료로 다가왔다. 의사가 되길 바라고 있는 사람이나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인간의 95%가 죽음을 맞이하는 곳, 내과.

이곳의 의사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삶과 사람을 알게 되었다.

- 당신의 아픔이 낫길 바랍니다. / 양성우 _ 허밍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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