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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 과학기술혁신정책에 대하여
이영훈 지음 / 부크크(bookk) / 2019년 3월
평점 :
지금은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나는 분명한 이과다. 과거 대학에서 이공계 관련 공부를 했다. 물론 이공계 쪽이 취업이 잘 돼서 간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는 제법 이공계 공부가 나의 체질에 맞았다. 무언가를 계산하는 것이 재미있었고, 한 개 밖에 없는 답을 찾는 것도 그리고 그 과정도 즐거웠다. 과정이 즐거웠기 때문에, 나는 대학을 다니돈 동안 전과와 같은 것은 생각지 않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과 시절을 돌이켜 보면 뭔가 깜깜한 것도 있다. 나는 촛불을 들고 있는 미로 어딘가에 있는 사람이나 다름 없었다. 도대체 내가 배우고 있는 것이 나를 어디로 이끄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교수님들의 수업에서도 내가 배우고 있는 공식을 단순히 외우라는 이야기가 나오거나, 유도 정도만 배울 뿐. 정확히 내가 배우고 있는 것이 무엇과 관련된 것이고, 어디에서부터 출발했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교수들은 한명도 없었다. 즉, 나는 공부를 하면서 미아가 된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들고 있던 것은 촛불! 즉 근시안적인 공부밖에 하지 않았던 것이다.
<과학, 기술, 혁신, 정책에 대하여>는 그래서인지 꼭 이공계 친구들이 한번즈음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유는 제법 간단하다.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그들이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이 책은 제법 잘 알려준다. 단순히 현재 구속 위기에 놓여있는 황창규 회장이 삼성전자 시절 꼬래 무어의 법칙을 흉내낸 ‘황의 법칙’과 같은 단편적인 혹은 얄팍한 지식들을 이 책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즉, 교수들이 수업시간에 얄팍하게 자신이 지금 어떤 자리에 있는지, 잘난척 하기 위해 드러내는 지식이 아닌, 마치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이 책은 이공계 학생들에게 줄 수 있다. 국가 정책의 입장에서 이공계 친구들이 배우고 있는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이고, 최종적으로 무엇을 향해 가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은 어떻게 지행된느지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단순히 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겠지만, 이공계 친구들이 행정시스템을 알아가는데 필요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공학’ 혹은 ‘자연과학’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만을 이 책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정확히 이야기해서 이 책의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과학‧기술‧혁신‧정책이 어떻게 맞물려서 돌아가는지를 이 책은 이야기 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읽는 내내 그저 자기가 무슨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자랑했던 옛날 교수님들 얼굴이 떠올랐다. 이 책의 저자의 반만 좀 닮았어도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