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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루기
이상교 지음, 이형진 그림 / 책모종 / 2026년 9월
평점 :
「얼루기」 (이상교 글/이형진 그림/책모종)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

『얼루기』는 혼자 걷는 소년과
꼬리가 짧은 길고양이가 사계절을 지나며
서로의 세상에 자리를 만들어 가는 그림책입니다.

공원에서 마주친 얼룩무늬 고양이 한 마리.
갈색과 고동색 털이 뒤섞인 모습 때문에
얼루기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얼루기는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 않습니다.
소년도 혼자 공원을 거니는 시간이 익숙합니다.

『얼루기』는 이상교 작가의 동시를 바탕으로
이형진 작가가 그림을 그린 작품입니다.
짧은 시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계절의 변화를 따라 펼쳐집니다.
비가 내리는 여름을 지나 낙엽이 쌓이는 가을,
고요한 겨울과 새로운 빛이 번지는 봄까지
공원은 매번 다른 얼굴을 드러냅니다.
얼루기는 낙엽을 밟으며 자신이 있음을 알립니다.
소년은 얼루기가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립니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을 때 상대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상대가 허락한 만큼 다가가고,
서로 편안한 거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우정의 시작입니다.
얼루기의 있는 모습 그대로
친구를 알아가는 소년의 태도는
다름을 존중한다는 말이 일상에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걸 내 기준이 아닌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세계가
상대에게도 있음을 인정하는 일에서 관계는 깊어집니다.
처음에는 넓고 쓸쓸하게 느껴졌던 공원의 풍경이
어느 순간 다르게 다가옵니다.
같은 벤치, 같은 산책길인데 그곳에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풍경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얼루기』는 평범한 산책길에서도
무심히 지나쳤던 작은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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