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모양」 (이혜정 글•그림 / 길벗어린이)

마음에도 모양이 있을까요?
슬픈 영화에 참았던 눈물이 터졌습니다.
욕실에서 수도가 터졌네요.
“이놈의 고물 집구석!”

눈물을 흘린 건 파란 집.
그래서 수도가 터졌고
집주인은 투덜거립니다.
집주인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구닥다리 집에 대한 불만과
겨울의 스웨터 같은
따뜻하고 아늑한 집에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필요 없는 존재라고 여긴
파란 집은 가출하게 됩니다.

집이 가출하다니요...
단단히 마음이 상했나 봅니다.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가 끝도 없이 펼쳐지는
참신한 내용의 주제들을 만나면
늘 감탄하며 책 속에 폭 빠지게 됩니다.
“안녕, 나는 한겨울의 스웨터 같은 집을 찾고 있어.
혹시 본 적 있니?”
숲속에서 제일 먼저 달팽이를 만납니다.
달팽이는 단숨에 자신의 집이 그렇다고 말합니다.
외로움을 지켜주는 달팽이 집
무겁지만 달팽이는 마음의 모양에 딱 맞는다고 합니다.

“마음의 모양이 도대체 뭔데?”
달팽이와 이야기를 나눈 파란 집은
이제 마음의 모양을 찾아 나섭니다.
과연 마음의 모양을 찾을 수 있을까요?
마음의 모양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의 연약한 부분을 마주할 특별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애벌레의 말이 마음에 쏙 들어옵니다.
상대에게 집중했던 마음을
나에게 돌이켜 나로부터 시작하게 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려줍니다.
때로는 내 마음을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 알게 된다는 할머니 말에
나의 삶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며
그 안에서 성장하고 나를 알아가고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너'의 마음에 대해 서로 무관심하거나
지나쳐 버릴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꺼내지도 못한 마음을 쌓아두기만 하다가
서로에게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삶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노력은
파란 집에게 답을 줍니다.
다행입니다...
서로 각기 다른 집을 가지고 사는 우리는
모두 다른 마음의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일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데
묵묵하게 나를 지켜주는 집을 통해
내 마음의 모양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마음의 모양은 무엇일지
<마음의 모양> 그림책을 통해 마주해 보는 건 어떨까요?
커피가 맛있는 비엔나, 시간이 슬로 모션으로 흐르는 옥스퍼드.
겨울이 되면 위스키가 생각나는 시카고에서 둥지를 만들다 허물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내가 머물 수 있는 진짜 집에 대하여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던 것 같습니다.
크고 작은 모험들을 겪은 후 찾아낸, 지극히 개인적인 해답을 이 그림책에 담아 보았습니다.
지금은 서울에서 고양이 두 마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음의 모양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혜정 작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