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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대선개입은 일년이 지나도록 한국사회의 근본을 뒤흔들 뇌관으로 남아있다. 이 사건이 표면화되고 증폭되는 과정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이 중의 한 사람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다. 경찰을 그만둬도 자기 같은 전문가에게는 할 일이 많다며 주위의 걱정을 일축한 것처럼 그는 각종 강연과 저술활동으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를 인터뷰한 것은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치밀한 자료조사와 폭넓은 소양으로 인터뷰어들의 이야기를 잡아끄는 능력의 소유자다. 물론, 그가 낸 책들이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편이다. 그의 성실함과 꾸준함이 대중적 매력과 언제나 직결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책의 메시지는 간결하다. 경찰은 국민을 위한 조직이어야만 한다. 이 당연해 보이는 말이 현실에서는 당연하지가 않다는 게 표창원이 경찰조직을 뛰쳐나온 이유고 책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전 세계 경찰이 처벌 위주의 정책보다는 예방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도 그렇게 가기 위해서는 경찰 조직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긴밀하게 협조하고 공조해야 한다. 시민 사회가 경찰을 멀리하지 말고, 애정을 가지고 감시와 제안, 협조를 해야 상당수의 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책은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하며 물꼬를 튼다. 한국사회를 술렁이게 만들었던 사건들의 리스트들이 주욱 나열된다. 장자연 사건, 자식 살해 사건, 보험 사기 사건, 얼짱 강도 사건 등 독자들의 흥미를 끌 만한 사건들을 큰 뿌리 삼아 이 사건들이 발생하도록 방치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해결책 등을 차근차근 진단한다. 예컨대 '오원춘 사건'에 대해서는 범죄가 일어난 사회적 배경과 맥락에 대한 고민 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혐오를 확산시키고, 개인만을 악마화한 사회의 일그러진 초상을 되새겨보게 한다.

 

정부 일각에서 자꾸 오판을 하고, 시민들을 자극하고, 둘로 나누고, 국론 분열을 하고, 자꾸 북한 문제를 들먹이면서 안보 내세우고, 색깔론 들이밀고. 이렇게 나가면 그건 비극입니다.”(410) 국정원 사건 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에 대해 대부분 분열적인 시선을 구획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구획을 내면화하는 과정은 위험하다. 사회가 범죄의 인큐베이터가 되는 상황, 우리 모두 공범이 되지 않기 위해서 과거의 실패로부터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매우 중요하다.

 

“‘실패학이라는 학문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고, 개선책을 찾고, 더 나아가는가가 중요하거든요. 또 하나는 위기관리 능력이라는 거죠. 위기관리 시스템. 우리에게는 이 두 가지가 없어요.”(197)

 

두 사람의 격론과 논쟁이 마지막에 내린 결론은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자'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대해 외면하거나 침묵하는 것은 공범이나 마찬가지라며, 이웃집에서 벌어진 단순 강도든, 거대한 국가 기관의 부정이든 가리지 말고 발언하자고 강조한다. 연장선상에서 연쇄살인을 포함한 범죄를 마치 지진, 태풍처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부분도 시선을 끈다. 연쇄살인범 한 명 한 명이 별도의 괴물들이라기보다는, 사회 병리 현상이 돌출한다고 보는 시각이 맞다는 분석이다. 권력형 비리가 많아서 사회 내 불신과 분노가 커진다, 빈부 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다, 취업률이 낮아진다, 학교 폭력과 가정폭력이 증가한다 등의 것들을 연쇄살인의 사전적 인덱스로 볼 수 있다. 연쇄살인의 징후가 뚜렷하다면, 자연 재해 대비에 맞먹는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거다. 어찌 연쇄살인만 그럴까. 범죄의 연쇄작용과 메커니즘을 생각해 본다면, 모든 영역에서 범죄를 막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범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설득하고, 행동하고, 노력해야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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