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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만 누를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러셀이 아흔을 넘겨 쓴 자서전 서문의 첫 문장이다. 백살이 다 되도록 냉철한 지성과 행동으로 현역에서 뛰었던 이의 고백답다. 내게 러셀은 20세기가 남긴 최고의 천재 중 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논리학에서 이룬 일가, 철학자로서의 면모, 평화운동가로서의 역할, 그 왕성한 저작활동,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확장성. 이런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신이 공평하지 않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질투나는 사람이다.


러셀은 평생 자유에 대한 억압과 싸웠고, 종교로 대변되는 비이성적 행태와 싸웠고, 인간의 어리석음이 발현되는 모든 것과 싸웠다. <인기없는 에세이>는 그의 책 중 가장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명료하고 재기 넘치는 문장들로 써내려간 온갖 분야에 대한 그의 선명하고도 또렷한 주장이 귓가에 계속 울리는 것만 같다.


특히 러셀이 강력하게 싸웠던 것은 기독교로 대표되는 종교의 미망이었다.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라는 책을 별도로 썼을 정도였다. 어쩌면 러셀의 존재는 지금의 리처드 도킨스나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그렇듯 기독교에 악몽같은 일이었을 게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피뢰침을 발명했을 때 반대한 성직자들의 논리를 보자니 한숨이 나온다. 쓰나미는 하나님의 천벌을 받은 것이라고 했던 한국의 대형교회 목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 세계의 진면목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할지 모르지만, 세상은 다시금 묻는다. 인류는 미망에서 얼마나 벗어났는가. 러셀의 가차 없는 문장들이 주는 울림으로 글을 맺는다.

 

나는 정부가 행동에 나서서 일반 대중으로 하여금 믿게 할 수 있는 헛소리의 영역에는 한계가 없다고 확신한다. 만약 적절한 규모의 군대와 이들에게 평균보다 나은 급여 및 식사를 제공할 권한이 있다면, 단언컨대 나는 30년 안에 대다수 사람들로 하여금 어떠한 허튼소리도 믿게 할 수 있다. 2 더하기 23이라거나, 물은 뜨거워지면 얼어붙고 차가워지면 끓는다거나, 그 외에도 국가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헛소리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 부제가 보여주듯, 이 책의 핵심은 7지적 쓰레기들의 간략한 계보. 세상에 즐거운 일들이 차고 넘쳐 러셀의 책을 정성들여 읽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다른 장들을 건너뛰고 7장만 읽어도 좋겠다. 그러나, 일단 7장을 읽고 나면 나머지 장들을 읽는 것을 스스로 막을 수 없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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