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배와 혐오 - 모성이라는 신화에 대하여
재클린 로즈 지음, 김영아 옮김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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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 그대로모성과 어머니에 대한 존재는 숭배인 동시에 혐오가 된다절대적인 사랑을 강요받으면서도그러한 절대적인 사랑으로 인해 발생되는 수많은 부작용들에 대해 어김없이 독박을 쓰고혐오의 대상이 된다어머니가 된 이후 여성으로서 혹은 독립적인 개인으로서의 내적 삶은 불가하며이러한 현상은 당연하거나혹은 미담으로 포장 되는 경우가 절대적이다어머니로서의 여성은 그 아래 깔려 압사당한다.


간과하던 것들이 보였다어머니 이전의 여자누군가의 절대적인 보호자 내지는 양육자 이전에 독립적인 한 개인그 관점으로 어머니라는 타이틀에 얹혀진 무게를 가늠해보니놓치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모성으로 미화되는 완벽한 사랑이라는 것이나약한 인간으로 가히 해낼 수 있는 것인지신의 돌봄이 세상 구석구석 미치지 않아 어머니를 보냈다는 헛소리가이 땅의 어머니를 얼마나 학대하고 있었는지.


또한 어머니의 절대적인 사랑과 의존이 자식에게도 얼마나 큰 멍울이 되는 지우리는 이제 잘 안다나 역시 엄마가 너는 내 인생 유일한 행복이야’ 라는 말을 할 때마다정말 숨이 턱턱 막혔다내가 엄마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 만들어진 이유로엄마라는 거대한 존재를 행복하게 하는 유일한 이유가 된다는 것그 얼마나 상호 가학적인가책에서도 나오듯요구가 강할수록 기대는 기만적이다.  


책은 기존의 숭고한 모성의 정의와 사회적 기대를 낱낱이 풀어 헤치며 문제점들에 대해 조곤조곤 반박하면서동시에 새로운 어머니 되기를 제시한다. ‘내새끼가 아닌 철저히 타인’ 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것그리하여 어머니’ 역시 독립된 개인으로서의 권한을 회복하는 것쓰면서도 어렵다정말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주저 앉고만 싶다하지만 어머니에게도 자식에게도 폭력적인 이 모성 신화의 철옹성은 한 번은 무너져야 한다그리고 이 책은 그 여정을 탄탄하게 뒷받침 할 기본서가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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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꽃
조윤서 지음 / 젤리판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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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에 앉아 수감중 변호사비를 대지 못한다고 욕설을 적어 편지로 보낸 아버지, 생활비 학비 요구를 하는 새어머니와 이복 동생들, 승무원이 된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었다고 담담히 고백하는 저자.

승무원 생활부터, 일하는 아내,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일상까지, 그저 고상하고 우아할 수 만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반면 책 디자인이나 삽화까지 한 편의 ‘순정만화’ 같은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의 모습 자체가 저자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된 일상에서도 그녀는 참 정갈하고 단단했다.

온 집안의 빌어먹을 희망인 딸, 그 마음 나도 좀 잘 안다. 그래도 미안해 하지는 말자고 저자에게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더 이상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겠냐고.

책임감 때문에 행복이 매몰된 삶은 틀린거다. 이 땅의 모든 딸, 엄마, 아내들이여, 그러니 마음껏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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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희망은 이기적인 년 - 날카로운 직감과 영리한 태도로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캐런 킬거리프.조지아 허드스타크 지음, 오일문 옮김 / 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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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희망은이기적인년

마침 이 책을 다 읽고 운동을 하러 가던 중이었고, 마침 (무려)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열고 크롭탑에 레깅스를 입은 내 몸을 아래 위로 훑는 아즈씨를 마주쳤고. 책을 읽고 난 나는 여느 때보다도 호기로웠고. 저자 언니들이 그러지 않았는가! “지랄은 해야한다!!”

“뭘 보고 지랄이야. 눈을 확!”

제목은 호쾌하기 그지 없으나, 내용을 곰곰 생각하면 나 하나 오롯이 지켜내어 건강하게 살아내는 것이 흡사 전쟁과도 같다는 처절함이 느껴져, 문득 서글퍼지기도, 애틋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대체적으로 쎈 언니에 속하는 본인이지만, 내 밥줄 내 생명 날라갈 수도 있는 와중에 ‘하지마세요!’ ‘싫어요!’ 이 두 마디를 내뱉는 게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인가.

역으로 그러므로 더 많은 이들이 용기를 내고 지랄을 하고, 지랄을 하는 다른 이들을 응원해야겠다. 이 책은 특히 20대 여동생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언니들이 우선 지랄을 좀 많이 해서 동생들은 지랄 좀 적게 해도 되는 세상을 만들기도 해야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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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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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은 작가의 시선이 대체로 사회로 향해 있다. 정치, 세대문제, 경제, 그리고 개인적인 것이라 하면 언뜻 보이는 불안정한 가정사,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 정도. 하지만 이번 책은 저자도 명확히 언급했듯, 직접적인 사회 비판 등의 이슈는 싹 다 걷어냈다. 그리고, 개인, 사람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까 만일 내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없다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거야, 하는 절실함으로. 사회와 시스템이 어루만지지 못하는 개개인의 불행을 기어이 마주하고 듣고 하면서, 어떻게든 위로하고 다시 서게 해 주려고 한다. 비현실적인 휘황찬란한 희망 같은 거 말고, 절망 안에서도 삶은 어떻게든 흘러가야 한다고, 진창에 빠진 발을 부여잡고 울지 말고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힘을 내어 그 발을 들어보라고 자기 발도 이렇게 빠져 있지 않냐고, 내 삶도 뭣같지만 이렇게 살아있지 않냐고 말한다.

그런 그의 글을 읽으며, 2014년에 완성한 ‘버티어내는 삶’ 에서 정말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던 저자의 다짐을, 기어이 꾸역꾸역 실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서, 그 특유의 시니컬함과 냉정함이 주는 ‘현실적인 온기’ 로 말이다. 그의 글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의 시선과 행동이 고스란히 담긴 그의 삶과 글을 계속해서 보고싶다. 끝까지 버티며 지겹도록 써 보겠다고 했던 그 약속을 기어이 지켜주었듯, 그 약속 오래도록 지켜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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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 삶에 깊은 영감을 주는 창조자들과의 대화 윤혜정의 예술 3부작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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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닷새를 읽었다. 530여 페이지의 책 두께 때문이기도 했지만, 불세출의 예술가 19인임에도 불구하고 예술계에 무지한 나의 부족함 때문에, 작가의 이력, 주요 작품, 인스타그램까지 전부 찾아보며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행위 자체가 나를 얼마나 설레게 했는지 모른다. 작품을 찾고 인터뷰를 읽으며, 지금까지 인지해 온 세상이 깨어지는 것과 같은 기분을 여러번 느꼈다. 그리하여 한껏 자유로워져 벅차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느낌. 어쩌면 완성되어 이미 저명해진 작품을 보고 느끼는 것은,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뷰는 마치 그 결과물을 도출해 낸 어미들이 품고 길러낸 장고의 세월을 보는 것 같았다.

특히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다나구치 지로, 제니 홀저, 아니 에르노 등 언어, 문장의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특히 기대했는데, 되려 그 외 다른 미술가들, 영화인, 음악가들의 인터뷰들은 너무나도 생소한 나머지 더욱 흥미진진하기도 했다. 특히 인터뷰를 읽어보면, 이들이 툭툭 던지는 몇 문장으로도 19인의 예술가가 아닌 19인의 사상가라 표현함이 더 적합할 듯 할 정도로 강력하고 깊다. 이들이 세상에 내놓은 어마어마한 영감, 사고의 확장성은 짧은 인터뷰로는 다 담지 못할 무엇인가임이 틀림없기에, 윤혜정 작가의 숨은 의도는 아무래도 예술가들의 사상을 요약하여 친절히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들이 살고 고민한 것들을 우리도 함께 성실히 고찰하고 질문할 것을 요구하는 듯 하다. 작가가 인터뷰어로 혹은 예술가를 소개하는 챕터별 프롤로그에서 보여준 문장들은, 그런 요구를 몸소 보여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그녀의 몸과 사유를 한 예술가의 삶에 진입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면 인터뷰 이전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스스로를 발견한다는 그녀. 그녀가 예술을 접하고 이해하고, 심지어 예술가에게 영감과 호기심을 줄 정도의 깊이있는 질문을 하는 것으로, 그녀는 어쩌면 또 다른 예술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언감생심이라 표현하였으나, 이 책은 내게 ‘은성한 잔치’라는 표현 그 이상의 영감과 숙제를 안겨주었다. 보고 듣고 읽을 이 많은 파생된 숙제들을 하나 하나 해 나가며, 스스로의 세계를 격파해 나가 보겠다 다짐한다. 2탄도 조심스레 기대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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