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 삶에 깊은 영감을 주는 창조자들과의 대화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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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닷새를 읽었다. 530여 페이지의 책 두께 때문이기도 했지만, 불세출의 예술가 19인임에도 불구하고 예술계에 무지한 나의 부족함 때문에, 작가의 이력, 주요 작품, 인스타그램까지 전부 찾아보며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행위 자체가 나를 얼마나 설레게 했는지 모른다. 작품을 찾고 인터뷰를 읽으며, 지금까지 인지해 온 세상이 깨어지는 것과 같은 기분을 여러번 느꼈다. 그리하여 한껏 자유로워져 벅차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느낌. 어쩌면 완성되어 이미 저명해진 작품을 보고 느끼는 것은,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뷰는 마치 그 결과물을 도출해 낸 어미들이 품고 길러낸 장고의 세월을 보는 것 같았다.

특히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다나구치 지로, 제니 홀저, 아니 에르노 등 언어, 문장의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특히 기대했는데, 되려 그 외 다른 미술가들, 영화인, 음악가들의 인터뷰들은 너무나도 생소한 나머지 더욱 흥미진진하기도 했다. 특히 인터뷰를 읽어보면, 이들이 툭툭 던지는 몇 문장으로도 19인의 예술가가 아닌 19인의 사상가라 표현함이 더 적합할 듯 할 정도로 강력하고 깊다. 이들이 세상에 내놓은 어마어마한 영감, 사고의 확장성은 짧은 인터뷰로는 다 담지 못할 무엇인가임이 틀림없기에, 윤혜정 작가의 숨은 의도는 아무래도 예술가들의 사상을 요약하여 친절히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들이 살고 고민한 것들을 우리도 함께 성실히 고찰하고 질문할 것을 요구하는 듯 하다. 작가가 인터뷰어로 혹은 예술가를 소개하는 챕터별 프롤로그에서 보여준 문장들은, 그런 요구를 몸소 보여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그녀의 몸과 사유를 한 예술가의 삶에 진입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면 인터뷰 이전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스스로를 발견한다는 그녀. 그녀가 예술을 접하고 이해하고, 심지어 예술가에게 영감과 호기심을 줄 정도의 깊이있는 질문을 하는 것으로, 그녀는 어쩌면 또 다른 예술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언감생심이라 표현하였으나, 이 책은 내게 ‘은성한 잔치’라는 표현 그 이상의 영감과 숙제를 안겨주었다. 보고 듣고 읽을 이 많은 파생된 숙제들을 하나 하나 해 나가며, 스스로의 세계를 격파해 나가 보겠다 다짐한다. 2탄도 조심스레 기대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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