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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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은 작가의 시선이 대체로 사회로 향해 있다. 정치, 세대문제, 경제, 그리고 개인적인 것이라 하면 언뜻 보이는 불안정한 가정사,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 정도. 하지만 이번 책은 저자도 명확히 언급했듯, 직접적인 사회 비판 등의 이슈는 싹 다 걷어냈다. 그리고, 개인, 사람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까 만일 내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없다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거야, 하는 절실함으로. 사회와 시스템이 어루만지지 못하는 개개인의 불행을 기어이 마주하고 듣고 하면서, 어떻게든 위로하고 다시 서게 해 주려고 한다. 비현실적인 휘황찬란한 희망 같은 거 말고, 절망 안에서도 삶은 어떻게든 흘러가야 한다고, 진창에 빠진 발을 부여잡고 울지 말고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힘을 내어 그 발을 들어보라고 자기 발도 이렇게 빠져 있지 않냐고, 내 삶도 뭣같지만 이렇게 살아있지 않냐고 말한다.

그런 그의 글을 읽으며, 2014년에 완성한 ‘버티어내는 삶’ 에서 정말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던 저자의 다짐을, 기어이 꾸역꾸역 실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서, 그 특유의 시니컬함과 냉정함이 주는 ‘현실적인 온기’ 로 말이다. 그의 글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의 시선과 행동이 고스란히 담긴 그의 삶과 글을 계속해서 보고싶다. 끝까지 버티며 지겹도록 써 보겠다고 했던 그 약속을 기어이 지켜주었듯, 그 약속 오래도록 지켜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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