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콘서트 1 - 복잡한 세상을 설명하는 가장 쉬운 경제학 경제학 콘서트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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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학부시절 교양수업 과제로 읽었던 《경제학 콘서트》. 당시 나와 가장 거리가 멀다고 느끼는 학문 분야는 단연 경제학이라고 꼽을 수 있을 만큼 흥미가 없었기에 그저 점수를 받기 위해 그저 완독을 목표로 꾸역꾸역 읽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2006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이후 50만 부가 판매되며 새 옷을 입고 다시 등장한 《경제학 콘서트》는 내가 성장한 만큼 달리 보였고, 경제학에 대한 호기심까지 갖게 된 재미있는 책이었다. 다만 시대가 많이 흘렀기에 사례들이 조금 아쉽지만 팀 하포트가 제시하는 원리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가 즐겨 찾는 스타벅스의 커피 한 잔 가격을 설명하는 리카도의 차액지대론부터 시작해 중국 경제성장의 배경을 분석하는데 이르다 보면 경제학적 시각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된다. 그저 해석의 문제로만 바라봤던 경제학은 대안을 제시하는 학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기업 가격 결정의 진실, 마트들이 모든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법, 효율성과 공정성 중 과연 어디에 우위를 두어야 하는지, 정보의 비대칭성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무엇이 주가를 움직이는지 또 복잡한 우리 인생의 축소판인 게임 이론을 통해 희소성의 문제에서 시작해 다 함께 잘 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또한 경제학적 사고는 냉철함에 바탕을 두기도 한다. 특히 주로 감정에 호소해 바라보던 사건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바뀐 것 같다. 가령 spc 사건의 경우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력을 착취하는 공장에 분노하고 그저 근무환경 개선을 옹호했던 반면 이제 경제학적 사고로 바라본다면 공장보다 나은 대안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다른 방향에서 시스템 전체의 개선을 찾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들에 그저 분노하는 일회적인 반응보다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은 경제가 엉망이라며 늘 정부 욕을 하지만 사실 경제는 쉽게 답을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그리고 무능한 사회주의를 거부하고 좀 더 현실적인 자유 시장 경제 안에서 답을 찾고자 생각한다면 이제 시선을 바꿔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염두해야 할 점은 경제학은 중요한 잠재적 요인에 초점을 맞춰 드러나지 않는 사회적 패턴을 관찰하는 학문이라는 것. 비록 모든 사항을 고려할 수는 없지만 단순화하지 못한다면 드러나는 현실의 이면을 결코 알 수 없기에 유념해두어야 할 포인트인 것 같다.



따분하다고 여겼던 경제학이 일상생활을 관찰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 알게 해 준 《경제학 콘서트》. 이 책을 계기로 앞으로 좀 더 다양한 경제 관련 분야 책을 찾게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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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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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메르시어의 장편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 강렬한 소설을 만났다. 빨리 읽고픈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문장을 곱씹게 되는 소설. 느낌으로만 어렴풋이 인지하던 그 감정을 정말 언어로 표현해 내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 감동받았다. 



또한 작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파스칼 메르시어는 일전에 읽었던 《자기 결정》의 작가이기도 했다. 김영하 북클럽 이 달의 도서에도 선정되어 많은 분들께 사랑받았던 그 책의 저자는 페터 비에리라는 인물이었다. 알고 보니 같은 인물이 필명을 쓰고 있었다. 



소설을 집필할 때는 파스칼 메르시어로, 전공인 철학 저서를 집필할 때는 페터 비에리로. 아, 이조차 매력적이라니. 이 매력적인 인물은 주체적인 삶을 살고 내 삶의 존엄성을 잃지 않기 위한 가장 중요한 노력 중 하나는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라 한다. 이 소설도 그런 의의를 담고 있을 것이다.



스위스 베른의 고전문헌학 교사 그레고리우스는 학교에서 '걸어 다니는 사전'으로 불리며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선생님이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다리를 건너 출근하는 그는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다리가 막혀 돌아가야 했다.



그날 폭풍우 속에서 이름 모를 포르투갈 여인과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그레고리우스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앞으로 무한한 경험과 가능성을 마주한 학생들과 달리 이미 황혼기에 접어든 자신의 인생엔 무엇이 남았는지? 잠시 생각하던 그는 수업을 중단하고 학교를 뛰쳐나온다.



알 수 없는 불안과 해방감이 섞인 기묘한 기분을 느끼며 그는 몇 년 만에 에스파냐 책방으로 갔다. 그곳에서 발견한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에서 자신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문장을 발견한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런 일은 그에게 처음이었다. 매일 같은 삶을 반복하던 그레고리우스는 강한 끌림을 느끼고 실행에 옮긴다. 물론 이후에도 잠시 갈등하며 흔들리기도 했지만, 자기 인생에서 이렇듯 옳고 의미 있는 일은 별로 없었을 거라 생각하며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오른다.



리스본에 도착한 그레고리우스는 《언어의 연금술사》의 저자 아마데우 드 프라두를 직접 만나고 싶어 주소를 알아내 찾아가지만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아마데우의 일생을 추적한다. 



살라자르의 독재 정권 아래 누구도 믿을 수 없던 시절 아마데우는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다. 존경받는 의사였지만 비밀경찰의 목숨을 살려준 대가로 그동안의 명성을 모두 잃고 죽기 직전까지 저항 운동에 참여했던 아마데우 드 프라두.



그레고리우스는 무엇을 위해 타인의 삶을 쫓아 자신의 삶을 내려놓고 떠난 것일까? 알 수 없는 충동, 불확실한 열정으로 그는 낯선 도시에 있었다. 아마데우의 생의 끝자락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탄압받던 격정의 시대를 관통하며 그레고리우스의 삶과 연결되었고 이를 통해 그는 한 뼘 성장한다.



아마데우는 독재 정권 아래에서 표현의 억압에 저항하고 독재자의 가치 없는 구호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메멘토 모리죽음이야말로 매 순간을 온전히 느끼며 아름답게 할 수 있고, 죽음을 통해서만 삶의 의미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죽음이야 올 때가 되면 오는 거지. 달라질 거라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면 아마데우는 이렇게 답해준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해." 그렇다면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메멘토에 대한 대답도 이어진다.



오랫동안 생각해온 소원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기. 나중에도 언제나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습관을 깨부수기, 메멘토를 안락함과 자기 기만과 꼭 필요한 변화에 대한 불안에 대항할 도구로 사용하기, 오래 꿈꾸어오던 여행을 떠나기, 이런 언어들을 배우고 저런 책들을 읽기.



타인의 빈정댐, 잘난 척, 그 외의 변덕스러운 판단 등 지나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더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바로 세우기. 다른 사람을 인정한다는 말을 소리 내어 발음하기.. 어쩌면 내일일지도 모를 우리의 죽음을 기억하며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에 의식을 집중하라고 그는 일러준다.



한때는 어린 마음에 삶이 영원하다고 여기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이 소설은 메멘토 모리가 일깨워주는 현재, 지금 이 순간의 나는 닿을 듯 말 듯 가까이 존재하는 죽음을 의식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주고 있었다.



상당히 관념적이지만 유려한 문체에 매혹되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 한 사람의 인생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는 시선도 좋았고, 불확실함으로 인해 삶이 버거워질 때 언제든 이 소설을 다시 펼치면 그레고리우스의 여정을 함께 하며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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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의 의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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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라는 닉네임을 가진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미야베 미유키의 SF 소설 <안녕의 의식>. 그녀의 작품을 내가 읽었던 적이 있나 곰곰 생각해 보니 오래전 보았던 국내 영화 <화차>의 원작 소설 저자가 미미여사였다는 소식.



주로 추리소설 장르를 다루던 미미여사는 로봇 청소기를 애정의 눈길로 대하던 아버지에게서 영감을 받아 그동안 집필하던 장르와는 전혀 다른 SF 소설집을 출간했다고 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을 위시해 점차 기계와 익숙해질 미래의 삶을 상상해 보고자 하는 시도였다.



재미있게 읽었던 단편은 표제작 <안녕의 의식>. 안녕의 의식은 가까운 미래의 일본을 보여준다. 인공 지능이 탑재된 로봇 수리 기사인 '나'는 오늘은 로봇 폐기 수속 창고에 접수원으로 근무하는 날이다. 기계에 지나지 않은 로봇에 애정을 느끼는 이들을 다뤄야 하는 자리라 그들끼리는 카운슬링 코너라 부르기도 한다.


접수 창고에 찾아온 한 소녀 역시 자기보다 더 오래 산 노후된 로봇 하먼에게 애정을 갖고 있다. '나'는 로봇들에게 감정을 주는 일을 인류의 고질병이라 여기면서도 슬퍼하는 소녀를 위해 매뉴얼에 없는 편의를 베푼다. 삐거덕 거리면서도 소녀에게 의사 표현을 하는 하먼을 보며 '나'는 양가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바깥은 짙은 농도의 산성비가 내리고 인간은 기계에 대체될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나'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면 좋겠다고 오히려 로봇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소녀처럼 로봇을 위해 울고 로봇을 걱정하며 로봇과 마음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찌해도 인간은 로봇이 될 수 없고 그것이 답답해 때로 소리 내어 울고 싶은 '나'. 인간이길 거부하고 싶지만 실은 누구보다 인간적이 되고픈 '나'의 진짜 속마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에게도 조만간 이런 시대가 도래할 텐데 로봇과 다른 존재로서 애정을 주면서도 '인간적'인 사람이고 싶은 마음, 왠지 모를 동질감이 들었다.



소설집 속에 담긴 여덟 편의 SF 단편 소설들은 빅브라더의 감시, 노인 문제, 묻지마 범죄, 아동학대 그리고 대안 가족처럼 우리 사회에 이미 도래한 문제들 혹은 예견되는 문제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서정적인 제목과 달리 전개되는 이야기에 흠칫하기도 했지만 사회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30여 년간 활동한 베테랑 이야기꾼 미미여사의 색다른 SF 소설집 <안녕의 의식>.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지만 명확한 결론에 이르기보다는 생각거리를 던져 주기에 여운이 길게 남는다. 이런 류의 소설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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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의 법칙 - 작은 아이디어를 빅 비즈니스로 만드는 5가지 절대 법칙
존 리스트 지음, 이경식 옮김 / 리더스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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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포기하는 사람은 결코 이기지 못한다?!"


시카고대학교 경제학부 종신교수로 재직 중인 존 리스트는 고등학생 시절 꽤 괜찮은 수준의 골프 선수였다. 비록 타이거 우즈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실력을 인정받아 대학의 골프팀에 들어갔고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골프를 사랑했고 프로 선수를 꿈꾸던 그가 지금은 어떻게 경제학자가 되어 있을까?


어느 날 대학 시절 연습차 나간 골프클럽에서 그는 이미 프로 선수로 활동하던 선배들과 경기를 치렀다. 그들과 비교해 자신이 어떤 수준인지 비교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참패. 그들과의 점수 차이는 A+와 D의 차이 정도였고 리스트는 충격에 밤잠을 못 이룬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리스트는 다음 날 도서관으로 가 이틀 내내 몇 년 치의 지역 신문을 뒤져 그 프로 선수들과의 점수를 비교해 보았다. 대학생 골프 선수로서는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갖고 있었지만 프로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으로는 올라서기 힘들다는 걸 받아들이게 된다.


"정말 포기해야 할 시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소셜미디어에서 넘쳐나는 성공 사례 대부분은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모든 좌절과 장애물을 극복했다.' 지만 끝내 결승선까지 도달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가망 없는 꿈이나 경력은 포기하고 당신이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추구하는 것이 나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일 수도 있다는 리스트.


때로 최선의 선택은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포기는 힘든 결정이다. 하지만 포기를 잘하는 것이 규모 확장에 성공하는 비결 가운데 하나라고 그는 주장한다. 또한 경제학으로 진로를 바꾼 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사람이나 기업이 확실하게 포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충분할 정도로 일찍 포기하지도 않는다는 것. 


이 책은 정말 포기해야 할 때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어릴 적 무엇을 하든 호기심과 끈기를 가지라고 하던 부모님의 말에 리스트는 그저 여러 번 시도해 보고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번번이 틀리고 효과가 없을 때도 부모님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깊게 파고들어 올바른 해답을 찾아보라고 응원해 주셨고 그 끈기와 호기심이 규모 확장으로 연결되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아이디어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아이디어를 구분 지어주는 요건을 발견하도록 이끌어주었다.


왜 어떤 아이디어는 성공하고, 어떤 아이디어는 실패할까?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총균쇠의 작가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이 발상을 바탕으로 안나 카레니나 원칙을 대중화했다.


이 원칙은 수많은 요소 가운데 단 하나의 요소가 부족하면 실패하고, 성공은 한 가지 요소에 의해서가 아니라 수많은 실패 요소를 피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원칙은 규모 확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리스트는 아이디어를 정직하게 평가하려면 규모 확장 이전에 그 생명력을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원제는 전압 효과(The Voltage Effect)인데 그래서인지 전압을 통해 규모 확장의 상승 요건과 강하 요건을 설명하고 있다. 먼저 규모 확장이 쉽게 부서질 수 있음을 전제로 전압 강하를 유발하고 유망한 아이디어의 도약을 막는 '다섯 가지 활력 신호'를 풀어서 설명해 준다.


규모 확장을 가로막는 다섯 가지 기술


첫째, 긍정 오류

둘째, 과대평가

셋째, 잘못된 판단

넷째, 파급 효과

다섯째, 비용의 함정


이 다섯 가지는 어떤 아이디어가 활력을 확보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장애물이다. 용어만으로는 쉽지 않지만 사례 연구를 통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특성을 인식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렇게 전압 강하로 인한 장애물을 제거한 후에는 전압 상승을 위한 요건 네 가지가 제시된다.


규모 확장을 성공시키는 네 가지 기술


첫째, 행동경제학적 인센티브를 활용해 결과를 극대화

둘째, 운영 측면에서 쉽게 놓쳐버린 기회를 활용하는 것

셋째, 장기적인 승리를 위해 단기적으로 언제 포기하고 언제 물러서야 할지를 아는 것

넷째, 승리를 보장하는 지속 가능한 문화를 설계하는 것


책을 읽으며 미션 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가 레이저를 통과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성공 가도에 올려놓으려면 그만큼 치밀하고 촘촘한 요건의 그물망을 통과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리스트가 어릴 적부터 마음에 새겨온 가치인 호기심과 끈기가 필수였다.


규모 확장의 성공 사례라고 한다면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같은 사람이 떠오른다. 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요건들은 개인의 특성에 따라 좌지우지되기보다는(물론 이 부분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테지만) 철저히 데이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들이었다.


스타트업을 창업했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책에 등장하는 원리와 원칙들은 삶에서 더 현명한 결정과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꼼꼼히 따져봐야 할 일에도 두루뭉술한 예측만으로 실패를 거듭하는 한계적인 사고를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승자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포기하는 사람은 결코 이기지 못한다?!"

 

시카고대학교 경제학부 종신교수로 재직 중인 존 리스트는 고등학생 시절 꽤 괜찮은 수준의 골프 선수였다. 비록 타이거 우즈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실력을 인정받아 대학의 골프팀에 들어갔고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골프를 사랑했고 프로 선수를 꿈꾸던 그가 지금은 어떻게 경제학자가 되어 있을까?

 

어느 날 대학 시절 연습차 나간 골프클럽에서 그는 이미 프로 선수로 활동하던 선배들과 경기를 치렀다. 그들과 비교해 자신이 어떤 수준인지 비교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참패. 그들과의 점수 차이는 A+와 D의 차이 정도였고 리스트는 충격에 밤잠을 못 이룬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리스트는 다음 날 도서관으로 가 이틀 내내 몇 년 치의 지역 신문을 뒤져 그 프로 선수들과의 점수를 비교해 보았다. 대학생 골프 선수로서는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갖고 있었지만 프로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으로는 올라서기 힘들다는 걸 받아들이게 된다.

 

"정말 포기해야 할 시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소셜미디어에서 넘쳐나는 성공 사례 대부분은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모든 좌절과 장애물을 극복했다.' 지만 끝내 결승선까지 도달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가망 없는 꿈이나 경력은 포기하고 당신이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추구하는 것이 나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일 수도 있다는 리스트.

 

때로 최선의 선택은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포기는 힘든 결정이다. 하지만 포기를 잘하는 것이 규모 확장에 성공하는 비결 가운데 하나라고 그는 주장한다. 또한 경제학으로 진로를 바꾼 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사람이나 기업이 확실하게 포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충분할 정도로 일찍 포기하지도 않는다는 것. 

 

이 책은 정말 포기해야 할 때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어릴 적 무엇을 하든 호기심과 끈기를 가지라고 하던 부모님의 말에 리스트는 그저 여러 번 시도해 보고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번번이 틀리고 효과가 없을 때도 부모님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깊게 파고들어 올바른 해답을 찾아보라고 응원해 주셨고 그 끈기와 호기심이 규모 확장으로 연결되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아이디어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아이디어를 구분 지어주는 요건을 발견하도록 이끌어주었다.

 

왜 어떤 아이디어는 성공하고, 어떤 아이디어는 실패할까?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총균쇠의 작가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이 발상을 바탕으로 안나 카레니나 원칙을 대중화했다.

 

이 원칙은 수많은 요소 가운데 단 하나의 요소가 부족하면 실패하고, 성공은 한 가지 요소에 의해서가 아니라 수많은 실패 요소를 피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원칙은 규모 확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리스트는 아이디어를 정직하게 평가하려면 규모 확장 이전에 그 생명력을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원제는 전압 효과(The Voltage Effect)인데 그래서인지 전압을 통해 규모 확장의 상승 요건과 강하 요건을 설명하고 있다. 먼저 규모 확장이 쉽게 부서질 수 있음을 전제로 전압 강하를 유발하고 유망한 아이디어의 도약을 막는 '다섯 가지 활력 신호'를 풀어서 설명해 준다.

 

규모 확장을 가로막는 다섯 가지 기술

 

첫째, 긍정 오류

둘째, 과대평가

셋째, 잘못된 판단

넷째, 파급 효과

다섯째, 비용의 함정

 

이 다섯 가지는 어떤 아이디어가 활력을 확보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장애물이다. 용어만으로는 쉽지 않지만 사례 연구를 통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특성을 인식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렇게 전압 강하로 인한 장애물을 제거한 후에는 전압 상승을 위한 요건 네 가지가 제시된다.

 

규모 확장을 성공시키는 네 가지 기술

 

첫째, 행동경제학적 인센티브를 활용해 결과를 극대화

둘째, 운영 측면에서 쉽게 놓쳐버린 기회를 활용하는 것

셋째, 장기적인 승리를 위해 단기적으로 언제 포기하고 언제 물러서야 할지를 아는 것

넷째, 승리를 보장하는 지속 가능한 문화를 설계하는 것

 

책을 읽으며 미션 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가 레이저를 통과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성공 가도에 올려놓으려면 그만큼 치밀하고 촘촘한 요건의 그물망을 통과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리스트가 어릴 적부터 마음에 새겨온 가치인 호기심과 끈기가 필수였다.

 

규모 확장의 성공 사례라고 한다면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같은 사람이 떠오른다. 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요건들은 개인의 특성에 따라 좌지우지되기보다는(물론 이 부분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테지만) 철저히 데이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들이었다.

 

스타트업을 창업했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책에 등장하는 원리와 원칙들은 삶에서 더 현명한 결정과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꼼꼼히 따져봐야 할 일에도 두루뭉술한 예측만으로 실패를 거듭하는 한계적인 사고를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내가 가진 환산 불가능한 가치 고민해보기


포기에 뒤따르는 마음의 상처를 피하고 싶어 포기하기를 꺼리고 있다면 우선 내가 가진 환산 불가능한 가치는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는 게 우선일 것 같다. 내가 귀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인내심이고 일명 버티기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나만의 무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인내심을 어디서 발휘해야 할지를 정하는 게 중요한 데 리스트는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우리의 가장 큰 잠재력은 온갖 역경을 참고 견디는 데 잊지 않고, 일찍 포기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데 있다고 한다. 이것이 확장력 있는 사고방식이고 개인이나 조직 모두 갈고닦아야 할 기술이라고 이야기한다.


행동경제학의 대가 리스트가 말하는 아홉 가지 조건에 아이디어를 접목해 보는 일 그리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끊임없이 빠르게 실패해 보기를 올해 나의 과제로 정했다. 술술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지만 억지로 의자에 붙어 앉아 꼭 소화시키고 말리라는 의지를 자극해 준 멋진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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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4 - 고구려 천하관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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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 장편소설로 무려 10부작의 장정을 이어가고 있는 역사소설 광개토태왕 담덕. 몰아보기를 좋아해서 한 권씩 읽을 때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괴로웠는데 드디어 4권이 출시되었다. 흥미로운 드라마를 보듯 절정의 장면에서 감질나는 마무리로 탄식과 아쉬움이 공존할 때의 그 기분을 이 소설에서도 매번 느낀다.




3권에서는 동부 욕살 하대곤과 해평의 반란으로 국내성의 태제 이련과 연화는 물론이고, 연화의 고향에서 수련하던 담덕과 스승 을두미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진다. 해평 무리의 칼을 온몸으로 막아낸 스승 을두미의 분투 덕에 잡힐 듯 말 듯 한 지척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담덕은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



고구려 16대 고국원왕(할아버지) - 17대 소수림왕(큰아버지 구부) - 18대 고국양왕(아버지 이련) - 광개토태왕(담덕)



하대곤과 해평의 반란을 무사히 진압되고 지병으로 오랜 기간 힘겨워했던 소수림왕도 승하한다. 소수림왕은 후사가 없었기에 동생 이련이 왕위를 물려받았지만 하나뿐인 소중한 아이 담덕의 행방을 알 수 없어 이련과 연화는 마음 한구석이 비어있는 채로 지낸다.



한편 뱃길에 오른 후 행방이 오리무중이던 담덕은 호위무사인 마동과 함께 동진의 사신단이 탄 배에서 눈을 뜨게 된다. 백제로 향하는 사신단이 탄 무역선에 구조된 담덕과 마동은 뛰어난 무술 실력 덕에 신분을 숨긴 채 동진의 어느 상단 대행수의 호위무사가 되기로 한다.



그렇게 담덕은 백제와 중원, 서역 그리고 장안까지 두루 돌아보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운다. 드넓은 땅에 같은 듯 다른 사람들을 보며 환경에 따라 바뀔 뿐 인간의 본질은 같으며, 수시로 일어나는 전쟁으로 나라의 주인이 바뀌며 겪는 백성들의 고충을 통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한편 이 무렵 중국에서는 대륙을 호령하던 전진 부견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그의 수하였던 모용수와 요장의 반란과 더불어 북방 민족이 득세하며 패권 다툼이 치열하던 시기였다. 그 과정에서 연호가 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덕은 읽게 되는데 훗날 등장하는 '영락'이라는 연호는 여기에서 출발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장장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세상 유람을 하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운 담덕은 타지에서 핍박받는 이방인으로 지내던 유민들을 모아 태극군을 창설한다. 때마침 일어난 고구려와 후연의 요동 전투에 태극군과 함께 아버지 고국양왕을 돕게 되면서 그토록 바라던 가족 상봉이 이루어진다.



여러 민족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중국 대륙의 정세, 한민족이었지만 내부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는 백제와 소년 담덕이 꿈을 키우고 있는 고구려까지. 1500여 년 전 치열했던 동아시아 국제정세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아직 11살이지만 성인과 다름없는 장대한 기골, 전쟁에서의 뛰어난 지략, 애늙은이라고도 할만한 어른스러운 모습의 담덕과 이에 못지않은 거인이자 팔이 길어 일어서면 무릎까지 닿았다는 모용수의 이야기는 신화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가질 않지만 그들의 실제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뼈대에 어떤 살을 붙여 흥미를 더해줄지 기대되는 역사소설 광개토태왕 담덕.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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