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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진부한 소재와 주제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잡지에 난 작가 공지영의 사적인 기사를 읽고서 다시금 공지영이 궁금해서 집었던 책이다. 공지영이란 작가는, 대학 신입생 시절 선배 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읽고 아침을 맞았던 그 날 이후 지난 10년간 내게 가장 잘 읽히는 작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몇 년 전 가슴 쓸며 보았던 영화 '데이비드 게일' 의 아류작 같아 선뜻 집어들지 못했다.
데이비드 게일보다는 덜 치밀하지만,어차피 이 책은 멜로이기에 그리 거슬릴 일도 아니었는데...... (아직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기에, 사형 제도에 관한 더 깊은 성찰을 원한다면 '데이비드 게일'을 추천한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사형 제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지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강동원과 이나영을 두 주인공에 대입시키며 첫사랑을 떠올렸다. 중반을 넘어가도록 책 어디에도 사랑을 드러내놓지 않았고 ,삼엄한 교도소 풍경과 유정과 윤수의 불행한 과거사의 교차는 동정과 연민을 넘어 읽는 내내 독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에 충분했음에도 말이다.
윤수가 손수 만든 목걸이를 마지막 선물로 주려고 할 때 유정과 윤수의 두 손이 허공에서 마주치다 잠시 정지되었을 때 나는 첫사랑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금 공지영이란 작가의 탁월한 순간 포착에 감탄했다. 그 순간, 그들이 느꼈을 그 따스함과 애틋함이 책을 읽고 난 후 며칠 동안 여운으로 남아있다.
표현하고 싶은 만큼 절대로 표현 안되는 첫사랑 시절을 생각하면 몇 가지 코드가 있다. 그 때의 음악, 유행,그 때 함께하던 사람들......앞으로 몇 년간은 이 책을 생각할 때마다 첫사랑을 떠올리게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