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서평단 알림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니..? 요즘 추세에 너무 안 맞는 제목 아닌가?

이게 도대체 왜 베스트셀러에 올랐단 말인가.

선생님의 인권, 교권이 바닥을 기고, 애 한 번 때렸다가 온갖 망신에, 오히려 아이한테 폭력을 당하거나, 신고 당하는 세상. 선생님과 제자 간의 교감, 존경, 사랑은 이제 사라져 버린 시대라는 생각이 드는데, 웬, 선생님이 좋아요. 쌩뚱맞다 생각했다.

음.. 분명 이 소설 또한 정말 이상적이고 멋진 선생님과 문제(?)가 있는-가난이 문제라면- 아이들의 알콩달콩 사랑과 우정과 교감의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구태의연하고 식상한 주제, 소재일 것 같은 이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고, 가슴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탄탄한 구성과 독특한 소재와 함께 진정한 선생님이 되고 싶은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아주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 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유치하고, 낯간지러운  선생님과 학생의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학교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통해, 선생님들이 어떻게 그 상황과 사건을 대처해 나가는지가 현실감 있으면서도 코믹하게, 이상적이면서도, 허황되지 않게 그려져 있다. 게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이야기 이면에는 쓰레기 소각장에서 사는, 이 사회에서 소외된 많은 사람들을 대변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고 있다. 소외된 사람들, 하지만 아직 용기가 있고 희망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안에 잘 녹아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작품도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읽는 내내 재밌고 가슴 따뜻해졌다.

특히, 파리를 기르는 아이라는 설정, 선생님께 찍찍 반말을 해대는 소각장 아이들이라는 배경, 아주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남편과 사는, 가슴 따뜻하고 진정한 선생님이 되고 싶은 주인공 고다니 선생님 등, 허구는 아니지만 독특한 등장인물과 배경이 억지스럽지 않게 잘 어우러져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이제 스무살 초반에, 눈물이 많은 여선생님인 고다니 선생님 반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다니 선생님 반의 문제아(?) 데쓰조는 쓰레기 소각장에서 사는, 발달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아이이다. 대학 졸업 후 처음 반을 맡아 담임을 하고 있는 고다니 선생님은 데쓰조를 통해 쓰레기 소각장 아이들의 열악한 환경과 형편을 알게 되고, 그 아이들과 친해지고,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같은 뜻을 가지고 쓰레기 소각장 아이들과 친한 다른 동료 선생님들과 진정 아이들 편에 서서, 아이들을 위하는 선생님이 되어 간다.

파리를 수집하는 데쓰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위생적'이기 때문에, 그런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상식에서 벗어나, 고다니 선생님은 온전히 데쓰조라는 아이를 이해하고, 오히려 함께 파리를 수집하고 관찰하면서, 데쓰조의 숨은 장점과 능력을 표출할 수 있게 해 주는 선생님이 된다. 그리고 정신 장애가 있는 미나코를 굳이지 자기 반에서 맡으면서, 아이들이 자기와 다른, 자기보다 못한 친구와 함께 하고, 그 친구를 돕고, 그 친구를 책임지고, 함께 어울려 사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려 준다. 물론, 그에 따르는 학부모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지만, 고다니 선생님의 노력은 그치지 않는다. 고다니 선생님의 이런 노력을 보면, 진실을 통한다는 게 실감난다.

지금 시대에는 무척 이상적인 것 같지만, 그래도 여전히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선생님의 한 마디와 행동 하나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이들이 어릴수록 절대적이다. 그건 지금 시대에도 마찬가지이다. 선생님을 잘 만나고, 그렇지 않고는 여전히 아이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난 선생님은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신념이고, 삶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학이 있다고, 페이가 많다고, 일찍 끝난다고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대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만들고, 어쩌면 그 사람의 미래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자리가 어떻게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요즘 학생들이 되바라졌다고 하지만, 얼마나 많은 선생님들은 그러면 정말 진정 진솔한 마음으로 '사람을 만들고 키우는' 선생님일까. 아니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어할까. 아니면 그런 생각이라도 가지고 있을까.

비상식적인 아이의 행동을 함께 공감하면서 그 안에서 그 아이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 주는 일, 이기적인 게 대세인 세상에 그렇지 않다고, 아직 더불어 살아가야 하고, 그럴 수 있고, 그렇게 살고자 하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을 만나는 일은 얼마나 행운인가.

점점 각박해져가는 세상에 한번쯤 읽어 볼 만한 소재를 코믹한 터치와 독특한 관점으로 그려 낸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왜 베스트셀러이고, 왜 이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에게 열광하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알려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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