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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저넌에게 꽃을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 황금부엉이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은 책 띠지에 적혀있는 제법 큼지막한 소개글을 보고 책을 구매할 때가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그 띠지를 보며 ‘과연 이 소개글 내지는 광고글과 같은 감동이 나에게도 있었는가?’를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읽은 이 책 《앨저넌에게 꽃을》에 적힌 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직접 꼽은 인생 책!”이란 문구가 나에게도 정확히 적용된다. 분명 이 책은 나에게 있어도 인생책이라 불러도 좋을 그런 책이다. 어떤 배우는 자신이 맡은 그 배역의 연기가 끝난 후에도 그 역할에서 벗어나는데 많은 어려움과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그런 리포트를 접한다. 《앨저넌에게 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읽고 난 후 느꼈던 아니 내가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아 참 많은 생각이 든다. SF 소설이지만 내가 살아가면서 접하는 수 많은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것에 나에게 많은 질문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적장애인이라 불리는 ‘찰리 고든’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연구자가 요구한 바에 따라 작성한 ‘3얼 1일 경가보거서’부터 11월 21일까지 기록에 따라 아주 집중도 높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경가보고서’는 ‘경과보고서’를 찰리 고든이 잘못 쓴단어이다. 기본적인 읽고 쓰는 능력, 사람들의 놀림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찰리는 다른 사람처럼 똑똑해지면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불안정한 뇌수술을 통한 지능 향상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생과 사, 자신의 미래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아주 중요한 결정사항이지만 지능이 현저히 낮은 찰리는 자신의 결정을 엄마와 여동생이 대신 결정하여 법적인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수술을 통한 치료, 학습을 진행하게 된다.
찰리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리고 나중에는 자신과 동일시하는 실험용 쥐 ‘앨저넌’을 실험실에서 만난다. 앨저넌과 미로 찾기 게임을 하지만 번번이 쥐를 이길 수 없다. 사실 이 쥐는 ‘평범’한 쥐가 아닌 것이다. 하여튼 찰리와 앨저넌은 특별한 과정을 거쳐 지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평생에 걸쳐 연구 내지는 탐구해야 할 문제들을 단 며칠 만에 학습하고 또 창조적인 결과물을 세상에 선보인다. 과학계와 찰리는 자신들의 성과물에 열광하며 찰리와 같은 지적장애인들의 지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찰리는 학습 과정을 통해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까지도 되살아난다. 망각이 신이 준 가장 소중한 선물 중 하나라는 말을 언젠가 읽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말이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찰리는 자신의 분야에서 창조주와 거의 동일하다며 뻐기는 전문가들도 실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제외하고는 결코 뛰어나지 않으며 심지어는 자신의 전문 분야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에 대해서만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좌절을 맛본다. 타인의 부족함을 다수의 사람들에게 웃음거리로 만들고 소위 열등한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여 우위에 서려하는 우리가 일상에서 범하는 의도된 실수를 이 책을 통해 발견하게 되었다.
지식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감정의 성숙하지 못함,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의 본성, 피하고 싶지만 늘 자신을 창문을 통해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찰리...... 찰리의 또다른 인생도 응원하며 이 책을 읽었다. 나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에 헌신하고, 분명 내가 작성한 글이지만 나중에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몰랐던 언어를 학습을 통해 습득했는데 다시 그 능력이 없어질 때 우리는 그 결과에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 과정에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가?
주저리주저리 글이 길어졌다. 하여튼 이 책은 아주 집중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SF 소설이다. 처음부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절대 없다. 그냥 각자의 감상대로 읽어가다보면 무언가 하나 묵직한 것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 것이 철학이든 과학이든 개인의 감상이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간이기 때문에. 다양한 인간들이 자신의 상황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을 그렇게 쫓아가면 된다. 아주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