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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의 비밀 - 아시아 베스트 컬렉션 ㅣ 아시아 문학선 15
바오 닌 외 지음, 구수정 외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6월
평점 :
글의 분량은 짧지만 생각할 여지를 아주 많이 던져주는 단편소설을 좋아한다. 기억에 남는 몇몇 단편소설은 여전히 내 생각 속에 살아있고 아주 가끔은 그 장면, 작가의 그 얘기가 생각난다.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살아가면서 근원적으로 맞닥뜨리는 질문에 해답이 되기도 한다. 문학은 그 작품을 쓰는 사람의 경험과 환경, 문화에서 완전히 독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읽은 《물결의 비밀》은 이런 면에서 아주 특별한 책이다.
《물결의 비밀》은 ‘계간 《아시아》 10년 간 가장 의미 있고 좋다고 생각되는 단편 소설 12권을 모은 선집이다.’라고 책 첫머리 일러두기를 통해 밝히고 있다. 그간 영미소설 위주의 독서를 해왔기에 이번 작품들이 생소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있었지만 이것은 완전히 나의 기우였다. 첫 번째 작품부터 나의 호기심을 완전히 사로잡으며 마지막 작품까지 그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며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또 많은 생각할 여지를 주었다.
아시아는 지리적으로 우리와 아주 가깝지만 문학으로는 자주 접할 수 없었다. 중국, 일본 작가의 작품을 몇 편 읽어본 적은 있지만 베트남, 필리핀, 대만, 태국, 인도, 터키, 싱가포르 작가의 작품은 내 머릿속에 거의 생각이 없었다시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트남 전쟁 속에 아내를 잃은 남자의 눈물이 섞여있는 베트남을 지나(《물결의 비밀》) 필리핀의 어두운 마을에 도달(《불 위를 걷다》)하고 중국의 문화혁명의 소용돌이에 한 가족의 일환으로 얼어붙은 강을 건너 시베리아로 함께 길을 걷는다.(《돼지기름 한 항아리》또 인도에서는 생계를 위해 곡을 해야 하는 여인 둘 을 만난다.(《곡쟁이》) 이 밖에도 주옥같은 아시아 작가들의 단편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만난다.
외국 작가가 쓴 책들을 대할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 중 하나는 그 익숙하지 않은 현지어들을 어떻게 우리말로 번역했을까 하는 부분이다. 특히나 베트남, 태국, 인도 작가의 글이 어찌 번역이 되었나 궁금했었다. 이 책 《물결의 비밀》은 현지어를 직접 우리말로 번역한 글들이 있고, 다른 언어로(예를 들면 영어) 번역된 작품을 다시 우리글로 옮긴 작품도 있다. 결론을 말하면 아주 매끄럽게 번역이 되었고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나 내 관심을 끈 《지 패오》, 《돼지기름 한 항아리》, 《하얀 바지》는 오랫동안 내 기억에 남을 작품으로 생각된다.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아시아 베스트 컬렉션>, 소중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틈틈이 아시아 작가의 작품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