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뤼아르 시 선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21
폴 엘뤼아르 지음, 조윤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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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작가의 시집을 오랜만에 읽었다. 영어 시들을 주로 읽었던 것 같은데, 프랑스 작가라서 한국어로 번역된 시구와 함께 불어 원문이 병기되어있다. 이럴 때 나는, 불어 안 배우고 뭐했나 후회가 든다.

작가의 활동 시기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관통하던 때도 있고 다다이즘을 꽃피우던 시기도 있다. 작품이 풍성하고 방대한 것 같은데, 시대 순으로 분류된 점이 좋았다.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적어보자면.
<자유>라는 시는 이전부터 알고 있던 시였는데,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충격이 컸었다. 다시 읽어도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즐겁다. 주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은 시다.

미술작가 누구누구에게 쓴 시, 혹은 미술작품을 삽화로 이용하거나 그림이 시와 함께 어우러지도록 했다는 시들이 있다. 미술가들의 작품을 떠올리며 보면 더 흥미롭다. 시인은 이렇게 감상하는구나, 두 개의 작품으로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점이 색달랐다.

마음에 드는 시 중 하나를 골라 필사했다.

너무나도 유명한 시구 "나는 소망한다 / 내게 금지된 것을." 을 알고 있다면, 이 시가 엘뤼아르의 작품이라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만한 충분한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세계를 흐름에 따라 보기에 좋은 시 선집이었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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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방 - 나를 기다리는 미술
이은화 지음 / 아트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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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테마로 나누어진 그림들. 시대별 유형별로 나누지 않고, 그림에 얽힌 이야기와 작품의 의의 등으로 테마를 나누었다. 뮤지엄 스토리텔러인 작가의 장점이 충실히 반영된 책이다. 해설을 읽다보면 그림이 이야기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면서 더욱 생생하게 와닿는다.

알던 작품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어 재미있었고, 모르던 작품은 쉬운 설명 덕에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었다. 작품 자체에 대한 설명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길지 않은 설명에도 이야깃거리가 많이 담겨있는 듯하다. 평론가들의 글은 그들만의 용어나 생소한 표현이 담기기 때문에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아서 거부감이 없었다.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소피 칼의 「잘 지내길 바라(Take care of yourself)」. 헤어지는 연인의 상투적인 대사를 유머있게 다루어 의미를 만든 작품이라 재미있었다. 다양한 작품을 다루고 있는 이 책 덕에 접하게 되어서 좋다 :)

일반 상식 선의 미술지식을 가진 사람이, 언젠가 미술관에 가기 전에 읽는다면 더 좋은 관람이 될 것 같은 대중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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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 병이 망칠 수 없는 내 일상의 웃음에 대하여
신채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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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건강한 (편인) 내가 다른 이의 투병 경험이 담긴 글을 읽고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지 조심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상대방으로서, 질환으로 덮일 수 없는 그 사람 본연의 모습으로 그 사람을 대하며, 고통을 표현한다면 잘 들어주는 것 정도이지 않을까.

병을 처음 인지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면에서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게 당연하다. 글이 간결하고도 솔직해서일까? 내면이 단단해보이는 작가의 앞으로가 위태로워보이지는 않았다. 주관적이겠으나 내 입장에선 충분히 무거워보이는 그 병을 안고도 작가는 하루하루를 충실히 채워나가며 세계를 구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글을 많이 읽고 또 글로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이 그를 더 옹골지게 만든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쓰는 청년의 작품을 많이 보았고, 이 글과 비교해가며 설명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분명 보수적인 내가 좋게 느껴질 정도로 이 글은 소중한 알맹이가 있다. 문장과 전개를 볼 때 드러나는 경험과 능력이 있다. 인생의 경험이나 절대적인 양의 글 경험도 중요하겠지만, 본인의 글을 다듬으려 노력해본 것, 그것이 크다고 생각한다.
+ 흠은 아니지만 발견한 특징. 청년작가의 글에는 광범위한 장르의 인용이 많다. 특히 최신작. 그런데서 나이가 드러나는 것 같기도 ㅎㅎ

본인의 고민 끝에 든 생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만은 않는 것, 그 모든 것이 과정이라고 하는 태도가 성숙하다. 나이를 불문하고 근래 많은 에세이에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태도라서 참 좋았다.

병이 있는 채로는 행복할 수 없다고 믿거나, 그리고 어쩌면 병이 있는 사람과 그 가족이 행복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사람들. 본인의 행운을 특권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 태도가 사람들로 하여금 "금방 나을 수 있들거야"라는 식의 상투적인 말을 쉽게 내뱉게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엔 나 말고 내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나 역시 아무리 비슷한 처지의 그 사람을 100% 이해할 수 없다. 가까이 헤아려보려는 마음이 소중할 뿐이다.

고통의 이유가 무엇이든 고통스러운 중에도 행복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병도, 우울도, 가난도, 죄책감도, 그 자체로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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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김보리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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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알아차릴 수 있는 특이한 점. 불량한 주부? 제주로 유배? 의외로 이 두 단어로 에세이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여행기 공모 당선으로 받은 상금을 가지고 떠난 한 달의 제주 여행기. 작가는 이 여행을 유배로 정의했다. 유배에 걸맞은 검소한 생활과 성실한 여행이 돋보인다. 신경써야 할 식구들 없이 채식을 지향했고, 의미있는 김밥 한 줄과 막걸리로 하루를 채운다. 눈치 볼 사람 없이 알록달록하고 가벼운 차림새로 다니고, 차 없이 여행하기 힘든 제주를 대중교통과 두 다리로 돌아다닌다. 걷느라 바빠 디지털과 멀어지는 점 역시 유배에 어울린다.

50의 나이가 나에겐 꿈같다. 반드시 다가올 미래지만, 어떤 모습이고 어떤 마음일지는 지금의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기로에 서있느라 불안한 나에게, 책의 구절이 어떤 안정을 준다. 번듯한 것을 이루고 자유롭게 떠나는 여행이 아니지만, 그냥 떠나는 여행.

그저그런 제주 여행기가 아닌 것이, 작가의 말투가 귀엽고 친근하다. 톡톡 튀고 위트도 있어서 남의 여행기인데도 꽤나 재밌다. 하지만 글에 담긴 마음은 깊고 진하다. 젊은 사람은 따라갈 수 없는 무언가 아닐까 생각이 들면서, 내가 너무 어리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더 좋았던 책.

책을 읽고 나니 혼자 떠나는 여행이 간절해졌다. 폰이 아닌 카메라로 사진 찍고, 일기장을 들고 나서, 보이는 책방에 들러 산 책을 읽는 여행이 하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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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집중하지 못하는가 - 37년 정신의학 전문가가 전하는 복잡한 머릿속을 꿰뚫는 성인 ADHD의 모든 것
반건호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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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지만 막연했다. ADHD하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던 아이들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고, 성인 ADHD라 하면 정신없고 분주한 느낌이려나 하고 막연한 것이다.

병에 대한 인식이 어느정도 생겨나니 '나도 그런가'싶은 사람이 많은가보다. 우울증이나 조울증처럼 설문문항을 검색만 해도 볼 수 있으니 혼자서 진단(?)해버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진단이나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당연히 정신과에 가기도 부담스럽고 약을 먹기는 더 부담스럽기 때문이지 않을까.

성인 ADHD에 대해 이 책만한 컨텐츠가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증상과 유형, 진단과 치료 시 어떤 점때문에 어려운지 등등 아주 다양한 방면으로 질환과 치료에 대해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ADHD인가 싶은 사람, ADHD 진단을 이미 받은 사람, 치료받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 가족과 주변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책을 읽어보니 본인이 병은 아닌 모양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책을 내려놓을 필요는 없다. 환자를 위한 일상 관리법까지 제시해주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한 행동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이고 사실인 전문지식을 편안하게 소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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