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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 병이 망칠 수 없는 내 일상의 웃음에 대하여
신채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평점 :
신체 건강한 (편인) 내가 다른 이의 투병 경험이 담긴 글을 읽고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지 조심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상대방으로서, 질환으로 덮일 수 없는 그 사람 본연의 모습으로 그 사람을 대하며, 고통을 표현한다면 잘 들어주는 것 정도이지 않을까.
병을 처음 인지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면에서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게 당연하다. 글이 간결하고도 솔직해서일까? 내면이 단단해보이는 작가의 앞으로가 위태로워보이지는 않았다. 주관적이겠으나 내 입장에선 충분히 무거워보이는 그 병을 안고도 작가는 하루하루를 충실히 채워나가며 세계를 구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글을 많이 읽고 또 글로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이 그를 더 옹골지게 만든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쓰는 청년의 작품을 많이 보았고, 이 글과 비교해가며 설명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분명 보수적인 내가 좋게 느껴질 정도로 이 글은 소중한 알맹이가 있다. 문장과 전개를 볼 때 드러나는 경험과 능력이 있다. 인생의 경험이나 절대적인 양의 글 경험도 중요하겠지만, 본인의 글을 다듬으려 노력해본 것, 그것이 크다고 생각한다.
+ 흠은 아니지만 발견한 특징. 청년작가의 글에는 광범위한 장르의 인용이 많다. 특히 최신작. 그런데서 나이가 드러나는 것 같기도 ㅎㅎ
본인의 고민 끝에 든 생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만은 않는 것, 그 모든 것이 과정이라고 하는 태도가 성숙하다. 나이를 불문하고 근래 많은 에세이에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태도라서 참 좋았다.
병이 있는 채로는 행복할 수 없다고 믿거나, 그리고 어쩌면 병이 있는 사람과 그 가족이 행복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사람들. 본인의 행운을 특권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 태도가 사람들로 하여금 "금방 나을 수 있들거야"라는 식의 상투적인 말을 쉽게 내뱉게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엔 나 말고 내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나 역시 아무리 비슷한 처지의 그 사람을 100% 이해할 수 없다. 가까이 헤아려보려는 마음이 소중할 뿐이다.
고통의 이유가 무엇이든 고통스러운 중에도 행복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병도, 우울도, 가난도, 죄책감도, 그 자체로 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