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김보리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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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알아차릴 수 있는 특이한 점. 불량한 주부? 제주로 유배? 의외로 이 두 단어로 에세이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여행기 공모 당선으로 받은 상금을 가지고 떠난 한 달의 제주 여행기. 작가는 이 여행을 유배로 정의했다. 유배에 걸맞은 검소한 생활과 성실한 여행이 돋보인다. 신경써야 할 식구들 없이 채식을 지향했고, 의미있는 김밥 한 줄과 막걸리로 하루를 채운다. 눈치 볼 사람 없이 알록달록하고 가벼운 차림새로 다니고, 차 없이 여행하기 힘든 제주를 대중교통과 두 다리로 돌아다닌다. 걷느라 바빠 디지털과 멀어지는 점 역시 유배에 어울린다.

50의 나이가 나에겐 꿈같다. 반드시 다가올 미래지만, 어떤 모습이고 어떤 마음일지는 지금의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기로에 서있느라 불안한 나에게, 책의 구절이 어떤 안정을 준다. 번듯한 것을 이루고 자유롭게 떠나는 여행이 아니지만, 그냥 떠나는 여행.

그저그런 제주 여행기가 아닌 것이, 작가의 말투가 귀엽고 친근하다. 톡톡 튀고 위트도 있어서 남의 여행기인데도 꽤나 재밌다. 하지만 글에 담긴 마음은 깊고 진하다. 젊은 사람은 따라갈 수 없는 무언가 아닐까 생각이 들면서, 내가 너무 어리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더 좋았던 책.

책을 읽고 나니 혼자 떠나는 여행이 간절해졌다. 폰이 아닌 카메라로 사진 찍고, 일기장을 들고 나서, 보이는 책방에 들러 산 책을 읽는 여행이 하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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