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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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지 않았으면서 읽은 척 하는 책 중 하나인 「안네의 일기」를 흐름출판사에서 발간된 그래픽 노블로 처음 만났다. 20대시절 이 책을 글밥책으로 조금 읽다가 말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래픽 노블이라 모두 읽어낼 수 있겠다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손에 들었다. 


 1942년 13살의 생일에 선물받은 다이어리를 '키티'라고 이름지은 안네는 굉장히 특별한 친구가 생겼다는 느낌으로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속마음을 키티에게 털어놓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치의 등장과 함께 유대인을 탄압하는 끔찍한 독일에서 네덜란드로 이주해오는 안네네 가족은 유대인이다. 나치가 네덜란드도 침공하면서 8시 통행금지를 비롯하여 전차도, 자동차, 자전거도 탈 수 없게 되며 유대인 탄압이 더욱 심해진다. 그렇게 안네 가족은 아빠 사무실 후면쪽 비밀 은신처 The Secret Annex에서 숨어지내기 시작하는데 아빠 회사에서 일하던 판 단 씨 가족도 함께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은신생활이 시작된다. 알베르트 뒤셀이라는 치과의사가 은신처에 합류하게 되면서 바깥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대인에 관한 더욱 소름끼치는 끔찍한 소식을 전해듣게 되는데 마낭 우울해한다고 뭐가 나아지는게 아니라며 긍정의 아이콘 모습을 보이는 안네, 날마다 엄마가 퍼붓는 온갖 욕설과 질책과 경멸의 눈초리 때문에 힘들다며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실은 매번 상처받는다고 키티에게 털어놓으며 사춘기 소녀의 모습도 보인다.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수호천사들의 배급도 끊겨 식량 사정이 최악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살을 빼고 싶다면 은신처가 최적의 장소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말하는 유머와 엉뚱함을 가진 안네, 고달픈 은둔생활과 암울한 상황속, 공습 사이렌 소리에 혼돈의 연속이었을 나날들을 보내면서도 <판 단 부인>이라는 책을 쓰는 위트를 가진 안네, 그렇게 씩씩하고 여유로운 안네가 두려움 탓인지 불안감과 우울감으로 날마다 신경안정제를 먹고 잠에 빠져 들어도 악몽에 시달리게 되어 안쓰러웠다. 마치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내용도 있어 놀랐는데 13세 소녀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스스럼없이 표현할 수 있다니 내면이 참으로 성숙한 소녀였구나 싶었고 동시에 은신처에 갇힌채 철이들며 성숙해져가는 안네가 안쓰럽기도 했다. 




아빠와 엄마는  자신들의 결점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내 마음속의 균열을 이해하지도 않아. 내가 얼마나 속상한지, 내가 얼마나 원망하는지 하나도 몰라. 이 세상에 자식을 온전히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부모가 있기는 할까? 때로는 하느님이 나를 시험하신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계속. 난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거야. 본보기로 삼을 사람도, 유익한 조언을 해줄 사람도 없지만 결국엔 더강한 사람이 될 거야. 나 말고 누가 이 편지를 읽겠니? 나 말고 누가 날 위로해주겠니?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나 자신이 나약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남들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도 많고, 그 점을 잘 알기에 더 나아지려고 날마다 노력해. 


혼자 있는 밤에도, 견디기 힘든 사람이나 내 의도를 곡해하는 사람을 억지로 참아내야 하는 낮에도 마음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그래서 결국엔 늘 이 일기장으로 돌아오는 거야. 키티 넌 늘 참고 들어주니까. 좋을 때나 힘들 때나 한결같이 대해주니까. 약속할게.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나아가겠다고. 눈물을 삼키며 내 길을 꼭 찾아내겠다고. 그 노력의 결과를 지금 확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단 한 번 만이라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격려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디 날 비난하지 말고 때로는 나도 폭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줘. 



 


 안네가 생각하는 방식이 하나의 거울이 되어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부분이 있었는데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좋은 점을 찾아낼 수 있다면 행복을 점점 더 많이 발견하고 기운을 차릴수 있다는 소녀 안네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행복한 사람은 남들도 행복하게 해주는 법이라며 우울감을 이기려고 좋은 상황을 떠올린다는 씩씩한 안네가 대견하기도 하고 본받고 싶다 생각했다.  



들판으로 나가서 자연과 햇살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해. 밖으로 나가서 네 안에 잠재된 행복을 다시 포착해. 너 자신과 너를 둘러싼 것들에 내재된 아름다움을 생각해. 그럼 행복해질 거야. 


나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내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길을 찾으려고 계속 노력할 거야. 



 전쟁이 끝나면 은신처에서 있었던 일을 소설로 출간하면 좋겠다는 안네의 바램대로 안네의 일기는 책으로 출간되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회자되고 있다. 안네가 더 오래 생존할 수 있었다면 많은 좋은 작품들을 남기는 훌륭한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픽 노블로 읽었을 뿐인데 마치 잠시 그 안네의 시대속에 들어갔나 나온것처럼 잔잔했던 마음이 꿀렁꿀렁한다. 전쟁의 한가운데에서도 절망하지 않은 희망의 아이콘 안네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 「안네의 일기」완전판 그래픽 노블을 통해 아이와 함께 만나는 기회를 가져보기를 추천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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