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 - 탐식이 괴로운 이들을 위한 음식 철학
안광복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은 또 뭘 먹지 하며 매일 무얼 먹을지 고민하는 나는 가끔 먹고 사는 일이 참 고단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감당하기 버거울만큼 일상이 바쁠 때는 챙겨 먹는 것이 귀찮아서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고, 누가 나를 위해 내 몸을 위한 건강한 식사를 끼니마다 챙겨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다. 무엇보다 함께하면 편한 사람과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편안하게 쉬면서 식사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실상은 늘 시간에 쫓겨 후루룩 우적우적 집어넣는 수준의 식사를 하며 살고 있다. (그래도 주말에는 좀 여유로운 식사를 할 수 있는 편인데 토요일 아침 아무 걱정없이 편한한 상태로 먹는 간단한 토스트와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을 누릴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다지 많이 먹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나잇살은 계속 늘어만 가고, 먹는 것도 즐겁다기 보다는 허기를 채우는 수준의 그것일 뿐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정말 맛있다는 생각이 드는 음식도 없는 지루한 식생활을 하는 중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미자모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에피쿠로스처럼 먹는 다는 건 어떤걸까 궁금해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철학 교사이신 작가님은 일상의 절박함을 풀어 주는 철학 상담 책들을 써오셨고, 이 책  「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은 '생활 철학' 시리즈에 해당하는 책으로 앞으로도 패션과 직장생활 같은 생활 속 소재들로 혜안을 안기는 저술을 이어갈 생각이시란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건강한 식습관에 도전하는 다이어터라고 자신을 소개하시는 작가님은 식탐을 다스리고 몸매를 관리하며 성격을 다독이는 일이 너무나 절박해서 이 책을 쓰셨단다. 소음이 너무 많은 시대에 진정 깊은 지혜에 마음을 기울이고, 음식에 대한 철학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그리고 마음을 다스리고 생활을 추스르는 데는 올바른 식습관이 무척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며 이 책이 건강한 식습관을 다듬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살면서 몰랐던 여러가지 개념과 사실들을 알게 해주었는데 영양주의(음식의 본질은 어떤 영양 성분을 담고 있는지에 있으며, 이것은 과학적 분석으로만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생각), 시뮬라르크(simulacre, 원본없는 복제를 뜻하는 철학용어, 가짜맛), 코케뉴(Cockaigne, 서양 중세 농민들이 꿈꾸던 이상향), 아비투스(사회적 신분에 따라 몸에 밴 자연스러운 습관과 생활태도)가 그것이다. 


 혀가 좋아할 만한 음식보다, 두뇌가 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이해하는 먹거리를 고르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이므로 자신이 먹는 음식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건강한 식재료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며 "한 마리 제비가 왔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다. " 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하시며 좋은 식습관은 굳은 결심 한 번으로 바뀌지 않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반성하며 실천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 잔치하듯 말고 금식하듯 먹는 " 태도를 기르며 꼭 필요한 먹거리를 바르게 먹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꾸준히 노력하라고 당부하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한끼 식사가 나의 미래를 바꾸는 소중한 의식(ritual)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매 끼니를 정성껏 차려먹을 만큼 한가하지 않는 삶을 사는 나의 식사는 가축이 먹는 사료와 비슷해져버렸다 끔찍한 현실을 자각하게 되었고, "짐승은 먹이를 먹고, 사람은 밥을 먹으며, 지성인은 예의를 갖춰 먹는다. " 는 장 브리야사바랭의 말이 나를 크게 자극하며 반성하게 했다. 또한 값싼 먹거리가 넘쳐 나는 시대, 혀가 끌리는 대로 음식을 먹었다가는 건강도, 생활도 무너져 버릴 테니 훌륭한 인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듣고 싶은 이야기보다 들어야 할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듯 음식에 있어서도 먹고 싶은 것보다 먹어야 할 것을 먹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작가님의 일침이 피부에 와 닿았다. 


 

누구도 음식을 먹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 그만큼 식사는 일상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삼시 세끼를 어떻게 장만하여 어떻게 먹는지는 나의 삶을 가꾸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매번 사료 먹듯 끼니를 해치운다면, 내 삶 또한 가축의 그것과 비슷해질 것이다. 반면에 식사를 나의 몸과 생활을 보듬는 수단으로 여기며 매번 의식을 치르듯 한다면 삶은 어떻게 바뀔까?


탐식에서 벗어나려면 '식사'를 생활의 리듬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지키는 소중한 '의식'으로 여겨야 한다. 


문화는 본능을 다스리는 데서 출발한다. 끊임없이 내 입맛을 잡아끄는 건강하지 못한 음식들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식사라는 행위를 경건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또 한가지 기억에 남는 부분은 먹거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생각하고 먹기(Mindful eating)였는데, 한 때 생명이었을 모든 먹거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작가님의 탐식의 철학 그리고 먹는 자들은 언제나 만드는 사람의 고생과 노력을 떠올리며 감사해야 한다며 명성 황후가 사랑한 약고추장 이야기, 뭘 먹을지 결정하는 일은 나와 세상을 바꾸는 중요한 결정이라며 " 한 사람 한 사람이 차이를 만든다."고 강조하며 생각하고 먹기(Mindful eating)를 끊임없이 조언한다는 환경운동가 제인구달님과 생물학자 최재천교수님의 벌레먹은 사과 이야기의 가르침, 모든 먹거리는 다 생명이었다는 사찰 음식의 지혜 등을 통해서는 새삼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마음에 되새기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읽기 전에는 단순히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철학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은 지금은 나의 일상 생활과 습관에 대한 반성을 하게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소중한 가치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랄까? 물과 빵이라는 가장 단순하고 소박한 먹거리에서도 풍성한 식탁의 기쁨을 누렸다는 최고의 식도락가 에피쿠로스처럼 일상을 반성케 하여 이따금 생활태도를 교정하는 철학을 통해 머리와 가슴으로 내가 먹는 음식의 의미를 헤아려 몸과 마음도 조금씩 건강함에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과 함께 작가님이 말하는 탐식의 철학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추천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미자모#식탁은에피쿠로스처럼#안광복#북트리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