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철학이라면 방황하지 않을 텐데 - 단단한 삶을 위한 철학 수업 지식이 터진다! 포텐 시리즈
서정욱 지음, 구연산 그림 / 보누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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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3분 철학 서양 현대 철학편」을 읽고 나서 철학관련 도서를 더 읽고 싶다고 생각했더랬는데 때마침 서정욱작가님의 또 다른 책 「이런 철학이라면 방황하지 않을 텐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서평단에 신청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서정욱님은 머리말에서 청소년을 좀비에 빗대어 이야기 하는데 결국 어른이 되는 학생에게 통제와 감시, 금기와 명령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자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 자유로운 사고 안에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세상과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미래를 자기 뜻대로 설계하려는 청소년을 위해 기획한 것이라며 자유롭게 세상의 기존 생각과 주장을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고 자신을 바라보기를 부탁한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1부에 9챕터와 2부에 9챕터 이렇게 크게 두개의 파트에 1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 1부 철학이 시작된 질문들 " 에서는 9개의 질문들과 함께 해당하는 20명의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최초의 아르케(원질 - 근원이되는 물질)는 물이라고 말한 탈레스, 세상 모든 것은 변하는데 변하지 않는 이 세상의 원질은 불이라고 주장한 헤라클레이토스, '너 자신을 알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소크라테스, 중용의 실천을 강조한 아리스토텔레스, 동굴의 비유를 통해 이데아가 있다고 주장한 플라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유명한 명제를 남긴 데카르트, 평정심(아타락시아ataraxia)과 최소한의 욕구에서 지속적이고도 정신적인 쾌락이 나온다고 믿은 에피쿠로스, 부동심(아파테이아apatheia)과 금욕을 강조한 스토아학파의 제논, 전 세계 인구 세 명 중 한 명에 해당하는 25억 이상의 사람들이 아직도 따르고 찬양하는 슈퍼스타 예수,

최고선은 유일신이라고 믿은 교부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 군주의 강한 힘을 외친 마키아벨리, 유토피아에서의 삶을 강조한 토머스 모어,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주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한 홉스, 절망과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종교적 실존이 필요하다고한 키르케고르, 신을 죽인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프랜시스 베이컨, 백지설 이론으로 자유와 행복을 보장하는 계약사회를 이야기한 로크가 소개된다. 


" 2부 다시, 철학에 의문을 던진 질문들 " 에서는 다음의 9가지 질문들과 함께 20명의 철학자가 나오는데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라고 주장한 파르메니데스,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비크겐슈타인, 시장의 자율성과 자유를 보장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개인과 국가가 부자가 된다고 생각한 고전적 자본주의의 이론을 마련한 애덤스미스, 계급없는 공산 사회가 실현되려면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의 투쟁이 필수라고 말한 마르크스, 도덕법칙인 정언명령만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 칸트,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방법으로 시민불복종을 말한 롤스,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을 하지 않듯이 종차별도 하지 말 것을 주장한 피터 싱어, 염세주의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직관으로 대상이나 사물을 있는 그댈 인식하고 파악할 수 있다고 한 베르그송,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란 원리는 강조한 공리주의자 벤담, 신의 존재를 증명한 스콜라 철학자 아퀴나스, <우신예찬>에서 어리석은 신을 예찬한 에라스뮈스, 인격적인 신을 거부하고, 자연 자체를 신으로 이해한 스피노자, 정신적인 영역과 물질적인 영역이 조화 또는 평행을 이룬다는 예정조화설을 주장한 라이프니츠, 국가 권력으로 인한 감시와 처벌을 거부한 푸코, 악의 평범함과사유의 무능함 혹은 무사유가 빚어낸 왜곡된 신념에 대해 이야기한 한나 아렌트, 다른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삶을 개척하면서 살아간다는 실존적 삶을 강조한 행동하는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 죽음, 경쟁, 고통과 같은 한계상황에 대해서 유한한 현존재와 존재자에 대해 이야기한 야스퍼스, 신을 전제로 유신론적 관점에서 경험론을 주장한 버클리, 감각적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과 공상으로도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 흄의 이야기가 나온다. 


 모두 한번쯤 들어본 유명한 철학자들이고 그들의 철학을 간략하게 이해하기에 편리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서너페이지에 그들의 철학을 다 담기에는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연계독서가 필요하다고 느껴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나오는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 시리즈를 병행해서 읽었다. 


 개인적으로 프리드리히 니체를 가장 좋아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 무사유 " 였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한나 아렌트라는 철학자를  접한 적이 있는데 나치정권 하에서 천백만 명이 넘는 사람을 죽음으로 이끌었던 아이히만은 정신 착란 때문에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너무나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공직자로서 주어진 의무를 수행했다고 덤덤하게 말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생각에 무능하고 권력에 길들어진 광대 아이히만을 통해 악의 평범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왜곡된 신념의 충실성이 끔찍한 일을 일으킬 수 있다는 한나 아렌트의 생각에 폭풍 공감했다. 

왜곡된 신념은 비판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비판적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남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한다. 이런 무비판적인 행동이 개인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다주는지 아이히만을 통해 알 수 있다. 


아이히만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가 나치 전범 중 한 명이 된 것은 어리석음이 아니라 사유의 무능함 혹은 무사유가 빚어 낸 결과물이라는 것이 아렌트의 생각이다. 

 고등학교 국민윤리시간에 배웠던 서양철학사를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고,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다시 그시절로 되돌아간 듯 행복했다. 탈레스의 물이라던가 공리주의, 우신예찬, 왜곡된 신념의 충실성 등등의 단어들을 책을 통해 다시 만나면서 어 이거 국민윤리 주관식 시험문제로 나왔었는데 하며 삼십여년 전 나의 기억이 자동 소환되며 그시절의 나를 추억하며 읽었다.  


 많은 학자들이 존재를 두고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 중에서도 모든 인과관계 및 인간에 대한 유형화를 거부하는(가치판단이 들어있지) 않은 실존주의에 매력을 느꼈더랬다.  " 내 존재는 마치 거꾸로 들어가 있는 활자와 같은 존재다! 난 아웃사이더다! " 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신봉하며 스스로 염세주의자라고 자처하며 살았고, 나에게 최고의 약은 혼자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은 식욕, 성욕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질문들에  답해줄 누군가 필요했고, 그 답을 철학에서 찾고 싶었던 것 같다. 대책없이 바쁜 삶을 사는 가운데 자기만의 내면 생활을 영위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는 요즘, 아무리 바빠도 이런 철학과 같은 것에 대한 그리움과 음미를 놓치면 왜 바쁜지도 모르고 뭘 하는지도 모르고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계속 책을 찾고 있다. 대상을 먼저 이해해야 나를 이해할 수 있고, 그래야 자신이 왜 방황하고 갈등을 겪는지 알 수 있다는 저자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철학사에 발자취를 남긴 철학자들의 생각과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가치관과 사유를 완성하고 방황과 갈등에서 벗어나 자유를 성취하며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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