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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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여년전 초등 아니 국민학교 시절 작가를 꿈꾸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 친구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다며 내게 이야기했었더랬다. 그 당시는 국민학생이 소설책을 구매하여 본다는게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던지라 나는 <개미>를 구매해서 읽고 있는 그 친구가 참 신기해 보였다. 아무튼 그 친구 덕에 <개미>라는 책을 나도 살짝 들춰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솔직히 뭐가 재미있다는 것인지 그 당시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 후 성인이 되어서는 충분히 구매해서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장편 소설의 벽을 넘지 못하여 아직도 책장에 잘 모셔만 두고 있을 뿐 나는 아직도 <개미>를 완독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던 중 미자모 서평이벤트를 통해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신작 <행성>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뭐랄까 이번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한번 읽어볼까 하는 알 수 없는 의욕이 생겨 서평단도 신청하고, <고양이>시리즈부터 읽기 시작했다. 도대체 한국의 독자들은 왜 이 작가에 열광하는 거지 하는 궁금함이 있는지라 <개미>는 완독하지 못했지만 <고양이> 시리즈는 꼭 완독해 보리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제목이 <행성>인데 수금지화목토천해 중 어떤 행성 이야기 이려나 궁금해 하며 책을 펼쳤다.


평일에는 출퇴근 짬짬이 독서로 주말에는 아이를 해변에 풀어놓고 나름 비취리드도 해가며 즐겁게 완.독.했다. 생각보다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더라.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님이라서 그런지 완독해 본 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친숙하게 다가왔다. 아들이 고양이를 좋아해서일까 고양이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고,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35년 이상 글을 쓰고 꾸준히 사랑받는 작가라는 점이 참으로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료한 일상을 사는 평범한 집고양이였던 바스테트가 주변 살아있는 모든 존재와 소통을 시도하며 쥐들의 세계 정복을 저지하고 우주의 원소들을 상호연결하여 지금의 대혼란으로부터 세상을 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 <행성>은 위기 앞에서 종을 뛰어넘는 소통을 통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서로의 정신이 연결되기만 하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자심감 넘치는 우리의 주인공 바스테트. 정수리에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가 있고(USB단자에 검은색 동글을 끼우면 집사의 마이크 달린 이어폰과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 원격 무선 연결상태에서 칩에 내장된 번역 소프트웨어가 작동해 인간의 말이 고양이 소리로 변환된다) 목에 ESRAE(Encyclope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 Etendue)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확장판 - 목걸이를 달고 다니며 평범한 고양이이면서 우두머리 행세를 하고 여왕임을 자처한다. 이러한 바스테트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재미를 주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바스테트 어머니의 어록!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면 이 부분을 꼭 염두에 두고 책을 펼쳐보시기를... 바스테트 엄마의 주옥같은 말씀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

또한 이디스 골드스타인이라는 젊고 아름다운 미국 여자 과학자를 통해 크리스퍼(CRISPR)를 응용한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하여 쥐의 돌연변이 DNA만든다는 내용이나, 젊고 열정적인 과학자 로망 웰즈 교수가 고양이 바스테트 정수리에 제3의 눈을 이식하는 수술을 해주고 백과사전 집대성했다는 내용, 고양이와 쥐에 제3의눈(USB단자)를 달아 뇌를 컴퓨터에 연결하면 머릿속으로 웹서핑이 가능하고 인간이 가진 모든 지식에 접속할 수 있다는 설정, 보스턴 MIT에서 컴퓨터 바이러스를 전공한 공학도 제시카 넬슨이 안티바이러스 개발 하며 LSPFQD5(La Science est Plus Forte Que Dieu) 과학은 신보다 위대하다 라고 말하는 대목 그리고 로봇 공학자 마크 레이버트와 함께 등장하는 로봇 개 스폿과 로봇 고양이 카츠 등은 작가가 어느 정도 과학적 배경을 가지고 상상력을 통해 소설에 잘 녹여내었다는 생각이 들어 더 흥미로웠다.


내전 발발 후 대혼란에 빠진 뉴욕이 쥐 떼에 점령당했고, 쥐 군단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키기 위한 여정을 고양이 바스테트의 시각에서 그려낸 소설 <행성>은 오랜 세월 인류가 쌓아 올린 인간의 문명이 붕괴하는 중임을 보여주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쟁, 감염병, 쥐들이 인간의 뒤를 이어 행성 지구를 지배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는 이 모든 설정들과 거대 도시의 기괴한 풍경은 낯설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인간들을 용서해 줄 순 없어?

넌 이해 못 할 거야. 이 문제는 나 개인의 사소한 원한 차원이 아니라 훨씬 거대한 문제와 연결돼 있어. 인터넷에 접속하고부터 나는 인간들의 행동이 지구에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게 됐어. 대멸망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한계를 한참 넘은 상태였어. 인간들은 쓸모도 없는 물건을 끊임없이 만들어 소비하고 낭비했어. 그 식탐은 또 누가 따라갈 수 있겠어? 인간들이 수시로 타고 다니는 자동차와 배와 비행기는 뿌연 오염 물질을 만들어 내고 기온을 상승시켰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숲이 불타고 야생종들이 사라졌지. 인간들이 가축화된 종이라고 부르는 동물들은 그들의 노예나 다름없어. 소, 돼지, 닭, 양 같은 동물이 공산품처럼 대량 소비되기 시작했지. 쥐는 인간들이 가장 좋아하는 실험 대상이 됐어. 어린애들이 학교에서 해부 실험을 한답시고 마취도 제대로 안 된 내 동족들을 해부용 칼로 난도질했지.

그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데는 나도 동의해.



본래 나는 SF나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들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더랬다. <승리호>, <토탈리콜>, <월e>, <혹성탈출>, <레디플레이어원>, <매트릭스>, <아바타>, <블레이드러너>, <엘리시움> 등등의 영화나 <더 기버>, <1984>, <멋진 신세계>등의 소설을 보기는 했으나 허무맹랑하고 그저 상상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할 뿐 큰 관심은 없었더랬다. 그랬던 내가 코로나시기를 거쳐오면서 기후 위기와 생태문제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미사일 공격 뉴스를 접하며 잔혹한 테러와 전쟁범죄가 실제하는 요즘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더이상 먼 미래가 아닐 수 있다는 공포감이 스며든다. 다 읽고난 지금, <오징어 게임>의 " 이대로 가다가는 다 죽어 " 라고 말하는 일남할아버지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실제로 지구는 점점 병들어가고 있고, 코로나는 점점 잠잠해지고 있지만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 식량 위기, 원자재 문제 등 세상이 점점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정말로 대멸망이 일어난다면 지금까지 영화와 소설을 통해 보아왔던 것 중 어떤 디스토피아로 가게될까도 상상해 보게된다. 쓰레기를 치우는 로봇 월e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인간들은 지구가 아름답다고 하는데 정말 아름다운 파란 행성 지구가 맞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 지구의 운명과 인간의 문명, 과학기술이 만들어 낼 우리의 미래를 상상해보고 싶다면 고양이의 시각에서 바라본 <행성> 지구이야기를 읽어볼것을 추천한다.

*네이버 미자모 까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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