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랑데부 미술관
채기성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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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이야기로 꾸며진 오직 하나의 작품만 전시하는 공간, 랑데부 미술관

미술에 대해 알지 못하기에 미술관에 방문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곤 한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아이의 거침없는 모습을 보다 보면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워지면서 나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작품을 마주하는 태도를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이라면 어렵다거나 주눅 들지 않고 방문할 수 있을 거 같다.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은 신청자들의 사연을 기반으로 미술관 소속 작가가 오직 하나인 미술작품을 완성하여 일정 기간 동안 전시관에 전시를 하게 된다. 미술관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신청으로 만들어지는 작품들, 그리고 그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남기는 사람들의 방명록. 그것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었다. 사연을 신청하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는 힘이 있었다.

아나운서가 되고자 지원했다가 미술관으로 취직하게 된 호수에게는 이런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의 모습이 낯설기만 했다. 특히나 미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던 그이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신청자들과 작품을 보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호수는 어느새 자신의 이름처럼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생겨났다.

아내를 사별한 이후 외로움은 깊어지던 춘호가 살고 있는 빌라에 이사 온 젊은 신혼부부로 고요하던 시간은 시끄러움으로 변해버렸다. 방해받고 싶지 않아 찾아간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에 자신의 사연을 남기고 오는 그는 자신의 사연이 채택되고 만나게 될 작품을 위해 사진을 찾으면서 오랜만에 즐거움을 느낀다. 이렇듯 사연의 신청자에게 행복감을 선사하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던 아버지와 다시 만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자신이 하는 국밥집을 아들이 대를 이어서 하지 않기를 바라다보니 아들이 만든 국밥을 먹어보지 않던 엄마도 우연한 계기로 그 맛을 보게 만든다. 단순히 그것은 국밥이 아니었기에 엄마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 그 힘을 전해주는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의 전시 작품은 사연 신청자 뿐만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도 여운을 남긴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작품을 통해 위로받는 사람들. 그리고 그 작품을 만들면서 마음을 전할 수 있었기에 스스로 따스함을 느꼈던 화가. 그리고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을 읽으면서 위로받고 따스함을 받을 수 있었던 독자까지. 채기성 작가님이 전해주신 따스함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지는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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