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41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박형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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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시대를 그려 낸 작가,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집

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클래식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은 청소년의 눈높이를 정조준한 맞춤형 클래식 시리즈 중에서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만났다. 어른이든 청소년이든 고전 문학은 쉽지 많은 않다. 그런 어려움을 느끼는 청소년들에게 고전 문학 읽기의 성실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체호프의 할아버지는 농노 출신의 자유인이었고, 아버진 잡화상을 하는 장사치였다. 그래서인지 유럽의 어느 작가들처럼 화려한 환경이나 배경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의 작품들 역시 귀족들보단 서민이나 가난한 사람들의 묘사가 주를 이룬다. 자신이 경험해 본 혹은 관찰해 본 한계가 아닐까 한다. 공상과 대리 경험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열린 결말로 가져다주는 애매함으로 혼란스럽게 하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든다.

여러 편의 단편 중에서 <카멜레온>은 약육강식의 모습을 보여준다. 돌아다니는 개에게 물린 사람에게 피해 보상을 제대로 해주겠다던 말과 다르게 개의 주인이 소위 잘나가는 사람이 기르는 개임을 알게 되자 바로 태도를 바꾼다. 단지 그렇게 일관적이었다면 카멜레온이라는 제목이 붙지 않았을 것이다. 개의 주인에 따라 피해 입은 사람에 대한 판단과 보상이 순식간에 바뀌는 모습이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 책의 제목으로 선정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은 중년의 은행원 구로프는 얄타 해변에서 만난 여인 안나와 하룻밤 사랑을 나누고 헤어진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짧은 만남을 못 잊고 서로를 그리워한다. 별 의미 없는 가벼운 연애가, 각자 가정으로 돌아간 뒤 그리움과 진정한 사랑으로 변한 것이다. 남의 눈을 피해 서로 만남을 지속하면서 구로프와 안나는 비로소 사랑을 깨닫지만 서로 가정이 있기에 괴로워한다. 두 사람 앞에 기다리는 것은 갈등과 고난뿐이다. 가정을 버릴 수도 없고 사랑을 놓치기도 싫다. 둘은 내밀한 만남을 지속하면서 사랑의 행복과 미래에 대한 고민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결국 사랑을 포장한 불륜을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인 이상의 추구는 각자의 몫이지만 사회적인 통념상 그들은 유부남 유부녀로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남편과 부인이 아닌 진실한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고 하지만, 실상 그들은 불륜이다. 마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과 같은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안톤 체호프의 소설이 단순한 듯하면서도 명확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아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고전 문학의 어려움을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시리즈와 함께 하며 마지막 제대로 읽기를 통해 더욱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거 같다.

우아페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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