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 여행지 75 - 여행플래너가 알려주는 리얼버라이어티
류동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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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살뜰 기막히고 유용한 최고의 여행서적

 

개인적으로 봄이 되면 유난히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형형색색 만물이 알록달록하게 변해서 일까. 꽃들이 만발해서 일까. 아님 그냥 날씨가 너무 화창하고 따뜻해서 일까. 그런 이유들을 다 한 아름 껴안고 싶을 만큼 여행이 그리워진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결정해서 진짜 떠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걱정해야 할 것들도 많은 셈이다. 그런 일년의 과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절대적으로 여행을 사랑한다. 도움을 원하는 가? 여기 그 여행의 알짜배기 도우미가 있다. 여행 플래너가 알려주는 리얼버라이어티라 칭하는 <알뜰 여행지 75>가 일상에의 도피를 도우려 한다.

 

이 책은 경제적으로 비용 때문에 고민 고민하는 사람, 자동차가 없어서 여행을 가기 두려워하는 사람, 유명한 지역 말고 근처에 괜찮은 곳을 가고 싶어하는 사람, 늘 똑 같은 여행 말고 뭔가 신선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비용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1만원, 2만원, 5만원, 10만원, 15만원대로 나누어서 이번 여행 비용에 따라서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첫 번째의 지도 역할을 해준다. 이런 책을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일까. 이것이 가장 크게 마음에 들었다. 솔직히 집 떠나 어디를 다닌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치명적인 작용을 할 때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이정도 쯤은 이정도 들겠다 싶은 감각을 알려주어서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된다.

 

또한 자동차가 없어서 여행 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각각의 목적지에 대중교통 수단을 간략하게 제공해준다. 물론 자가용 이용 시 어떻게 길을 찾아가야 하는지도 설명 되어 있지만,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대중교통을 표시해준다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내가 차가 없기 때문에 그런지도. 참고로 이 대중교통은 서울 기준으로 되어 있음을 알아두어야 한다. 물론 이대로 간다고 해서 그 중간에 걸어서 몇 분 소요되는 지까지 나와있지 않지만 (예를 들어 아침고요 수목원은 정류장에 내려서 어마어마하게 오래 가야 한다고 알고 있다. ) 대략적인 경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만나볼 수 있는 유용한 정보들은 각종 여행 스타일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고가의 여행으로 갈수록 팬션, 래프팅, 레일바이크, 캠핑, 섬, 크루즈, 테마파크 등 취향대로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관광 문화도 소개한다. 이색적인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이런 정보들을 미리 알아가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 덕분에 해보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져 버렸다. 보기만 해도 흥분된다.

 

이 여행 책 덕분에 펄펄 날아오를 기운이 솟아났다. 태어나서 우리나라 사람으로 구석 구석  다 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물씬 들어서이다. 차가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이 책 덕분에 가보고 싶은 리스트가 빼곡하게 채워졌다. 초보 여행자들에게 정말 좋은 가이드북임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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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렌델 펭귄클래식 53
존 가드너 지음, 김전유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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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짐승 사이에 있는 괴물, 그렌델의 비극

 

최근 들어 고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명작이라 불리는 고전들에서 기본을 배우고 대서사를 배우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문화산업에서 고전을 다시 연구하고 새롭게 쓰고 있다. 그런 시대의 흐름을 맞아 발견하게 된 펭귄 클래식 시리즈 중 <그렌델>은 베오울프의 전설을 다시 쓴 작품이다. 고대 영어로 쓰인 최초의 영웅서사시 <베오울프>에는 그렌델이라는 괴물이 등장하는데 12년 동안 흐로트가르 왕을 괴롭혔다가 베오울프에게서 팔을 베이고 죽었다. 바로 그런 괴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라니, 상상부터 독특하다. 최근에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펼친 작품들을 더러 발견하였는데 이 책은 고전을 다시 쓴 작품이라는 점을 주목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렌델은 동물일까 인간일까. 처음에 그의 존재감에 대한 물음은 당혹스러웠다. 그가 경험하고 있는 삶은 갓 태어난 생명체의 존재의 물음 같았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이해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문학사상 가장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괴물이라고 평하는 ‘그렌델’은 주인공으로써 다시 태어났다. 그에게는 나름의 고뇌와 갈등이 많았던 모양이다. 동물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이 존재가 길고 부드러운 초원을 여행하고 흐로드가르 왕에게 덤벼들었던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모습은 친근함으로 다가왔다.

 

용은 그런 그렌델에게 침착하게 세상에 대해, 삶에 대해 말해주는 것 같다. 용은 모든 시간과 공간을 보는 존재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정말 그 광경이란 상상조차 하기 어렵지만, 그들의 대화는 진지하고 차분하다. 그리고 인간 본질에 대해 그리고 존재감에 대해 깊이 있게 시사하고 있는 바가 있다. 마치 배움의 길을 파고드는 어린 양과 같은 그렌델은 그런 용이 자신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점을 강하게 부인한다. 생명의 본질은 기존의 질서에 대한 좌절감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는다.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웅은 잔인한 진실과 맞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 p.108

 

이 이야기는 원작인 <베오울프>에서 베오울프가 동굴로 그렌델과 그의 어미를 죽이러 오는장면까지의 모습을 담고 있다. 현대적 언어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독특한 말솜씨로 독자들을 자극한다. 자신이 앞으로 어떠한 상황에 닥치게 되는지 알게 되면서부터 그는 두려움에 대한 감정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느낀다. 그것이 그가 최초의 ‘인간’을 만나는 것이기도 하다. 좀처럼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나 자신도 갈등에 휩싸이게 되었다. 어찌 보면 ‘어린 왕자’와도 닮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린 왕자’는 다양한 상대를 만나면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그렌델도 그런 경계 사이에서의 갈등을 자각하면서 특정 ‘물음’에 대해 답을 찾기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닥친 폭력과 슬픔이 쉽지는 않았지만, 동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이 소설이 원하는 바인가. 해답은 없다.


이 책을 해석하는 것은 독자들의 마음일 것이다. 아직 단 한번밖에 읽어보지 않았지만 다시 꼭 읽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만큼 그동안 읽었던 다른 작품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기분이 들었다. 고전의 중요성이 다시금 깨우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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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에서 2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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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에서 2권 ]

천년후의 밝은 미래가 있을까 없을까

 

얼마 전에 미래의 모습을 암울하게 그려낸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 <노잉>을 보았다. 그 영화는 지구에 찾아오는 종말의 그림자와 함께 지구의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온 외계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었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 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그 영화에서 가장 시선을 끈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외계인들은 선택받은 아이들만 데리고 가서 미지의 세계 유토피아에 놓아준다. 그 유토피아에서의 아이들은 과연 어떠한 세계를 만들었을까? 어쩐지 이 영화의 그 이후 세계를 연상케 하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이 책 기시 유스케의 <신세계에서>이다.

 

기시 유스케는 <검은 집>이라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다른 일본 작가들과는 다르게, 한 작품을 내기도 쉽지 않은 작가라고 한다. ‘검은집’을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일본 SF 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이야 말로 기시 유스케를 확고하게 기억할 수 있는 처녀작이나 다름없다. 표지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미묘한 이미지야 말로 제대로 섬뜩한 기운이 느껴지고,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큰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예감은 적중했다. 책에는 무시무시한 신세계가 있었다.

 

천년 후의 마을 가미스 66초는 사방 약 50킬로미터에 점재하는 일곱 개의 마을이다. 팔정표식으로 외부세계로부터의 단절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순백의 이 마을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절대적인 신념으로 지키고 있었다. 주인공 와타나베 사키는 그 마을에서 태어난 소녀. 어른이 되기 위해, 그리고 신비로운 힘인 주력을 쓰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을 거친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신의 힘인 초능력의 일종인 주력으로 추악한 얼굴의 요괴쥐를 부리면서 살고 있다. 사키는 그런 세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나둘 사라지는 친구들. 이상한 행동들을 하는 어른들. 그리고 어른들이 절대적으로 무서워하는 악귀와 업마의 존재. 놀라운 상상력으로 완전히 독립적인 판타지 세계를 구축한 이 신세계는 상당히 기막힌 소재들로 가득했다.

 

인간에게 억눌려서 노동착취를 당했던 요괴쥐들은 점차 자신들의 억울한 삶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인간이 편하게 살려고, 주력을 얻은 후에 추악하게 생긴 벌거숭이두더지쥐에게 지능을 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요괴쥐들은 인간을 넘어서려고 했다. 이 모습은 SF 작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간 대 로봇의 관계와 맞아 떨어진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로봇을 개발했지만, 결국 그 로봇들에 의해 처참히 무너져가는 미래의 인간 세계를 그린 작품들은 엄청나게 많다. 이 소설은 그러한 미래의 모습을 신의 능력을 탐한 인간과 생물로 변형시켜서 기막힌 스토리를 전개한다. 읽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저자가 이 소설을 쓰면서 얼마나 많은 연구와 자료 조사를 했을지 상상하고도 남는다. 절대적으로 상상력에 기대야 하는 소재임에도 배경 묘사나 상황 묘사 등이 상당히 자세하고 세밀하다. 그래서 초반에 읽는대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세계를 이해하려면 보통의 사고로는 시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이런 미래가 생길 것인가는 알 수 없다. 천년 후이니까. 하지만 지배와 피지배자들의 관계나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에 대한 갈등은 오랜 고대시대부터 수천 년간 지속된 고정 변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맥락에서 이해해보려고 한다면 읽는데 재미 이상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툼한 책 두 권이지만 SF 대상을 받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기시 유스케의 다른 작품들도 상당히 기대가 된다. 유토피아는 환상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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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에서 1 미도리의 책장 6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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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에서 1권] 

천년후의 밝은 미래가 있을까 없을까

 

얼마 전에 미래의 모습을 암울하게 그려낸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 <노잉>을 보았다. 그 영화는 지구에 찾아오는 종말의 그림자와 함께 지구의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온 외계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었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 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그 영화에서 가장 시선을 끈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외계인들은 선택받은 아이들만 데리고 가서 미지의 세계 유토피아에 놓아준다. 그 유토피아에서의 아이들은 과연 어떠한 세계를 만들었을까? 어쩐지 이 영화의 그 이후 세계를 연상케 하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이 책 기시 유스케의 <신세계에서>이다.

 

기시 유스케는 <검은 집>이라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다른 일본 작가들과는 다르게, 한 작품을 내기도 쉽지 않은 작가라고 한다. ‘검은집’을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일본 SF 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이야 말로 기시 유스케를 확고하게 기억할 수 있는 처녀작이나 다름없다. 표지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미묘한 이미지야 말로 제대로 섬뜩한 기운이 느껴지고,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큰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예감은 적중했다. 책에는 무시무시한 신세계가 있었다.

 

천년 후의 마을 가미스 66초는 사방 약 50킬로미터에 점재하는 일곱 개의 마을이다. 팔정표식으로 외부세계로부터의 단절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순백의 이 마을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절대적인 신념으로 지키고 있었다. 주인공 와타나베 사키는 그 마을에서 태어난 소녀. 어른이 되기 위해, 그리고 신비로운 힘인 주력을 쓰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을 거친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신의 힘인 초능력의 일종인 주력으로 추악한 얼굴의 요괴쥐를 부리면서 살고 있다. 사키는 그런 세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나둘 사라지는 친구들. 이상한 행동들을 하는 어른들. 그리고 어른들이 절대적으로 무서워하는 악귀와 업마의 존재. 놀라운 상상력으로 완전히 독립적인 판타지 세계를 구축한 이 신세계는 상당히 기막힌 소재들로 가득했다.

 

인간에게 억눌려서 노동착취를 당했던 요괴쥐들은 점차 자신들의 억울한 삶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인간이 편하게 살려고, 주력을 얻은 후에 추악하게 생긴 벌거숭이두더지쥐에게 지능을 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요괴쥐들은 인간을 넘어서려고 했다. 이 모습은 SF 작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간 대 로봇의 관계와 맞아 떨어진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로봇을 개발했지만, 결국 그 로봇들에 의해 처참히 무너져가는 미래의 인간 세계를 그린 작품들은 엄청나게 많다. 이 소설은 그러한 미래의 모습을 신의 능력을 탐한 인간과 생물로 변형시켜서 기막힌 스토리를 전개한다. 읽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저자가 이 소설을 쓰면서 얼마나 많은 연구와 자료 조사를 했을지 상상하고도 남는다. 절대적으로 상상력에 기대야 하는 소재임에도 배경 묘사나 상황 묘사 등이 상당히 자세하고 세밀하다. 그래서 초반에 읽는대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세계를 이해하려면 보통의 사고로는 시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이런 미래가 생길 것인가는 알 수 없다. 천년 후이니까. 하지만 지배와 피지배자들의 관계나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에 대한 갈등은 오랜 고대시대부터 수천 년간 지속된 고정 변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맥락에서 이해해보려고 한다면 읽는데 재미 이상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툼한 책 두 권이지만 SF 대상을 받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기시 유스케의 다른 작품들도 상당히 기대가 된다. 유토피아는 환상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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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의 고양이
신경진 지음 / 문이당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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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의 고양이가 첩보로 꿈틀 거린다.

 

<테이블 위의 고양이>? 처음, 제목을 접할 때는 분명 신비한 이야기의 판타지 소설이거나, 유쾌하고 재치만점의 소설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목에 속고, 표지에 속았다. 이 책은 절대로 쉽게 봐서는 안 되는 단단한 틀에 꽉 짜인 소설이었다. 소설이 가지고 있는 소재의 묵직함은 이 책을 다 읽고 덮은 다음에 무한하게 떠오르는 어두운 사회 문제의 표방이다.

 

파산 직전의 도박사 제이슨 리는 어느 날 자신의 집에 찾아온 두 명의 정보원들에게서 처참하게 살해된 친구 강지수(필립)의 사건에 대해 접한다. 같은 도박꾼이었는데 사실은 국가 정보원이었던 그 친구의 죽음에 대한 실체를 파헤치는데 주인공 제이슨이 개입하게 된다. 제이슨도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누나마저 자살했다가 결국 도박꾼으로 전락해버린 파란 만장한 삶을 살았던 주인공. 죽은 강지수에게 계좌를 빌려줘서 100만 달러를 받은 뒤 정작 그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에 접했다. 그의 사건을 추격하다보니 정민이란 여자와 한국, 마카오, 북한, 일본 등의 로케이션이 움직이며 사건이 점점 정치적 사건으로 치닫게 된다. 작전명 ‘테이블 위의 고양이’ 점점 그들이 놓은 덫에 빠지고 만다.

 

상당히 놀라움이 가득한 소설이다. 평생을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남자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서 큰 파국을 맞이하는 이 스펙터클한 스토리가 놀랍니다. 단순 추리물도 아니고 첩보를 넘나들면서 긴박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인다. 확실히 세계문학상 1억 원 수상 작가답게 이런 묵직한 내용임에도 문체는 전혀 딱딱하지 않다! 약간은 시니컬하지만 감성이 남아있는 주인공은 특별히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듯 해 보이며, 나름 매력 있는 캐릭터임을 느낄 수 가 있다.

 

개인적으로, 구구절절 사건의 추리만을 짓는 소설보다 기교 있게 말솜씨를 풀어가는 소설을 좋아해서 인지, 생각지도 않게 맘에 드는 소설을 만난 기분이 든다. 특히나 우리나라에겐 상당히 예민하고 따분한 소재인 남북한 공작원에 관한 소설이니 더욱 더 그런 느낌이 많이 든다. 현실적이면서도 인간의 이중성이 느껴진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읽다가도 중반부에 가면서 긴박한 스토리에 빨려 들게 된다. 분명 첩보 물임에는 틀림없지만 인간의 내면적 갈등을 묘사하고 우리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인 듯하다. 상당히 표현하기 어려운 소설인데도 생각보다 꽤 괜찮은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감각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테이블 위의 고양이>는 후반부에 가면 놀라운 결말을 맞이하며 흥미로운 재미를 만끽하게 된다. 하지만 소재의 무거움이 다소 느껴지기 때문에 개운하고 즐겁게 읽기는 어렵다. 꼭 끝까지 읽어봐야 함은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지 않을까. 나름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소설의 주인공으로 꿋꿋하게 버티어 나가는 제이슨 리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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