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위의 고양이
신경진 지음 / 문이당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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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의 고양이가 첩보로 꿈틀 거린다.

 

<테이블 위의 고양이>? 처음, 제목을 접할 때는 분명 신비한 이야기의 판타지 소설이거나, 유쾌하고 재치만점의 소설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목에 속고, 표지에 속았다. 이 책은 절대로 쉽게 봐서는 안 되는 단단한 틀에 꽉 짜인 소설이었다. 소설이 가지고 있는 소재의 묵직함은 이 책을 다 읽고 덮은 다음에 무한하게 떠오르는 어두운 사회 문제의 표방이다.

 

파산 직전의 도박사 제이슨 리는 어느 날 자신의 집에 찾아온 두 명의 정보원들에게서 처참하게 살해된 친구 강지수(필립)의 사건에 대해 접한다. 같은 도박꾼이었는데 사실은 국가 정보원이었던 그 친구의 죽음에 대한 실체를 파헤치는데 주인공 제이슨이 개입하게 된다. 제이슨도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누나마저 자살했다가 결국 도박꾼으로 전락해버린 파란 만장한 삶을 살았던 주인공. 죽은 강지수에게 계좌를 빌려줘서 100만 달러를 받은 뒤 정작 그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에 접했다. 그의 사건을 추격하다보니 정민이란 여자와 한국, 마카오, 북한, 일본 등의 로케이션이 움직이며 사건이 점점 정치적 사건으로 치닫게 된다. 작전명 ‘테이블 위의 고양이’ 점점 그들이 놓은 덫에 빠지고 만다.

 

상당히 놀라움이 가득한 소설이다. 평생을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남자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서 큰 파국을 맞이하는 이 스펙터클한 스토리가 놀랍니다. 단순 추리물도 아니고 첩보를 넘나들면서 긴박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인다. 확실히 세계문학상 1억 원 수상 작가답게 이런 묵직한 내용임에도 문체는 전혀 딱딱하지 않다! 약간은 시니컬하지만 감성이 남아있는 주인공은 특별히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듯 해 보이며, 나름 매력 있는 캐릭터임을 느낄 수 가 있다.

 

개인적으로, 구구절절 사건의 추리만을 짓는 소설보다 기교 있게 말솜씨를 풀어가는 소설을 좋아해서 인지, 생각지도 않게 맘에 드는 소설을 만난 기분이 든다. 특히나 우리나라에겐 상당히 예민하고 따분한 소재인 남북한 공작원에 관한 소설이니 더욱 더 그런 느낌이 많이 든다. 현실적이면서도 인간의 이중성이 느껴진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읽다가도 중반부에 가면서 긴박한 스토리에 빨려 들게 된다. 분명 첩보 물임에는 틀림없지만 인간의 내면적 갈등을 묘사하고 우리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인 듯하다. 상당히 표현하기 어려운 소설인데도 생각보다 꽤 괜찮은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감각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테이블 위의 고양이>는 후반부에 가면 놀라운 결말을 맞이하며 흥미로운 재미를 만끽하게 된다. 하지만 소재의 무거움이 다소 느껴지기 때문에 개운하고 즐겁게 읽기는 어렵다. 꼭 끝까지 읽어봐야 함은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지 않을까. 나름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소설의 주인공으로 꿋꿋하게 버티어 나가는 제이슨 리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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