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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에서 2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신세계에서 2권 ]
천년후의 밝은 미래가 있을까 없을까
얼마 전에 미래의 모습을 암울하게 그려낸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 <노잉>을 보았다. 그 영화는 지구에 찾아오는 종말의 그림자와 함께 지구의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온 외계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었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 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그 영화에서 가장 시선을 끈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외계인들은 선택받은 아이들만 데리고 가서 미지의 세계 유토피아에 놓아준다. 그 유토피아에서의 아이들은 과연 어떠한 세계를 만들었을까? 어쩐지 이 영화의 그 이후 세계를 연상케 하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이 책 기시 유스케의 <신세계에서>이다.
기시 유스케는 <검은 집>이라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다른 일본 작가들과는 다르게, 한 작품을 내기도 쉽지 않은 작가라고 한다. ‘검은집’을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일본 SF 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이야 말로 기시 유스케를 확고하게 기억할 수 있는 처녀작이나 다름없다. 표지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미묘한 이미지야 말로 제대로 섬뜩한 기운이 느껴지고,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큰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예감은 적중했다. 책에는 무시무시한 신세계가 있었다.
천년 후의 마을 가미스 66초는 사방 약 50킬로미터에 점재하는 일곱 개의 마을이다. 팔정표식으로 외부세계로부터의 단절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순백의 이 마을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절대적인 신념으로 지키고 있었다. 주인공 와타나베 사키는 그 마을에서 태어난 소녀. 어른이 되기 위해, 그리고 신비로운 힘인 주력을 쓰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을 거친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신의 힘인 초능력의 일종인 주력으로 추악한 얼굴의 요괴쥐를 부리면서 살고 있다. 사키는 그런 세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나둘 사라지는 친구들. 이상한 행동들을 하는 어른들. 그리고 어른들이 절대적으로 무서워하는 악귀와 업마의 존재. 놀라운 상상력으로 완전히 독립적인 판타지 세계를 구축한 이 신세계는 상당히 기막힌 소재들로 가득했다.
인간에게 억눌려서 노동착취를 당했던 요괴쥐들은 점차 자신들의 억울한 삶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인간이 편하게 살려고, 주력을 얻은 후에 추악하게 생긴 벌거숭이두더지쥐에게 지능을 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요괴쥐들은 인간을 넘어서려고 했다. 이 모습은 SF 작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간 대 로봇의 관계와 맞아 떨어진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로봇을 개발했지만, 결국 그 로봇들에 의해 처참히 무너져가는 미래의 인간 세계를 그린 작품들은 엄청나게 많다. 이 소설은 그러한 미래의 모습을 신의 능력을 탐한 인간과 생물로 변형시켜서 기막힌 스토리를 전개한다. 읽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저자가 이 소설을 쓰면서 얼마나 많은 연구와 자료 조사를 했을지 상상하고도 남는다. 절대적으로 상상력에 기대야 하는 소재임에도 배경 묘사나 상황 묘사 등이 상당히 자세하고 세밀하다. 그래서 초반에 읽는대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세계를 이해하려면 보통의 사고로는 시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이런 미래가 생길 것인가는 알 수 없다. 천년 후이니까. 하지만 지배와 피지배자들의 관계나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에 대한 갈등은 오랜 고대시대부터 수천 년간 지속된 고정 변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맥락에서 이해해보려고 한다면 읽는데 재미 이상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툼한 책 두 권이지만 SF 대상을 받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기시 유스케의 다른 작품들도 상당히 기대가 된다. 유토피아는 환상일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