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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몰락 - 한국사의 6대 폭군들, 그들이 몰락한 이유는?
이한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5월
평점 :
시대가 만든 폭군일까, 진정 최악의 리더였을까
리더란 참으로 어려운 위치이다. 얼마 전 돌아가신 故 노 전 대통령님도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키면서 가장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셨다가 많이 지쳐버리셨다. 대통령이란 위치가 올라가기도 어렵지만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아도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지 않은가. 수만 명의 사람들을 이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존경을 받는 다는 것은 엄연히 ‘군림’과는 무척 다른 개념일 텐도 막상 그 윗자리에 털썩 앉으신 나라의 어른들은 너무나 다른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쇄신을 외치고, 국민들이 잘 사는 나라가 되도록 해달라고 호소한다. 그리고 우리는 끝없는 삶의 고통을 결국 ‘대통령’ 탓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런 지금의 상황이 비단 현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엄연히 고대 시대부터 한 나라의 ‘왕’은 그 존재 자채로 절대적이었다. 그때 그 왕들은 어떠했을까? 백성들에게 또는 신하들에게 존경을 받았을까. 아니면, 지금처럼 끊임없는 쇄신론에 시달려야 했을까. 그리고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을 모두 왕의 탓으로 돌렸을까.
이런 일련의 궁금증들을 하나로 모아서 특별히 문제아, 이단아였던 우리나라 역사의 왕들의 이야기만을 뽑아서 정리한 책이 바로 이 <폭군의 몰락>이다. 책의 저자는 이한님으로 작년에 <조선 아고라>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어려운 용어가 많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자도 많이 등장했다) 이 책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특별히 널리 알려진 조선 시대 때의 왕들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부여, 고구려, 백제, 고려, 조선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사실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부여나 삼국시대의 왕들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교과서에 등장하는 업적을 달성한 왕들뿐이었다. 헌데, 조선시대의 연산군과 광해군처럼 폭군으로 몰린 왕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했다. 나에겐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역사 속의 멸망한 왕들을 한명씩 지목해 가면서 그들이 왕에 오르게 된 계기, 그의 가족들 그리고 폭군의 이미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을 사료를 근거로 추측하고 있다. 절대적인 사실만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실로 날씨가 너무 안 좋아지자 최악의 왕으로 인식돼 처형당했던 부여 왕에 대한 근거 자료는 상당히 미비하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랬을 것이다.‘라고 추측하는 부분들이 더러 눈에 띈다. 하지만 크게 걸리적거리는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상당히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역사 관련 책을 좋아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고구려 모본왕과 호동 왕자의 이야기며 그가 사람을 의자처럼 하게 하여 앉았다던가 하는 이야기나, 백제 개로왕이 괜히 잘나가는 고구려 장수왕을 욕하는 것도 그렇다.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 이런 왕들이 있었구나 하는 즐거움이 있다. 물론 이미 다 알고 있는 사람에겐 그런 즐거움이 없을수도.
쉽게 쓰인 역사책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괜한 어려운 용어도 등장하지 않는다. 한자도 거의 없다. 소설을 읽듯 훌훌 읽기 좋은 책이라 우리 역사의 폭군들의 최후에 대해 배우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